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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탄핵 인용을 자신할 수 있는가?

만약 기각이라면, 이후 우리에게 펼쳐질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by 박세환

탄핵 판결이 늦어지자 많은 민주진보인들은 "헌재 빨리 결과발표 안 해?!"라 외치며 헌재를 몰아붙였다.

빨리 판결하라는 몰아세움.. "어차피 결과는 우리의 승리!"라는 강력한 자기 확신 없인 나올 수 없는 태도이다. 지금 찬반비 6:2가 나오지 않아 기각이 확실하다고 상황을 진단했다면, 민주진보는 정 반대로 '판결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전술한 바와 같이, 민주진보 쪽 너무 많은 친우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보나 마나 인용!"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 정국이 시작된 초기부터 계속 표출해 온 불안감이기도 한데.. 솔직히 나는 좀 두렵다. 기술적(?) 층위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민주당의 제도 수정과 줄탄핵에 대한 예고가 혹여라도 머법관들의 심기를 긁었다면 어떡하지??


민주진보 쪽에서 소수이긴 하지만 더러는 기각 쪽으로 확신하는 이도 있긴 하다.(그 자신이 이를 원치 않음에도..) 그럼 나는?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기각이 확실하다."라 확정적으로 말은 못 하겠다. 인용도, 기각도, 어느 쪽으로도 확신은 서지 않는다. 그저, "보나 마나 140% 인용 확정!"이라며 상황을 낙관하는 민주진보인들을 바라보며 못내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 뿐이다.


기각을 원치 않더라도, 기각이 될 확률이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면 만에 하나 '그 우려하던 결과'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비교적 더 안정적인 정서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건 '감히' 그것을 상상할 수 없다가 '그런' 결괏값이 나와 버리게 된다면?

사람은 광기로 뒤덮이게 된다.


만에 하나 기각이 나온다면, 그다음에 우리에게 펼쳐질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는 겁이 많다. 6년 전 방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이래 지금까지의 여정은 어찌 보면 그 두려움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그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 나름 애를 썼다. 그런데, 요즘은 다시 내면에서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이, 시대가 좀 무섭다고 느껴지곤 한다.


여전히 나와 함께해 주는 이들이게 미안. 겁이 많아서.


+계속해서 반복하는 말이지만 한국의 헌재는 정치기관이지 사법 전문 기관이 아니다. 정치적 결론을 정해놓고 이에 끼워 맞추기 위해서 "경국대전"내지 "관습헌법"까지 들고 나오는 게 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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