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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Nov 20. 2024

여러분들. 저의 일부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성패는 본질보다 프로파간다에 의해서

1~2년 동안 과거와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는 고로 부분에 대해 공표(?)해볼까 한다.


자신들이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여긴 일부 페미 피씨 리버럴 신좌파들이 간혹 자기반성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차마 사상의 내용 그 자체는 비판 못 하고 "우리 사상의 내용 그 자체엔 문제가 없는데 그저 우리가 이를 대중들에게 프로파간다 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차질이 있었던 것 같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를테면 류호정.


그리고 필자는 이때마다 "내용 자체가 쓰레기인 건 절~대 말 못 하고 그저 포장지 탓으로 모든 걸 돌리려는 얄팍한 수작질!" 즈음으로 폄하해 왔는데, 아마 3년 이상 된 오래된 페친들은 그러한 필자의 글들을 몇 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약간의 생각변화가 발생했다.





물론 사상의 내용 자체가 옳냐 그르냐를 논하는 건 정치사회 논의의 장에 있는 우리 같은 이들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층위로 접근했을 때, 어떤 사상계보의 성패가 그저 순수하게 포장지 속 내용물의 '정직한 실체'에 의해서만 판가름 나는지 진지하게 질문해 본다? 답은 글쎄..?

만약 내용 그 본질에 하자가 있는 사상은 정치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명제가 사실이라면, 1930년대 독일에서 나치의 엄청난 정치적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치사회를 논할 때 중점적으로 보는 관점이 '물리물질실질(유물론)'에서 갈수록 '정신문화관념(관념론)'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필자의 상황과 다소 연동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필자는 이제 '순수하고 솔직한 내용물 그 자체'가 정치시장에서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명제는 거의 믿지 않게 되었다. 정치 시장에서의 승패는 많은 경우 내용물에 상관없이 포장을 얼마나 이쁘게 잘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정말 적나라하게 말해서, 우리 인간은 그 내용물이 X이라도 그걸 예쁘고 기분 좋게 잘 포장해 건네주면 그걸 좋다구나 받아서 얼마든지 퍼먹을 수 있는 존재이다. 여기엔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말을 하고 있는 필자 본인 역시 포함이고ㅇㅇ

심지어 그러한 인간의 본성이 애써 '틀렸고 나쁘다!'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인간에겐 '포장'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게 지난 문명사 5천 년간 우리 인간이 '예절'이라는 개념을 그렇게 신성시해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일단의 페미피씨들이 애써 페미피씨 그 내용 자체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서 자신들의 실책을 그저 '포장의 문제', '프로파간다의 실패'로 한정한다 한들 그걸 원론적으로 '틀린 접근'이라고 비난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프로파간다 기법에 대한 분석 및 평가 자체도 아전인수식 엉터리로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들을 보건대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는 (소위 페미 피씨에 맞선다고 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돌아봄이기도 하다.

전술했듯, 우리는 페미 피씨를 극복해 낼 더 좋은 관점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 과업'을 잘 해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정치시장에서의 성공과 승리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상품'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이를 퍼뜨리는 프로파간다 작업에서 개판 치면 우리의 정치적 성취는 계속 초라한 수순에 머물 수밖에 없다.


'프로파간다'라는 개념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더 나아가 프로파간다 그 자체가 본질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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