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웠기에 더 설렜던, 사이판으로 가는 낮비행기

밤비행기와는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었다

by 포비포노

그렇게 갑작스럽게, 출발 2주 전에 사이판 여행을 끊었다.

아이들에게 “여행 간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눈이 반짝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날짜를 묻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이들은 이제 좀 아는 걸까. 국내보다 해외가 더 좋은 걸까.
아무튼 그 설렘이 너무 커서 ‘아, 잘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은 늘 내 안에서 가장 큰 욕심이다.
기회가 된다면,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방을 열심히 한다.

언젠가는 꼭, 그 꿈을 더 자주 실현하기 위해서.




1. 밤비행기에서 낮비행기로


지난 몇 년간 동남아 여행을 갈 때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밤비행기를 주로 이용했다.
대체로 6시간 정도 걸렸는데, 불편하긴 해도 아이들이 자는 시간이니 오히려 괜찮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미디어를 제한하는 나는 비행기라고 해서 아이에게 무한정 미디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보드게임, 책도 챙겨가 보지만 아이들이 끝까지 버티긴 쉽지 않다.


자다 일어나 이동하는 건 분명 불편하지만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예전에 밤비행기로 이동했을 땐 아이들이 거의 못 자고

여행 후에는 가족 모두 오전 내내 늘어지게 잔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낮비행기로 이동하니 여행 후 일정에 지장이 거의 없었다.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는데도 아이들은 다음 날 바로 등교했고,
아프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이판은 비행시간이 비교적 짧아서 이번엔 낮비행기를 선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확실히 편했다.


2. 비행기 안에서의 현실 육아


기내용 가방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의 커비> 책을 넣었다.

그런데 비행기 타기도 전에 이미 다 읽어버렸다.


결국 비행기 안에서는 책은 못 보고 다른 것들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의 시간을 케어해주지 않으면 소란스러워지거나
미디어를 끝없이 보게 되니 여행 중에도 나는 늘 ‘관리자 모드’다.


출발 전 미리 아이들 이북과 에픽에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저장해 두라고 했고,
이륙 후 지루해질 즈음 영어책을 보고 → 닌텐도를 하는 순서로 조율했다.


첫째는 비교적 잘 버텼지만 아직 천방지축인 둘째는
“엄마, 얼마나 남았어?”를 백 번쯤 물은 것 같다.


저가항공의 아쉬운 점은 의자도 의자지만 먹을거리다.
목이 말라도 스튜어디스에게 요청해야 종이컵 하나를 받을 수 있어서
나는 꼭 비행기 타기 전 생수를 챙긴다.


늘 밤비행기라 괜찮았는데 이번엔 아이들이 “기내식 먹고 싶어…”라고 말하는 순간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다음엔 여유 있게 기내식 나오는 비행기를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갈 때 <별의 커비>를 한 번 읽고 안 읽는 걸 보고

올 때는 어린이 과학동아 12권을 무겁게 가방에 넣어 비행기에서 보게 했다.

역시 잡지는 여행할 때 최고의 효자템이다.


남편은 유튜브에서 괌·사이판 관광이 망해서 비행기가 텅텅 비었다고 봤다는데,
우리가 탄 제주항공은 가족 여행객들로 꽉 차 있었다.
아이들도 많아서 기내는 꽤 시끌시끌했다.


3. 작고 느긋한 사이판 공항


사이판 공항은 정말 작았다.

제주도의 10분의 1 크기라더니 공항도 무척 아담했다.


전에 빌렸던 사이판 책에서 입국심사가 오래 걸린다고 읽어 조금 긴장했는데
가족 단위로 한 번에 심사해 줘서 생각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올 때도 그랬지만 입국심사 후 대기 공간과 비행기 탑승 대기 공간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어서 그 모습이 괜히 웃음이 났다.


예전엔 인천공항으로 이동 시에 계양역 근처 주차장에 차를 두고 공항철도를 이용했는데
이번엔 인천공항 주차장을 이용하니 이동이 훨씬 수월했다.

아이들도 지하철 타고 이동하는 것이 힘들었는지 이번에는 차만타고 간다니 좋아했다.
다둥이 할인으로 주차비 50% 할인까지 받으니 앞으로도 이 방법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갈 것 같다가 가게 된 여행이라서였을까.
유난히 설레고, 좋았던 기억이 많다.


지금 사진을 보고 있으면 한여름 밤의 꿈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인 사이판 여행기를 써보려 한다.

조금 느리고, 조금 서툴지만 우리 가족만의 기록으로 남기면서.


이 여행이, 열심히 살아가는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오래 기억될 선물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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