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먹는 법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은 소고기를 먹을 줄 몰랐다. 그래서 어렸을 적 어쩌다 집에 비싼 소고기가 들어오면 양념을 쳐서 먹거나 찌개/국에 넣어서 그냥 먹었더랬다.
물론 구워서 먹었던 적도 있지만 구울줄을 몰라 삼겹살처럼 대충 바싹 익혀 먹곤 했는데, 그렇게 구워놓으면 삼겹살보다 맛이 떨어지거늘 당최 왜 이 고기는 삼겹살보다 값이 비싸단 말인가!
그러다 5년 전 기나긴 방구석 삶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소위 '소고기를 구울 줄 아는' 일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아, 사람들이 소고기~소고기~ 하는 게 다들 이런 걸 말하는 거였구나!"하고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살살 녹고 기가 막힌 감칠맛이 있었다니..!
소고기는 바싹 굽는 게 아니었구나!
미쿸 스테이크를 주문할 때 한국인은 보통 웰던을 선호하는데 양놈들은 미디엄도 아니고 레어로 주문해서 겉만 살짝 익한 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생으로 처먹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역시 양놈들은 오랑캐라서 그렇구나~ 했었는데 뭘 모르는 건 나였지 그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소고기를 먹을 때, 붉은 부위는 피라서 그대로 남아있으면 안 되는 건 줄 알고 살았다. 따지고 보면 피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나도 혼자서 소고기를 굽는 방식을 익혀야겠다 해서 어쭙잖게 봐왔던 걸로 어설프게 흉내를 내 보았는데 아무래도 소고기는 (아무렇게나 대충 바싹 구우면 그만인..) 돼지고기 삼겹살보다 어렵다. 너무 익히면 푸석푸석해서 맛이 없고 덜 익히면 질겨서 못 먹는다.
어제 친구가 구워주는 소고기 먹으면서 그간 손해 보고 살아온 인생에 대해 회한을 느끼며 적는 글이다.
+또 먹고싶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