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치유심리학자 김영아의 힐링 책방(1)
"소상공인으로 살아가기 참 힘드네요."
1년 전 저에게 '소상공인으로 살아가기 참 힘드네요.'라며 찾아온 어느 회사의 대표님이 한 분 있었습니다. 의류업계에서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최저임금까지 오르는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시더군요. 심지어 홈쇼핑과 연결되어 사업 확장의 기회까지 찾아왔지만, 그것마저도 부담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확장을 하려면 미얀마 현지 공장에 상주하며 현장을 지위할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 같지만, 2년 전 같은 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무산된 아픈 기억이 그분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작업 공정 80%를 넘기는 과정에서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던 거죠. 그분에게서 수장의 고뇌와 선택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대통령이 자신의 리더십과 철학에 대해 쓴 책,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를 권했습니다.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큰 꿈을 좇고 그 대가를 치르든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고 무난하게 어울리기 위해 자신의 야망을 줄이거나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다. 평범한 것을 추구하는 데는 쉬운 방법들이 많다. 하지만 위대한 것들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 시몬 페레스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이 책은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이자, 대통령으로서 이스라엘의 발전을 이끌었던 시몬 페레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쓴 자서전입니다. 책에서 시몬 페레스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이스라엘이라는 혁신의 국가를 만들어낸 저력을 두려움 앞에서도 꿈을 갖고 정면으로 맞선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를 찾아온 대표님에게 필요한 것 또한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년 전의 화재 사고와 그로 인해 겪은 관계사들과의 소송들이 끔찍해서 꽤 힘드셨겠어요?"
"그때는 정말 억울했어요. 베트남 공장은 보험 처리도 안 되고, 오히려 공장주가 문 닫고 잠적해 버리는 바람에 정말 어이없었죠."
"만약 화재 사고가 없었다면 그 일로 회사는 꽤 큰 이익으로 한 단계 성장을 했겠네요?"
"그렇죠. 아마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한 결과가 괜찮았을 겁니다."
저는 한 단계 더 들어갔습니다.
"그럼 화재로 힘든 과정이 없었다면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셨을 때 대표님은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한참 고민하던 그분은 다시 돌아간대도 아마 그 선택을 했을 거라고 답했는데요. 이것이 바로 만약을 상정하고 계속 자신의 생각을 좁혀 들어가는 심리학 기법인 'as if 기법'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분은 두려움 너머에 있는 진심에 다가섰습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도약하길 원한다. 실패할 가능성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상은 '위험을 두려워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인지 모른다.
- 시몬 페레스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가끔 우리는 심리적으로 자신이 조금 편해 보려고 가장 쉬운 방법을 찾습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방어기제'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면 불편한 전화를 안 받으려고 문자 상용 메시지로 대체하거나 아예 전화기를 뒤집어 놓거나 더 나아가 누굴 시켜서 '없다고 하라'라고 시키기도 하죠. 방어기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앞서 '없다고 하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합리화'를 쓰기도 하고요. 내 탓이야 하고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 '내사', 남 탓을 하는 '투사'도 있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억상실의 한 형태인 '해리'도 있습니다. 방어기제는 종류도 강도도 제 각각인데요. 무엇보다 자신이 갈등 상황에서 어떠한 방어기제를 쓰는가를 알아두는 것은 자신의 문제 해결법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를 찾아오신 대표님이 주로 쓰는 방어기제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분은 자신의 결정을 주저하며 두려움의 근원으로 들어가 두려움을 제거할 방법을 찾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제나 경기 침체 등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외부적 요인 뒤에 숨어버렸죠. '난 몰라, 난 잘못 없어, 난 오히려 피해자야'라고 하며 남 탓을 하는 것, 바로 '투사'입니다. 방어기제 중에 제일 많이 쓰이고, 쉬운 것이 투사인데요. '투사'의 문제는 상황을 나아지게 하거나 발전적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에 창의력을 북돋아주고 외부의 영감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주지 않으면서 탁월한 성과를 바라는 리더는 조직을 망칠 뿐이다. 미래를 어제와 다르게 보는 과감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런 과감한 시각을 허용하지 않는 조직은, 직면한 위기를 줄이기는커녕, 점점 키우는 지름길로 들어서게 된다.
- 시몬 페레스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기만큼 어려운 적은 없다. 그러니 자기에게 이기는 자는 적이 없다.' 그러면서 타인을 이기려 하기보다 우선 자기 자신을 이겨라. 그리고 사회와 싸우라고 덧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를 찾아온 그분은 어쩌면 자기를 이기기 위한 걸음을 뗀 것이겠지요. 물론 몇십 년을 사고하고 행동해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습관에서 習(습)이라는 단어가 날개 짓을 백 번이나 해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스스로 두려움에 지레 겁먹고 안 되는 것이라고 단정 지으면 더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딛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방어기제는 무엇인가요? 자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방어기제 뒤에 숨은 자신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