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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Aug 27. 2022

준스톤과 대통령 허니문

허니문 박살내기

이제는 거의 잊혀가는 정치 개념으로 '허니문'이라는 게 있었다. 나날이 강해져 가는 개념인 '레임덕'의 정 반대 개념인데, 말 그대로 새로운 정권 출범 초기엔 정권이 좀 멍청하고 등신 같고 10 슈레기 같아도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어지간하면 좀 그러려니 봐 주고 넘어가던 '옛' 풍조를 말한다. 


보통 집권 1년 차이면 여야가 다 협조해줬는데 같은 여당 여권이면 3년 차까지는 반론 없이 협조해 주곤 했다. 


이게 원리원칙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옳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정권이양의 불안정한 시기에 정치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풍조가 깨졌다.


...


누가 뭐라 해도 요 근래 정치계 최고 이슈는 준스톤을 둘러싼 잡음들일 것이다. 이준석이 윤석열의 '허니문'을 부순 것이다. 그것도 (유승민 때처럼..) 그냥 흠집만 낸 게 아니라 아주 개발살을 내 버렸다.


이준석 개인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할 만하지 않겠느냐 하는 견해도 인정은 하는데, 사실 윤석열 이전에도 새 정권 들어선 이후 너무 유능하고 공이 높은 공신들은 정권 안정 차원에서 솎아내는 정치공작들이 더러 있어왔지만 그렇게 내 쳐진 공신들이 억울하고 원통해도 '일단은' 좀 참아주는 게 상례였다. 


"저도... 뭐, 하고 싶은 말이 없겠냐만... 뭐, 일단은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시기가 적절치 않은 듯하고 일단 지금은 새 정부의 성공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제가 제 말씀을 드릴 날도 있겠죠. 그럼 지금은 이만..." 


"저기요! 그렇게 끝내지 마시고 한 말씀만 더 해주십시오!" 


"저기요!"


그런데 이준석은 '이 전통'을 부쉈다. 새 정권 초기부터 억울하고 잘못된 거 잘못됐다고 꼬치꼬치 집어다가 동네방네 다 퍼뜨리고 다니는 중이다.



...


정치공학적으로 봤을 때, 준스톤이 저러면 민주진보진영이 더 유리해지는 거 맞다. 당연히 기성 우익우파하던 사람들 입장에선 빡친다. 


준스톤은 5.18까지 팔아가며 억압받는 민주투사 코스프레를 하지만 사실 정말 윤정부가 압제 정부였다면 지금 준스톤은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마티즈 보냈지. 지금 준스톤이 맘 놓고 '저러고' 다닐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윤석열 정권의 취약한 기반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뭐 우익우파의 오래된 골수 최순실들(핵관이, 무속, 교회, 자본가, 군부, etc..)이 한 번 더 편하게 땡겨 먹으려고 애초부터 작정하고 끌어올린 허수아비였으니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ㅉㅉ


가장 궁금한 건, 지금처럼 저러는 게 준스톤 입장에서도 좋을까? 하는 점이다. 


몇 해만 꾸욱 참고 입 다물어 주다가, 어차피 이번 정부 하는 꼬락서니로 봐서 3년쯤 지나면 레임덕 올게 뻔하니까 그때 가서 준스톤이 "내 지금까진 꾸욱 참고만 있었는데~ 이제 슬슬 입을 열 때 되지 않았나 해서 말 좀 해 보련다." 이랬으면 사람들의 반응이, 특히 우익우파쪽 여론 반응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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