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욕을 하는 노인
저녁 무렵의 요양원은 특유의 조용함으로 가득 찹니다. 긴 복도 끝에 설치된 형광등은 차가운 빛을 내뿜고, 벽에 걸린 시계는 무심하게 시간을 알려줍니다. 소독약 냄새와 노인들의 약 냄새가 섞여 특유의 공기를 만들어내는 이곳은, 많은 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가 되는 공간입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간호사들과 요양보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일부 노인들은 식당으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침대에서 식사를 합니다. 각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단이 준비되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씹기 쉽게 잘게 썰어져 있거나 죽 형태로 제공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노인들이 모여 있는 요양원에는 다양한 표정들이 공존합니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공허한 눈빛, 자녀들의 방문을 애타게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얼굴, 그리고 간혹 분노와 혼란으로 일그러진 표정까지.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매일 작은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벽에 걸린 달력에는 방문 예정인 가족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는 가족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이 작은 물건들이 요양원 생활에서 그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중한 연결고리입니다. 특히 가족의 방문은 노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때로는 가장 큰 혼란을 주는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노인은 파킨슨병으로 8년 넘게 집에서 보호를 받다가 병원으로 오게 되신 분입니다. 집에서 모신 아버지를 남편을 병원으로 모시는 가족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상자의 심한 심적 변화가 문제였습니다.
아내: "이것 좀 드세요."
노인: 아무 말 없이 먹습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도 먹으라고 권하십니다.
아내: "드세요." (곧 식사시간인데도) 아이스크림, 빵, 과일... 쉼 없이 드립니다.
노인은 좋아하시면서 다 드십니다.
아내가 떠나고 노인만 홀로 남았습니다.
관리자: "어르신, 식사하실까요?"
노인: "배가 터지것는디 밥 먹것냐!"
관리자: (좀 전에 그 분이 맞으신가...) "어르신, 그럼 약은 드셔야 해요."
노인: 주먹을 불끈 쥐고 폭력을 행사하십니다.
관리자: (아뿔사, 여러 모습을 갖고 계시는구나...) 세 번 만에 약을 챙겨 드립니다.
다음날 점심 식사시간, 다시 아내분이 방문하셨습니다.
노인: "힘든데 왜 자꾸 와? 집에서 쉬어."
아내: "아니에요. 지내기는 좀 어때요?"
노인: "좋아, 걱정마." 다시 아이스크림, 과일, 빵 등을 잔뜩 드시게 하고 아내는 떠나십니다.
다시 점심약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됩니다. 참 이상합니다. 많은 돈을 내고 병원에 맡겼으면 맡기면 될 것인데, 그렇게 본인 스타일대로 하실 거면 차라리 집에서 모셔야 되는 것은 아닌지... 많이 아쉽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선생님에게 맡기고, 결혼을 시키면 두 사람이 알아서 살아가듯, 부모님이나 환자를 요양원에 모신다면 그곳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는, 그리고 당사자가 아닌 다른 가족은 어떤 경우에도 '제삼자'일 뿐, 본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후로 선택하는 요양원, 요양병원... 일단은 믿고 맡기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야 당사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치매와 같은 질환을 가진 노인들은 종종 '이중적' 모습을 보입니다. 가족 앞에서와 타인 앞에서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그들의 기억 속에 가족에 대한 특별한 감정과 관계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아내 앞에서 순한 양이 되고, 간병인 앞에서 사나운 사자가 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감정 표현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과 간호사들은 이러한 이중적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행동이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질병으로 인한 뇌의 변화와 남아있는 감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임을 알아야 합니다.
동시에 가족들도 요양원 직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환자의 케어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맡겼으니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보다는 '함께 돌본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가족의 방문이 환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문 방식과 시간에 대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고, 더 많은 가족들이 요양원이라는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요양원을 '버림받은 노인들의 공간'이 아닌, '전문적 케어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그들과 함께 우리의 부모님, 조부모님을 돌보는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 동행하는 세상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은 모든 요양원의 노인들이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으면 하고 두 손 모읍니다. 누군가의 베갯잎을 적시는 눈물이 헛되지 않기를, 그리고 요양원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의 수고가 빛을 발하기를 기도합니다.
이 글은 요양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치매와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요양원 직원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