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섬과 모든 것이 비교되었다.
사이판 여행을 준비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마나가하섬은 꼭 가야 해.”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특별히 큰 기대도, 철저한 준비도 없이
사이판에 가서 급하게 마다가 하섬 투어를 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만 예약한 상태로 사이판에 갔다.
마나가하섬은 미리 예약하지 않았고, 현지에 도착해서 부랴부랴 알아보는 쪽을 선택했다.
마이리얼트립도 찾아봤지만 네이버에서 검색한 현지 투어가 더 저렴해서
결국 그쪽으로 예약했다.
우리는 기본 투어만 신청했고 바다거북이나 추가 액티비티는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으니 오래 놀 수도 있겠지” 싶어서 종일권으로 끊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조금 아쉬운 선택이었다.
실제로 마나가하섬에 가 보니 대부분 반나절만 머물고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섬이 눈에 띄게 한산해졌고, 오히려 그때부터는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차라리 반나절만 다녀오고 리조트 수영장에서 노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마지막 배를 기다릴 즈음에는 물도 끊겨 모래를 씻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예약한 날 아침, 차량이 우리를 데리러 왔다.
운전기사는 필리핀 사람이었고 차량은 솔직히 깔끔하진 않았다.
담배 냄새도 꽤 났다.
그래도 태도만큼은 친절한 편이었다.
배를 타는 곳의 바다는 의외로 참 예뻤다.
사이판은 풍경이 워낙 단조로운 편이라 조금만 다른 풍경이 나와도
괜히 사진을 더 열심히 찍게 된다.
아이들은 여기 바닷가에서도 어김없이 모래놀이 삼매경이었다.
그리고 배가 나타났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타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마다가 하섬까지 약 20분 정도 걸리는데
나는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안전벨트도 없고 배는 계속 흔들렸고
떨어질까 봐 거의 배 바닥만 보고 갔다.
아이들은 재미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아… 왜 저렴한지 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나가하섬에 도착했다.
섬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한국인이었다.
장소만 다를 뿐, 느낌은 한국의 휴가철 해수욕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물가도 꽤 비싸게 느껴졌다.
파라솔 하나 빌리는 데 5만 원.
아이들이 있으니 빌리긴 했지만 조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을 배운 첫째는 이제 구명조끼나 튜브 없이도 바다에 들어가 정말 신나게 놀았다.
반면 둘째는 바다에 잘 들어가지 않아 금세 지루해했다.
그래서 다른 쪽으로 데려가 “파도가 우리 쫓아온다!” 하면서 상황극을 시작했더니,
그게 너무 재미있었는지 거의 한 시간을 파도를 피해 달렸다.
역시 반복 놀이를 사랑하는 둘째다.
나는 바다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스노클링을 했던 남편 말로는
물고기가 정말 많았다고 했다.
우리는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전쟁의 흔적들을 만났다.
바다에는 녹슨 배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섬 한쪽에는 대포도 보존된 채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며 예전에 갔던 코타키나발루의 섬이 떠올랐다.
그곳은 물도 더 맑았고 산책하며 볼거리도 더 많았던 기억이 난다.
비교를 해 보니 마나가하섬은 솔직히 조금 심심했다.
다행히 리조트에서 점심 대신 도시락을 싸 주어 한 끼는 잘 해결할 수 있었다.
사이판에 가면 모두들 한 번은 마나가하섬에 간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한 번쯤은 가볼 만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만의 하루가 생겼고
그날의 기억이 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그 여행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란 항상 기대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