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0과 1의 숲에서 길을 잃다, 그리고 발견한 빛
기획안을 잡았을 때의 호기로움은 딱 사흘을 갔다. 14권의 책을 썼으니 글쓰기야 내게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설명해야 할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실체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텅 빈 모니터 앞에서 커서의 깜빡임만 응시하며, 내가 지금 제정신으로 이 일을 시작한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수백 번을 되물었다.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며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언어의 장벽'이었다. 챗GPT, 프롬프트, 생성형 이미지, 파라미터…. 젊은 친구들이 일상어처럼 뱉는 그 단어들은 내 뇌세포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나는 다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낱말 카드를 만들듯 이 용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주에게 설명하려면 내가 완벽히 씹어 삼켜야 한다."
이것이 나의 필승 전략이었다. 나는 챗GPT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먹했다. 예의를 차려 "인공지능 선생님, 실례지만 이것 좀 알려주시겠어요?"라고 정중하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계적이고 차가웠다. 나는 깨달았다. 이 녀석은 '선생님'이 아니라 내 말을 가장 잘 듣는 '똑똑한 비서'여야 한다는 것을.
어느 날은 밤을 꼬박 새웠다. AI로 이미지를 만드는 법을 설명해야 하는데, 내가 직접 원하는 그림을 뽑아내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는 강박이 나를 괴롭혔다. 손가락이 여섯 개로 나오는 그림, 얼굴이 뭉개진 그림들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너, 다시 그려봐. 이번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거실 풍경으로."라고 명령하며 나는 AI와 기싸움을 벌였다. 결국 내가 원하는 완벽한 이미지가 모니터에 떠올랐을 때, 나는 칠순을 앞둔 나이에 아이처럼 방 안에서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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