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플렉스, 하루 동안 다른 리조트에 가보기로 했다

3박 이상이면 누릴 수 있는 색다른 경험

by 포비포노


사이판 여행을 준비하며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다.
사이판 플렉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사이판의 몇몇 리조트는 3박 이상 예약하면
다른 리조트를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었다.


미리 묵고 있는 리조트에 “내일 어디로 가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식사를 몇 끼 이용할지 정하면 끝이었다.


사이판은 솔직히 말해 아주 역동적인 여행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쯤은 이런 방식으로 동선을 바꿔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PIC를 선택했다.




PIC로 가는 길에서 본 사이판의 다른 얼굴


다음 날, 버스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내려갔다.
“SAIPAN FLEX”라고 크게 쓰인 버스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탑승한 사람은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 한 팀뿐이었다.
여유롭고 조용한 이동이었다.


다른 길보다 PIC로 가는 길이 오히려 기억에 남았다.
우리가 묵었던 켄싱턴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주변이 다소 한적했다.


사이판은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다.
폐허 같은 느낌이 드는 거리도 있었다.


그런데 PIC 근처는 조금 달랐다.
열려 있는 상점이 보였고 해변 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같은 섬인데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켄싱턴과 PIC는 결이 달랐다


PIC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조금 더 오래된 느낌’이었다.


켄싱턴이 정돈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면
PIC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활기찬 인상이었다.


마침 워터파크 쉬는 시간이라 점심부터 먹었다.


음식의 구성이나 그릇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켄싱턴이 조금 더 세련되어 있었다.
PIC는 소박했고, 대신 사람 냄새가 났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이 끝나고 워터파크가 열렸다.


슬라이드가 더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첫째는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며 두 번만 타고 내려왔다.
그래도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노는 분위기가 달랐다.
아이들은 그 ‘다름’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나는 수영을 하지 않고 대기했다.
그때 몹시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자꾸 다가와 먹을 것을 달라고 울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프로젝트 미션을 정리하고 있었다.
여행지에서도 일이 떠오르는 나 자신이 조금은 우스웠다.


엄마가 된 이후의 여행


아이들을 기다리며 이런 생각을 했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과 둘이었다면 하나라도 더 보고, 더 움직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더운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아이들이 물속에서 웃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여행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이 보았는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웠는가’가 기준이 되었다.


짐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


기다리는 동안 아이러브사이판에서 작은 선물도 샀다.


사실 두 리조트를 모두 예약하면 짐을 싸고, 풀고, 다시 싸야 한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피곤하다.


그런데 사이판 플렉스는 짐을 그대로 둔 채
다른 리조트를 하루 동안 경험할 수 있었다.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하루가 생겼다.
부모인 나에게는 ‘선택했다’는 만족감이 남았다.


사이판에 다시 간다면 나는 아마 또 사이판 플렉스를 이용할 것이다.


여행이 조금은 덜 단조로워졌고, 조금은 더 다채로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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