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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Jan 09. 2024

당근에서 이런 것도 판다고??

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저는 이번에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할까 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게다가 혼자서 글을 퇴고를 할 때는 자신의 글에서 잘못된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저는 분위기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런데 그런 글은 제가 그동안 쓴 글과도, 저의 기존 이미지(?)와도 너무 맞지 않는 거예요. 그렇지만 어려 페르소나를 가지고 싶다는 뭔가의 멋짐(?)을 가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브런치 프로필을 재정비하며 기존에 썼던 글들은 내렸습니다. 


지금 제 프로필 닉네임은 "공바다"예요. 프로필 이미지도 "바다"죠. 특별히 제가 찍은 거랍니다. 이렇게 프로필을 꾸민 이유는 분위기 있는 프로필 브랜딩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글을 쓰고 있네요. 좀 더 부연하자면, "바다"라는 것은 약간 여성과 남성의 중간이지만서도 여성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어요. 속성이 여성의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적으로죠. "바다"라는 여자 이름은 많고 또 잘 어울리지만 남자가 "바다"라면 조금은 의아할 것 같은 느낌으로요. 뭔가 부드럽고, 모나지 않고, 한 없이 넓으면서도 어디로든 흐를 수 있는 유연함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런 느낌입니다.


서론이 길었죠? 제 성격이 원래 서론은 길지만 끝이 엉성한 편이에요. 보통 그걸 용두사미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글을 쓸 설레발을 다 했는데도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네요. 글 쓸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눈팅만하다 이곳저곳을 찾아 해매다보니, 당근마켓 동네생활란에 글쓰기 모임이 보이더라고요. 가입하여 얘기했던 채팅 내용을 보니 주기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 서로 피드백을 하는 모임이었고 마음에 들어 2회차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가하게 되었네요. 


가입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왠걸.. 저와 방장님 단둘만이 모임에 참석했더라고요. 모임에는 4명인가 5명이 가입되어 있었는데 다들 스케줄 문제로 오프라인 모임이 힘들다고 하셨어요. 게다가 오프라인 모임에 일정이 다가올수록 연락이 뜸해지기도 했고요. 


그 날 모임은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약속 시간보다 시간이 남아 친구와 근처 놀이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슬슬 약속 시간이 되자 아무리 보아도 글을 쓰실 것 같은 비주얼의 여성 분이 앞 아파트에서 나오시는 것 아니겠어요? 친구랑 귓속말로 "저기 아파트에서 나오신 분, 내가 가입한 글쓰기 모임 회원 분 같은데?"하면서 얘기하면서 약속 시간에 맞춰 카페로 걸어갔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놀이터 앞 아파트에서 나오신 그 분이 저희와는 반대 방향에서 카페 쪽으로 걸어오셨고, 역시나 알고보니 방장님이셨습니다. 


저는 통상적으로 당근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처럼 "혹시 당근 모임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어떤 만남이든 처음엔 도대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번 카페에서도 글쓰기 모임 회원 분이 아닐 수도 있는 생판 처음 본 사람에게 "혹시 글쓰기 모임 회원이세요?"같은 깊숙한 질문은 제 생각엔 너무 쌩뚱 맞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좀 더 일반적인 질문을 하게 된 것이죠. 


"혹시 당근(모임)이세요?"

서로 그렇게 통성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장님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시면서 지역에서 글쓰기를 하며 서로 피드백을 해줄 사람을 찾고 계셨습니다. 저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같이 꾸준히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하였고, 어찌저찌 이야기가 잘 돼서 다음 오프라인 모임까지 같이 했죠.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마다 항상 고민이 되는 게 있어요. 첫 만남에 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은 되도록 지양하거든요. 그렇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만날 때는 그런 게 제어가 안 돼요. 저는 누군가가 물어보면 무조건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에 말을 하다보면 그때의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가 꼭 결국 후회하죠. 


후회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런 강렬한 만남이나 기분이 계속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럼 결국 그런 만남은 계속 이어지지 못하죠. 저는 술을 먹고 이야기 하는 걸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술을 마셨을 때와 보통의 나의 온도 차이 때문이죠. 술을 먹고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것처럼 이야기하다 술이 딱 깼을 때는 그런 텐션을 못 따라가는 제가 싫은 거죠. 


다른 분들은 더더욱 유연하게 생각하고 저와는 다르게 행동하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한 것에 후회해요. '그 당시의 적극적임이 다음 만남에 지속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만약 그 당시의 기분과 지금, 현재의 기분이 같지 않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결국은 이도저도 아니게 되면서 나에게도 실망하게 돼요. 분명 상대방은 '얘가 나와서는 긍정적이었는데 왜 그만 만나고 하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다른 사람을 항상 일관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제가 지쳐 일관하지 못하게 대하곤 하죠.


물론 이제는 제법 연륜이 생겼어요. 지속되지 않아도, 현재 그 당시가 진심이어도(그 당시 때만 그 상태가 진심이어도) 그렇게 일관성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느끼고 있죠. 그래도 항상 경계하고 있어요. 이번 만남을 평가하자면, 이번 만남은 약간 상당히 위험했어요. 


여하튼 지금까지 모임은 굉장히 긍정적이에요. 서로의 긍정적인 것들을 불러일으키고 싶네요. "지금"은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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