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내용은 아닙니다.
1. 젠더 논쟁을 하는 공론장이었다. 장혜영이 있더라.
젠더이슈에 대한 이견을 나누는 자리였지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어쩌다가 게임 불감증 이야기까지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다. 내가 "요즘은 어떤 게임을 봐도 확 끌리지가 않아요."라고 말을 꺼내자 장혜영이 '위어드'라는 제목의 게임 하나를 추천해 주더라.
우려와 달리 페미 PC와는 상관없는 게임이었다. 중세정도 될 법한 시대배경의 한 국가에서 왕이 정당한 후계자를 남기지 못한 채 사망한 상황으로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이 나라에는 소위 '두메'라고 불리는 왕 아래 하위 '대감님들'이 삼백명즘 있는데(러시아에서 의회를 칭하는 '두마'라는 워딩이 연상된다.) 게이머 역시 한 명의 '두메'이다.
게이머의 목적은 한 명의 두메로써 마키아벨리적인 더럽고 비열한 수단들을 동원해서 자신을 제외한 다른 '두메들'을 제거해 유일한 권력자가 되고 나라를 찬탈, 권력을 독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비열한 계략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어버이와 자식이 모두 두메인 상대방에게 계략을 써서 가정불화를 유발하고 부모와 자식이 서로 칼부림하면서 그렇게 자멸하게 유발할 수 있었다. 이게 게임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략으로 기억한다.
2.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군대의 소대정도 될 법한 사람들이 부족을 이루고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이 세계관을 창조한 나의 무의식 배경이 '군대'였는지 남녀의 성비가 처참하게 망가져있는데, 여자가 거의 없는 매드맥스 세계관 급 성비가 나타난다.)
모든 부족이 다 평등하진 않다. 일진?이라 할 법한 잘 나가는 부족집단이 있는 반면 찐따라 할 만한 천한 서열의 부족집단도 있는데, 불행히도 필자가 소속된 부족은 그 찐따부족에서도 순위권을 다툴 법 한 아주 하찮은 부족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그 찐따부족 내에서 조차 서열이 낮았고 말이지ㅇㅇ
이 꿈속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개의 부족이 있었는데(편의상 A와 B라고 칭함) 게 중 A부족 사람들은 매번 우리 부족의 영역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힘없는 우리는 그저 말없이 고개 숙인 채 굴욕의 인내를 강요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무리의 '공구들'을 점검하던 나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망치와 연장들에 창처럼 긴 나무 막대를 연결해 무기처럼 만들어 놓게 되었다. 그런 행위를 한 이유는 나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강한 충동이 들었다. 그렇게 기다란 여러 '무기'들을 만들어놓은 찰나, A부족 대장과 측근 몇 놈이 또다시 우리의 영역으로 침범해 들어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여어~ 좆찐따 새끼들아! 큰 형님 오셨는데 대접 안 하고 뭣들 하냐?"
우리 찐따 무리의 선임들이 작은 소리와 눈짓들로 '우리들'에게 경고를 했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눈 마주치지 말고 깔아라. 조용히 참고 가만히들 있어라... 그렇게 '눈 깔고' 바닥만 보고 있던 우리의 눈에, '아까 내가 열심히 만들어 놓았던 연장 무기들'이 아련하게 들어왔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움찔? 하려던 찰나, '우리'중 하나가 그 무기 한 점을 들고서 A족 대장 앞으로 나아갔다. "그만 두지 못해?!"
... 충격적인 상황에 우리 모두 동요하기 시작. '남은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이 그냥 들이받아? 아님 "저 녀석이 미쳤나 봐요^^ 쟤만 미쳐서 그런 거니 쟤만 처단하시고 남은 우리는 살려주세요^^;;" 이렇게 나가야 하나? 그렇게 서로가 고뇌에 차 있는 중에서도, '무기들'은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통해 무언가를 계속해서 '호소'하고 있었다.
결국,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무기를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 그렇게 다들 뛰쳐나가 시비를 걸러 찾아온 A족 다섯 놈에게 나아갔다.
...
장면이 바뀌고, 'A족 포로들'이 피투성이 초주검이 된 채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반기를 주도해 순식간에 부족 내 입지가 올라 이젠 지도자급이 된 내가 연장들로 '초주검들'을 툭툭 치며 물었다.
