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낯선 빛의 세계

AI라는 교실에서 보낸 산고(産苦)의 기록

by 시가 별빛으로 눕다

1. 14권의 훈장을 내려놓고 책상 앞에 앉다

글농사를 지어온 지 수십 년, 내 서재 한쪽에는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14권의 자식 같은 저서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누군가는 나를 '중견 작가'라 부르고, 누군가는 '베테랑'이라 치켜세운다. 네이버에 내 이름을 검색하면 작가 프로필이 뜨고, 브런치에는 매일같이 내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그 모든 훈장을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내 나이 예순을 훌쩍 넘긴 어느 날, 나는 다시 초등학생이 되었다. 이번에 내가 입학한 학교의 이름은 '디지털 인공지능(AI)' 학교다.

새로운 책을 기획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무모한 약속을 하나 했다. "시니어를 위한 AI 사용법을 쓰되, 그 과정 또한 온전히 AI와 협업하여 완성하리라."

처음엔 쉬울 줄 알았다. 이미 14권의 책을 냈던 관성이 있으니, 도구만 바뀔 뿐 본질은 같으리라 자만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원고지 위에 만년필로 꾹꾹 눌러쓰던 아날로그의 호흡과, 실시간으로 변하는 AI의 인터페이스는 결이 달랐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앉아 처음 연필 잡는 법을 배우는 아이처럼, 떨리는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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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등(Spine), 그 미세한 간극에 갇히다

본격적인 집필이 시작되자 고난은 비바람처럼 몰아쳤다. 가장 먼저 나를 좌절시킨 것은 원고의 내용이 아니었다. 바로 '책등(Spine)' 만들기였다.

그동안의 출판은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알아서 해주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인 출판의 과정을 온전히 밟아보고자 했던 욕심이 화근이었다. 페이지 수에 따라 책등의 두께를 밀리미터(mm) 단위로 계산하고, 앞표지와 뒤표지 사이의 중심을 잡는 일. 화면 속의 숫자는 자꾸만 어긋났고, 디자인 툴은 내 마음을 몰라준 채 자꾸만 엉뚱한 곳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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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2년여 동안 요양시설에서 치매 노인들과 함께 하였고 현재는 AI,인권, 노인의 성,치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와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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