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말하며 차별을 연주하는 사람들
누군가 제도권 공론장, 특히 '민주진보' 공론장에서 "이대녀는 정체성 이기심에 찌든 노답 꼴페미일 뿐, 정치권은 그들의 눈치를 그만 봐야."이런 주장을 했다면, 그 사람은 민주진보 세계에서 영구제명될 것이다. 명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런 발화 자체가 '존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민주진보의 공론장에서 "이대남은 혐오사상에 찌든 극우집단이니 정치권은 더 이상 그들의 징징거림에 끌려다녀선 안된다."와 같은 주장을 한다면, 이는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주장'으로 용인된다. 논란이 있을 수 있고 반박이 뒤따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런 말은 꺼내는 것조차 금기”로 치부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주장의 적절성을 떠나 주장의 존재 자체가 용인된다는 점에서 이미 위의 입장과는 대우부터가 다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온 정서의 기울기.
젠더 문제에 대해 줄곧 가지고 있었던 가장 근원적인 거슬림이 있었다.
"남자는 좀 맞아도 되는데, 여자는 그러면 안 된다"라는 전제. ‘진보’가 말하는 정의이고, ‘공론장’이 허락한 균형이며, ‘페미니즘의 승리’가 남긴 문화적 함의.
사실 이런 전제가 깔려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젠더세계는 평등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젠더문제에 대한 나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의식이 바로 여기서 시작했다. 강남역 사태부터, 혹은 그 이전 메갈 사태 때부터,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오래전부터 말이다.
남자는 패고 굴리고 좀 함부로 해도 된다면
여자도 패고 굴리고 좀 함부로 해도 되어야 한다.
어찌 여자를 그리 취급할 수 있냐고, 여자는 한 떨기 꽃처럼 세심하게 다루어주어야 마땅하다면
남자 역시 한 떨기 꽃처럼 세심하게, 똑! 같! 이! 다루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하고 있는 '평등'이다. 페미니즘이 몰랐던, 혹은 알면서도 외면한 바로 그것 말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대꾸가 달리곤 했다.
"마! 남자가 여자랑 같냐?"
"나암자가 돼가지고 말이야! 쪼잔하게 그런 거 하나하나로 여자를 이겨먹으려 드냐? 고추 떼 인마!"
"남자는 여자랑 같을 수가 없어! 남자는 좀 더 거칠게, 투박하게 다루어야 하는 거야!"
페미니즘과 가장 거리가 멀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페미니스트들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페미니즘과 함께하는 동시에 “여성은 약자이고 보호받아야 하며, 남성은 강하니 고통을 감수해야 마땅하다.”식 가부장제의 낡은 정서를 누구보다도 성실히 대변하는
전근대 봉건적 마인드에 찌든 지난 시대의 씹퇴물. 시대적 폐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똥마초 버러지들의 답변 말이다.
이중잣대의 페미니스트들과 가부장제의 망령들은
서로를 상극이라 말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같은 라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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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76675...
본문 짤의 기사.
제목에 어그로성이 있긴 한데 내용은 (민주진보임을 감안 해서..)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민주진보인들의 젠더갈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알아보는 건, 명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는 걸 고려했을 때 더더욱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