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얄밉다. 나는 자청이 되게 꼴보기 싫었다. 관심만, 이목을 끌려고 하는 수완 좋은 사업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업에 관심이 있던 차에 친구가 이 책을 선물 해주었다. 뭐하러 이런 놈한테 돈쓰냐고 이용당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친구는 쓸모가 있고 도움되는 내용이라고. 자기도 중고를 알아봤지만 중고가 없으니 새 책을 샀다며, 이왕이면 잘 읽으라고 했다. 나는 싫은 소리 좀 했다. 기껏 선물을 했는데 돌아오는 소리가 영 시원찮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나쁜 놈이고 책이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분하지만 어떻게든 책을 구해 읽어보려고는 했다. 다만, 이용당하기 싫었을 뿐.
읽다보니 기분이 더 나빠졌다. 책이 왜이래 잘 읽히지… 내용을 보니 쉽고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게다가 관심이 갔다. ‘자청’이 ‘자청’한 것 같았다. 분명 책에는 논리적인 오류들이 가득했다. 자본 중심적 내용과 어설픈 진화생물학을 기반한 설명. 자본주의와 진화생물학이 흔하디 흔할 만큼 보편화된 세상이니 읽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터이다. 오류가 곳곳에서 출몰하지만, 이 책의 강점은 바로 내러티브. 이 내러티브가 모든 부정적인 면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꿈도 많은 20대들이 읽는다면 논리적 오류와는 상관없이 이 책이 원하는 대로 될 것이다.
내용은 크게 7개로 분류된다. 역행자 7단계 법칙이다. 역행자란 “정해진 운명을 거역하는 자”라고 한다. 인간의 95퍼센트는 순리자로 구성된 것 같다고 하며 나머지 5퍼센트인 역행자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산다고 한다. 이 역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7단계 법칙을 따르면 된다.
1. 자의식을 해체해라
2. 정체성을 만들어라
3. 유전자의 오작동을 극복해라
4. 뇌를 자동화해라
5. 역행자 이론 3단계를 따르라
6. 역행자 법칙의 경제적 자유를 얻는 루트를 따라라
7. 포기하지 말고 계속 위 단계를 쳇바퀴 돌려라
사실 내용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내용일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니던가. 하지만 이 책의 진면목은 내 이목을 끌고 내가 원하던 것을 실천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만화 속 주인공이 말한다. 나는 보잘 것 없고,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고. 요즘 주인공은 현실적이다. 하지만, 매번 다음 화를 보면 주인공은 달라져 있다. 매번 다른 경험으로, 마지막엔 악을 물리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유독 이 책이 행동을 이끄는 이유는, 만화 속 세상이 ‘꿈만 같은’ 만화가 아니라고 이야기 해주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고, 가난한 사람이 느꼈던 것을 ‘나’도 알고 있노라,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달라졌다. 이렇게 내세울 것 없는 사람도 달라졌다. 그러니까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잘못될까 두려워 실행에 옮기지도 못했던 사람들은 책에서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었던 사람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노라 자신감을 얻는다.
우리가 아는 것은 매우 많다고 자부할 수 있다. 과거 조상들에 비해 얼마나 많은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가? 시중에 나와있는 ‘그 누구나 아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자기계발서을 읽더라도, 우리가 가진 지식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우리를 그 지식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 그 지식에 따라 행동한다면 더욱 발전한 내가 될 것을 알면서도 망설이는 이유는 뭘까? 그 지식을 따르는 법은 무엇일까? 실천적으로 우리가 꿈꾼 것을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그 정리한 것을 다시 읽어보았다. …… 역행자라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희열이 갑자기 사라졌다. 친구들에게 역행자를 읽지 말고 내 요약본을 보라고 하려했지만, 정리본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 정리본은 오히려 친구들을 방해할 거라고. (이러한 이유로 이 글에도 역행자의 내용을 요약 따윈 쓰지 않았다. 그 요약이란 게 뭐가 중요한가?)
내 정리본은 우리가 ‘냉혹한 현실’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냉혹한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극소수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게 내가 될 확률은 없다. 정말 그것이 현실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아마 힘들 것이고 잘 안 될 것이다. 그 정리본을 읽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건 세상 사람들 전부가 아는 내용인데,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겠냐고 하면서 말이다.
‘자청’은 행동만 해도 1퍼센트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할 수 있다고 한다. 용기를 북돋아준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기분 나쁘지만, 나도 덕분에 그 마인드 컨트롤이 통했다. 그 덕에 지금까지도 글을 붙잡고 씨름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온갖 이유 때문에 못하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 책은 실천을 위한 책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아 이건 이것 때문에 못 해, 저건 저것 때문에 못 해.’라면서 실행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책이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하여 거들떠 보지도 않으려는 지금 우리의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자청이 말한 자의식 과잉은 이런 태도를 보며 말한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그 자의식이라는 것을 고만 가져라 이 말이다. 책을 읽은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갖고 지금 뭔가를 실천하고 있다면 목적을 잘 이룬 것 같다. ‘자청’이라는 개인을 본다면 그 목적은 돈벌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떠한가. 여러모로 성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