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치앙마이 이후에 남은 솔직한 결론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이 어려 여행지에 대한 감상이 크게 남지 않았었다.
그저 무사히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코타키나발루와 치앙마이, 그리고 사이판까지 다녀오며
여행지는 분명 비교되기 시작했다.
혼자였다면 관광 위주의 여행을 선택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자연스럽게 휴양지로 향하게 되었다.
여기에 비용적인 부분까지 더해지며
동남아 지역을 주로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흐름 속에서 다녀온 사이판.
마지막 여행기로 이곳에 대한 총평을 남겨보려 한다.
사이판은 미국령이라 ETA와 세관 신고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특히 4인 가족의 경우
각각 따로 입력해야 하는 항목들이 많았고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부모의 이름까지 입력하는 과정에서는
이게 과연 필요한 정보인가 싶기도 했다.
이 절차를 다시 반복해야 한다면
괌이나 사이판은 다시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판의 장점은 분명했다.
치안이 안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전반적으로 깔끔한 환경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이 두 가지가 주는 안정감이 컸다.
다만, 그 이상의 장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의 사이판은 전반적으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문을 닫은 상점들이 많았고 비어 있는 공간들도 눈에 띄었다.
예전에 괌을 방문했을 때는 일일 투어를 하며 다양한 관광지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사이판은 관광지 자체가 많지 않았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여행지라기보다는
조용한 시골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조트 주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넓은 풀밭이 대부분이었고
따로 나가서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았다.
결국 여행의 감정은 ‘편하지만 심심하다’에 가까웠다.
이번 여행은 올인클루시브로 진행했기 때문에 확실히 편하게 머물다 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기대하는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생각하면
동남아 지역이 더 높은 만족도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직접 계획하고 움직이는 여행이 아니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영어를 경험할 수 있는 순간도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분명했다.
사이판을 다시 찾게 될 가능성은 낮을 것 같았다.
특히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고,
이동하며 여행의 밀도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면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좋은 장소를 찾는 것보다
우리 가족의 방식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사이판 여행은 그 기준을 분명하게 만들어준 경험이었다.
다음 여행지는 조금 더 우리에게 맞는 곳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