나 : "이거 뭐 이렇게 곤죽들을 만들어놔서 인질로 써먹지도 못하겄네. 뭐 좀 써먹을 수 있을 만한 놈은 없나?"
다른 구성원 : "여기 하나 있습니다. 세환님."
그곳으로 돌아보니 그나마 상태가 멀쩡한 A족 여자 하나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 포로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너희처럼 우리에 대해 앙심을 품은 일부 무리들이 반역 시도를 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계속 있었지. 그걸 그냥 넘어가지 말았어야..."(퍽!)
바로 발길질이 날아갔다.
"아놔 이 쒸X련 말 줬나게 많아! 혓바닥 더럽게 기네 씨팔!"
다들 알 것이다. 꿈속에서는 '폭력'을 휘두르려 해도 마치 물속에서 손 발을 움직이는 마냥 굼뜨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거. 그런데도 이 때는 팔다리가 비교적 쑥쑥 잘 뻗어나가더라. 아마 그간에 쌓인 울분이 많아서 아니었을까 한다.
...
승리의 기쁨도 잠시. 다음 문제를 고민해야만 했다. A족은 어느 정도 정리됐다 하더라도 아직 B족이 남아있다. 이제 B족도 상황을 알았을 거고, 부족 간의 지엄한 서열 질서를 어지럽힌 우리를 가만 놔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누가 먼저랄거 없이 다른 모든 주변국가들이 '혁명 프랑스'를 응징하러 나온 것처럼 말이다.
B족의 대장은, 아포칼립스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거대 이족병기를 타고 다니며 그 위압감으로 다른 부족들을 압도하길 즐겼다. 우리가 이 병기를 어케 상대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족보행병기는, 이미 망가진 병기의 '주행'기능만 간신히 복원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아마 다른 전투적 기능은 수리되지 않았을 확률이 큽니다. 결국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거대한 깡통 덩어리'일뿐인 거죠. 거대 '깡통'이 몸을 가누기 쉽지 않을 좁고 복잡한 시가지 골목으로 놈을 끌어드리면, 우리가 제압할 방법이 없진 않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번 꿈은 종료.
3. 계속 '18'이라는 수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17까지는 모두 동일, 괜찮음. 하지만 18부터는 서로 갈라짐. 서로 다른 기억. 그 '다름'을 수긍해야만 함.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 이런 문구들이 뇌리에 반복적으로 오갔다. 의미는 모르겠다.
4. 이제는 우주 SF시대. 우리 함선의 함교에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아주 나쁜 빌런을 운 좋게 잡아서 붙들고 있었다. 사악한 우주 바이러스를 유포해 많은 이들을 좀비처럼 만들어버린 악질 중에 악질 빌런. 그 빌런을 잡은 내가 외쳤다.
"야! 내가 잡았어! 이 빌런새끼 내가 잡았다고! 밧줄로 묶고 감금하자!"
그런데.. 대부분 공이들 회원인 사람들이 나를 닭 쫓던 개처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반응들이 없었다. 애써 내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하는 분위기.
"야! 내가 드디어 잡았다고!"
"..."
그때, 우리와 뭔가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 함선에 타 있었던 한 기업의 CEO 아조씨가 내 곁에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이 (빌런)분은 지금 은하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OO그룹 회장님의 차남이십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피했는지를 알게 되니 더욱 분노가 치밀더라. 너 이 새끼 잘 걸렸다! 오늘 그냥 나랑 같이 죽어보자! 나는 '빌런'을 더 강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두 다리를 아예 부러뜨려놓았다. 이때도 폭력이 시원시원하게 잘 발산되더라..), 빌런은 의자에 결박된 채 피투성이 초주검이 되었다.
그때, 마침 우리 함선에 와 있던 OO그룹의 이사 한 명이 피투성이가 된 빌런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귓속말을 가장하면서도 정작 내가 다 들을 수 있도록 말이지.
"도련님. 지금은 웃으셔야 합니다."
그러자, 피투성이가 된 빌런이 진짜 '빌런처럼' 씨익 웃더라? 그게 나를 더욱 자극했고 구타가 다시 시작됐다. 그러자 '그 이사'는 또 빌런에게 귓속말로 웃으라 주문했고, 빌런은 다시 웃고, 나는 구타를 반복. 이 꿈은 여기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