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세대

바보야. 문제는 '세대'야!

바야흐로 7년 전. 박근혜를 앞세운 보우 우파는 너무나 막강했고, 좌쪽에서 아무리 때려 박아도 딜이 박혀 들어가질 않았다. 무수한 좌파 동지들은 좌절하고 있었다.  

"아... 우리는 끝났어... 무즌 짓을 해도 박근혜의 이름으로 똘똘 뭉친 우파들을 이길 수가 없어ㅜㅜ"

그럴 때마다 난 그들을 향해 말하곤 했다. 

 "무조건 존버 타라.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 아닐 것 같지만 그렇게 된다!"

그리고 오늘ㅇㅇ

...

혹자는 "박근혜 시절 보름달 전성기를 띄웠던 보수우파가 너무 방만해졌고 잘못을 많이 범해서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라고 한다. 순실이 때문에? 황교안이 너무 무능해서?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이며, 개인적으로 거기에 가중치를 두는 이라면 정치를 잘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잘못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패배한다."가 정말 사실이라면, 민정계 우파 정당의 계보는 87년 민주화 때, 그리고 IMF를 거치면서 완전히 멸절되었어야 마땅했다. 향후 민정계 우파 정당들이 아무리 삽질을 했다 한들, 독재의 원죄와 IMF의 원죄를 띄어 넘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민정계 우파 정당의 계보는 오늘날에 와서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잘잘못에 의한 일?

박근혜 시절 내가 좌절하던 좌파 친구들에게 '존버'를 이야기했던 것은 애초부터 한국정치의 흥망은 정치적 잘잘못에 의해 가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 그건 바로 '세대'다!

87년 체제 이후부터 정치분석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 나라엔 정말 '나라를 팔아도' 민주계 정당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15%가량 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디폴트 값'인 것. 그리고 지금 이들은 '우파들'에게 죽도록 욕을 먹고 있는 중이다.("X발 먼 짓을 해도 묻지 마 민주당 문재인인 대가리 폭발한 새끼들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네!!")

그런데 이들을 욕하고 있는 우익 우파들이 망각하는 사실은, 삼당합당 이후 민정계 정당엔 그 '디폴트 값'이 25%로 적용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느그들이 아무리 욕을 하고 펄펄 뛰어도 그 "디폴트 값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더 많은 이득을 보아 왔던 건 민주계가 아니라 민정계 너희들이었다고ㅇㅇ

그리고 이 디폴트 값은 지역도 지역이지만 '세대'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간단하게, 우리가 '산업화 세대'라 부르는 이들이 민정계 우파 정당의 디폴트 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민주화 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민주계 정당의 디폴트 값을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 '디폴트 값'은 단순히 최저치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좌우가 비슷비슷한 모습을 보였을 때, 큰 틀에서 표를 가져가게 되는 전반적인 비율을 의미하기도 한다. ㅇㅇ2:3)

그런데 좀 냉혹하게 말해서, 나이가 많은 '산업화 세대'분들은 결국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차츰 사라져 가기 마련이고, 그때마다 정치시장엔 파릇파릇한 20대들이 영입되게 된다.

아! 물론 포스트 민주화세대가 다 민주당 성향인 것은 아니다. 누차 언급한 말이지만, 이들은 좌도 우도 아닌 성향을 가진다. 그러나, 선대 세대들의 그 천편일률적인 나누어짐 구도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정치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이들인 것이다!

...

민주당이 이겼다. 거의 더블스코어로 이겼다. 

내가 말했던 "존버 하라!"는 정확히 들어맞았고, 이것은 결코 순시리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라면, 민정계 우파 정당들의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고 어두울 것이다. 

+구려 터지고 케케 묶은 그 곰팡내 나는 '기성 우파'를 버리고 '신흥 대안 우파'로 갈아타서 젊은 대안 우파들을 대거 포섭하지 못한다면 말이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