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여기서 2시에 비지니스 미팅이 있어서 옴. 미팅 끝나고 차나 한잔 할까?'
'그렇구나 나 있는 곳이랑 멀다. 차 타고도 10분쯤 걸릴 듯.
그리고 내가 일이 좀 많았어.
작년에 아이가 하늘나라 갔어. 6개월쯤 되었네. 아직도 정신이 없어. 그저 멍하니 정신줄을 잡고 있다'
'어머! 이게 무슨!!!!!!' '끝나고 전화할께 아이고,,,, 세상에나,,,'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
'아니야 내가 사람 만나는게 힘들어' '전화도 하지 마라' '그냥 그대로 놔둬주라'
이 친구는 내가 큰애 임신했을 때 만난 친구이니, 큰애가 올해 2말3초쯤되는 나이니 벌써 30년째 아는 친구다. 6개월 전쯤 스스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아이는 군대도 잘 다녀오고 작년이나 올해쯤이 대학 졸업반이었을터. 우리집 큰애보다 한두살 어릴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나,,, 무엇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할수밖에 없었을까. 내 친구는 어찌할까... 다른 자녀가 있다 한들 그 슬픔이 줄어들리 없겠지만 이 친구는 단지 이 아들 하나였다. 어찌 살아가고 있을까.. 죽지 못해 살겠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위로도 소용없고, 그냥 나를 뒤집기만 할 뿐. 시간이 더 흘러야 해' 라고 말하는 친구.
시간이 얼마가 흐른들,,, 아이가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럴수는 없을 것이다.
'하던거 계속 하려고 연극도 뮤지컬도 보는데 재미가 없어. 모든 일상이 무미건조 그래.'
'근데 지금 이러는 것도 큰 문제 안된대. 밥 먹고 잠자고만 되두 된다고 해서 수면제 먹고 공황장애약 먹고 우울증약 먹고 살아.'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냥 오늘만 살아'
'매일매일 오늘만'
이러면서 ... 그저... 하늘에서라도 평안하라고, 더이상 아프지 말라고, 날더러 기도나 좀 해달라고 한다.
'실은 내 막내동생도 1년전에 하늘나라 갔는데... 걔는 알코홀릭이었거든. 근데 아직도 잘 실감이 안나. 그냥 걔 살던 곳에 살고 있을 것만 같고' 친구도 아직 애 자취방에 가면 애가 멀쩡히 살아있을 것만 같단다.
내 막내동생은 천국에 잘 있겠지.
아마도 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만 해 주시던 할머니 품에 안겨, 할머니께 등을 쓰담쓰담, 생전에 장님이셨던 할머니는 생김새를 확인하고자 종종 사람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시곤 했었는데 그렇게 막내 얼굴도 가만가만히 만져보셨겠지.
내 친구 아들도 우리 할머니와 내 남동생이 있는 그곳 천국에 같이 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천국 못간다던데,,,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럴수밖에 없었던 거라면,, 그 아이도 혹시 천국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제발 그렇기를. 친구의 간절한 바람대로 그곳에서라도 평안하기를. 더이상은 힘들지 않기를.
우리 할머니 돌아가신지가,,, 너무나 오래되었네. 한...25년쯤 되었으려나. 설마 30년쯤?
세월 참... 그야말로 속절없이 흐른다. 엄마는 요즘 종종 '죽고싶다' 고 말씀하신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묵살해버리곤 했는데, 물론 거짓말이겠지만 올해 80에 접어들면서 지인짜 이미 쇠 박은지 오래인 무릎 허리는 말할 것도 없이 온 몸이 안아픈데가 없고, 앉기도 일어서는것 하나도 너무나 힘들고, 한 100미터라도 걸을라치면 숨이 턱까지 차서 무슨 설악산이라도 오른 줄,,,상황이 이렇다보니 몸이 이렇게 아프고 말을 안들으니 죽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종종 올라오시나보다.
그러면서 죽을라면 곡기를 딱 끊으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실제로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시는걸 보셨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서른일곱부터 청상과부였는데 우리 할머니(엄마의 시어머니)를 돌아가실때까지 모시고 살았다. 그럴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버지 없이 애들이 일곱이었는데 엄마가 바깥양반처럼 돈을 벌어야 했으니 우리는 모두 할머니손에서 자랄수밖에 없었던 것.
앞 못보는 장님이셨지만 세상 깔끔하셨던 우리 할머니 돌아가시기 얼마전에 똥을 싸서 이불이며 벽이며 여기저기 칠해 놓으신적이 있었다고... 일평생 그럴리 없었던 분이라 엄마가 그거를 치우면서 우리 엄마가 혼잣말처럼 '아이고 울어머이 상세나셔야겠네(돌아가셔야겠네), 벽에 똥칠을 다 하시고' '흥 그러면 죽어야지뭐' 하시고 난 후부터 할머니가 곡기를 딱 끊으셨다고 했다. 엄마가 말이 그렇지 그런뜻이 아니라고 아무리 음식을 권해도 삐지셔서 안드시고, 막내한테 요쿠르트 같은거를 주면서 내가 드리면 안드시니 니가 드려라 시켜서 막내손주가 가져다 드리면 그거는 드시곤 하셨다고.
그러더니 당신 막내딸을 오라고 하라고 시키셨다고 한다. 엄마가 전화해서 아무래도 어머니가 아무것도 안드시고 좀 이상하니 좀 와서 봐라 해서 막내고모가 와서 엄마 왜그래 암것도 안드시고. 내가 뭘 좀 사다드려? 했더니 영비천을 사오라고 하셨단다. 영비천 한박스를 사와서 따 드렸더니 꿀꺽 드시고는, 하나 더 달라고 하셔서 2병을 그 자리에서 뚝딱 드셨다고. 이제 영비천 먹었으니 됐다고 하셔서, 막내고모는 바빠죽겠는데 영비천 먹겠다고 불렀냐며 그길로 돌아 올라갔는데, 우리 할머니 그 다음날 새벽에 돌아가셨단다. 영비천 드시던 그 순간까지 얼마나 정신이 말짱하시던지..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 그렇게 맑은 정신일때, 한 사흘 딱 곡기 끊고, 그렇게 가고 싶으신가보다. 자식 있는 에미들이라면 다 그렇듯이. 오래 앓아 자식들 괴롭히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죽음이, 생각보다 너무 바짝 가까이 있는 느낌이다.
친한 지인이 비행기 타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도 혹시나,,,싶어 염려가 되고. 무사히 다녀왔다는 소리 들어야 안심이 된다. 나도 사는 날까지 몸도 정신도 건강하게 그렇게 살다가 천국가고 싶다. 천국가면, 우리 할머니나 막내남동생, 다 만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