엄마, 곧 설이야

마지막 명절을 앞둔 모자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말, "엄마, 곧 설이야." 병실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해진 이 소식은 단순한 달력의 페이지가 아닌, 함께하지 못할 명절에 대한 아들의 미안함과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산소 마스크를 끼고 굽은 팔다리로 누워계신 어머니와 그 곁을 지키는 아들, 그들의 마지막 명절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모자간의 깊은 유대를 느껴봅니다.


병실에 피어난 모자의 대화


하얀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 산소 마스크를 끼고, 팔다리는 굽고 마비된 상태로 허공만 바라보고 계시는 모습. 입원한 지 5일째 되는 날, 아무 말씀도 않으시던 그 침묵을 깨고 찾아온 이는 바로 아들이었습니다.


"엄마, 나 왔어. 알아보겠어?"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이 한마디에 어머니는 고개만 끄덕이십니다. 말보다 더 깊은 교감이 그 작은 움직임에 담겨 있습니다.


아들의 손길은 어머니의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온기를 전하는 듯, 아픔을 가져가려는 듯, 그 손길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엄마, 곧 설이야. 그런데 엄마랑 같이 못 해. 엄마가 많이 아파..."


이 말에 어머니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제사상 잘 차리고 잘 모시라고 당부하십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도, 어머니의 마음은 여전히 가족과 의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 그것이 바로 모정(母情)의 깊이입니다.


"알았어, 엄마. 빨리 나아서 집으로 가자."


아들의 손은 멈추지 않고 어머니의 팔다리를 계속 주물러 줍니다. 그 손길에는 얼마나 많은 기도와 소망이 담겨 있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어릴 적 자신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던 어머니의 손길을 되돌려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침묵 속의 외침과 눈물의 무게


수십 분을 어머니 곁에서 보낸 후, 아들은 눈물을 훔치며 병실을 떠납니다. 그리고 간호사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어르신, 말을 그렇게 잘하면서 왜 우리한테는 말을 안 하세요?"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봅니다. 그 눈빛 속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아마도 노인이 할 말이 많으나 삼키고 계신 듯합니다. 아들에게는 마지막 힘을 다해 말을 건넸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이미 말할 힘도, 이유도 없으신 걸까요?


병동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갑니다. 모두가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렇게 병실을 떠난 아들은 차 안에서 대성통곡을 했을 것입니다. 손가락이 굽어지게 평생을 고생한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있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요? 그 통곡 속에는 평생 희생하신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 이제는 그 희생에 보답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곧 다가올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을 것입니다.


차 안에서의 울음은 병실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진짜 슬픔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머니 앞에서는 강한 아들이어야 했지만, 혼자가 되는 순간 그는 그저 어머니를 잃어가는 한 사람의 아이일 뿐이었으니까요.


모정의 세월, 영원한 사랑의 흐름


오늘의 만남은 단순한 병문안이 아닌, 깊은 감정의 교류였습니다. 아들의 마음이 가슴 깊숙이 자리 잡는 날이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착하디 착한 아들과 강하디 강한 어미로 인하여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사이사이 악하고 비정한 세상도 함께 존재하지만, 이런 모자의 사랑은 그 어떤 어둠보다 밝게 빛납니다.


한세일의 '모정의 세월'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동지 섣달 긴긴밤이 짧기만 한 것은 근심으로 지새우는 어머님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흰머리와 잔주름이 늘어가도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마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듯" 어머니의 가슴에는 자식을 향한 걱정과 사랑의 물결만 높습니다.


이제 설날이 다가옵니다. 많은 가정에서 풍성한 명절 음식과 함께 웃음꽃이 피어날 때, 어떤 아들은 병실에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 한켠이 무거울 것입니다. 제사상을 차릴 때면 어머니의 당부가 귓가에 맴돌겠지요. 그리고 그 마음 속에는 "엄마, 빨리 나아서 집으로 가자"라고 했던 자신의 말이 현실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사랑은 죽음조차 넘어서는 영원한 것입니다. 육체는 떠나도 그 사랑의 기억과 영향력은 남아, 아들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작은 위로


그렇게 지구는 오늘도 돌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어머니와 작별을 준비하는 아들이 있고, 어디에선가 자식의 병상을 지키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런 모자의 사랑과 이별은 인간 삶의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특별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을 응원하고 싶은 밤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봐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전해지길 바랍니다. 그들의 슬픔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사랑이 빛나고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병상에 계신 모든 어머니들과 그 곁을 지키는, 혹은 먼 곳에서 그리워하는 모든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그 깊은 유대는 우리 삶의 가장 귀중한 보물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정성으로 기른 자식 모두들 가버려도, 근심으로 얼룩지는"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자식의 사랑은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리는 그런 것이지요. 이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요?


오늘 밤, 당신의 어머니를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해보세요. 그 말이 가장 듣고 싶은 이가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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