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리였지만, 그래도 떠나고 싶었다
나는 1년에 한 번은 꼭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에게 해외는 꽤 늦게 열린 세계였다.
서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캐나다 어학연수를 떠났고,
그전까지는 ‘나랑은 다른 이야기’라며 겁부터 냈다.
그 이후로 여행은 내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여행에서 느끼는 것도 배우는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추억이 쌓였다.
신혼여행을 하며 여권을 처음 만든 남편과는 출발선부터 달랐지만,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해외를 나가다 보니
이제는 남편도 여행이 주는 여유와 확장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같이 보고, 같이 느끼는 경험’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더 또렷해졌다.
올해는 솔직히 쉽지 않은 해였다.
대출을 받아 이사와 인테리어를 했고,
공부방을 오픈했지만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 해외여행은 무리일 거라고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말해왔다.
그런데 11월 말,
마이리얼트립에서 사이판 공구 알림이 떴고
때마침 남편도 “저렴한 사이판 여행이 있더라”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내가 처음 봤던 일정은 켄싱턴리조트 4박 5일, 북부투어와 별빛투어가 포함된 여행이었다.
가격은 남편이 알아본 것보다 비쌌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저렴한 상품은 밤 비행기로 가서 밤 비행기로 오는 3박 5일 일정.
아이들과 하기에는 너무 빡빡했고, 가는 날과 오는 날을 버리는 여행은 아쉬움이 클 것 같았다.
냐트랑과도 비교해 봤다. 냐트랑은 할 게 많아서 오히려 더 욕심이 날 것 같았다.
이번에는 계획 짜고, 동선 짜고, 일정에 쫓기고 싶지 않았다.
공부방으로 이미 충분히 에너지를 쓰고 있었으니까.
결국 ‘덜 아쉬운 선택’을 했다.
비용은 더 들지만 마음이 편한 여행.
할부가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까지 더해 우리는 10개월 할부로 사이판을 선택했다.
여행을 결정할 때마다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사치로 보일 수도 있고,
아이들 친구들만 봐도 유럽을 가고, 1년에 몇 번씩 떠나는 가정도 많다.
비교하면 끝이 없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만큼, 지금의 현실에서 만족하기.’
양가 어른들께도 괜히 눈치가 보였지만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늘 같은 결론에 닿는다.
그래, 잘한 선택이었다고.
아직 내가 만족할 만큼 원생이 채워지지는 않았지만,
전업주부였다가 올 한 해 고군분투한 나에게
이 여행만큼은 ‘쉼’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또 학원은 곧 겨울이라는 가장 바쁜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그전에 숨을 고르고 싶었다.
작년, 재작년에는 일주일이 넘는 여행을 했기에 이번 4박 5일은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다시 보면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하룻밤의 꿈처럼 아득하다.
언젠가는 돈을 더 많이 벌어서 1년에 두 번은 여행을 가고 싶다.
아이들이 더 크면, 더 멀리 가고 싶다.
지금은 그저 상상에 가깝지만 나는 그런 미래를 자주 그려보고,
결국은 이루어질 거라 믿는 편이다.
사이판 4박 5일. 이 여행은 그렇게,
우리 가족의 ‘지금’을 기록하는 첫 페이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