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서 마주한 풍경,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여행의 마지막, 북부투어

by 포비포노

사이판 여행의 마지막 즈음, 우리는 북부투어를 신청했다.
켄싱턴 호텔 사이판 올인클루시브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던 투어였다.


사실 사이판은 휴양지의 이미지가 강해서, 여행 내내 수영과 휴식 위주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남는 사진이 없네’ 하는 아쉬움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쯤, ‘그래도 한 번은 제대로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북부투어를 신청했다.




별빛투어 때처럼 호텔 로비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참여했다.
3~4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소규모 투어라 복잡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직원분이 나눠준 팸플릿을 버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며 이동했다.
이동 중에도 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서,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이해하는 여행’이 되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곳은 만세 절벽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짙고 푸른 바다, 끝없이 이어진 절벽.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너무나도 아픈 역사가 담겨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패배를 앞두고 민간인들에게 ‘포로가 되느니 명예롭게 죽으라’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게다가 강제징용으로 끌려온 한국인들까지 함께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아이와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후 방문한 한국인 위령탑은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이판으로 끌려와 희생된 한국인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다.
탑 위의 비둘기가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그리움과 슬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동안 우리는 그늘 아래에서 쉬고, 수영을 하며 ‘사이판은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짧은 관광 시간에도 햇볕은 강했고, 아이들은 금세 지쳐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편하게 느꼈던 건 ‘덜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걸.

그래서 더 느껴졌다. 더운 나라에서의 관광은 아이들과 함께라면 쉽지 않다는 것도.




이번 북부투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아이들과 함께 역사를 마주한 시간이었다.

책으로만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실제 장소와 연결되었을 때의 울림은 전혀 달랐다.


여행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배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과 이런 여행을 자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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