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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Sep 20. 2024

파라다이스호텔 크로마에서 부비부비춤을


남편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오빠 나야.. 마음대로 나와버려서 미안해.. 요즘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어. 리치언니랑 이곳저곳 다니다보니까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되는것만 같았어. 욕심도 생기고 나도 이렇게 살아보고 싶고 내 현실이 자꾸 초라하게만 느껴져서...”

“... 아니야. 내가 포비가 원하는 만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왕 간 거니까 여긴 걱정하지 말고 마음편하게 머리도 식히고 잘 놀다가 와. 포뇽이한테도 잘 말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리치언니한테 말해서 난 먼저 집에 간다고 할게. 오빠랑 포뇽이 생각에 여기 있어도 그렇게 즐겁지도 않네..”

“괜찮아. 어렵게 간 건데 이왕간거 잘 놀고 오는 게 나도 좋아. 다음에 우리식구 다 같이 또 가면되지. 대신 스위트룸은 안되는 거 알쥐?”     


남편은 다행이도 날 이해해주었다. 남편의 음성을 듣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다. 내일 일어나서 언니에게 먼저 간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고 다음날 리치언니는 활기차게 내 방을 찾아왔다.     


“포비포비야! 잘 잤지? 나도 포비랑 오니까 마음이 편한지 오랜만에 꿀잠잤지~ 우리 조식먹고 이근처 구경도 하고 오자! 점심도 내가 맛있는데 예약해놨어!”

리치언니의 밝은 모습을 보자 괜히 나 때문에 언니 기분까지 망치게 될까봐 마음이 쓰였다. 하루만 더 있다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남편말대로 이날은 기분좋게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얼마만에 여행인지. 아이를 낳고는 이렇게 혼자 나온여행은 처음이었다. 챙겨줘야 하는 아이와 남편이 없는 여행은 거의 10년만에 갖는 자유였다. 난 리치언니와 아이쇼핑도 하고 맛집도 다니면서 작은 액세서리들과 아이한테 줄 선물도 사면서 자유여행을 마음껏 즐겼다. 리치언니는 워낙 밝고 맑은 성격의 소유자라 항상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었고 그어떤 편견도 없는 사람이었다. 난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처음에 언니에게 약간의 선입견을 가졌던게 새삼 미안해졌고 그만큼 언니와 더욱 친해졌다. 


“포비포비야! 난 포비가 너무좋앙! 아닌척하면서 은근히 웃기고 다른 엄마들처럼 아줌마 같지도 않고 호호호호”

언니는 생각하는걸. 그대로 뱉는 단점이라면 단점이 있긴 했지만 나에겐 그런면마저 솔직해서 좋아보였고 언니의 맑은 백치미덕에 항상 즐거웠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언니는 bar에 가서 한잔 찐하게 말아 마시자며 나를 이끌었다. bar로 가기전 언니는 룸에서 가져갈게 있다며 나와 함께 동행을 하자고 했고 그렇게 들어간 언니의 룸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어디서 그렇게 옷을 많이 챙겨온것인지 옷장엔 화려한 언니의 원피스들이 가득했고 화장품이나 세안용품도 어디서 들어보기만 한 브랜드들이 대부분이었다.


“포비포비야! 우리 이왕 기분내는 거 옷도 갈아입는게 어때?”

“언니 옷이요? 어떤옷으로요? 전 가져온 옷이 별로 없어서요!”

“아잉 우리 포비한테 어울릴 옷이 나한테 있지롱! 자자 일루와바바”


언니는 갑자기 옷장 속에서 원피스들을 꺼내더니 나에게 대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깨가 훤하게 드러나는 원피스 한 벌을 “오케이! 이거야!”라고 외치며 내게 입어보라고 했다. 난 당황스러웠다. 남의 옷을 입어본적도 없었고 그 원피스는 내겐 너무 화려하게 느껴졌다. 리치언니는 이왕 놀러나가는거 예쁘게 입고 기분좀 내자면서 한번만 입어보라며 나를 설득했고 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채 어찌할바를 몰라하다가 결국 옷을 입어보게 되었다.


“어머 포비포비야! 이 원피스 너한테 딱이다!! 왠지 이옷 보자마자 우리 포비랑 딱 어울릴 것 같았엉!! 바로 이거야! 오호호호호호”

“언니 저 이건 어깨가 너무 시원한 거 같은데 미..민망하지 않을까요?”

“우리 포비는 예쁜 쇄골과 하얀 어깨가 매력뽀인트란 말이양! 내말듣고 오늘 한번만 이옷입고 나가보자! 엄청 잘 어울려!!”


거울에 비춰진 나는 내가 봐도 제법 옷이 잘 어울렸다.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언제 내가 이런옷을 입어볼까 싶기도 했고 이왕 기분내는 거 리치언니말대로 색다른 나로 변신해보고 싶었다. 언니는 이왕 예쁘게 입었으니 화장도 해보자며 내얼굴에 고급분들을 마구 발라줬고 풀메이크업과 옷발덕분에 나는 마치 처녀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새로운 내 모습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포비포비야! 우리 bar로 가지 말고 클럽 씨레마으로 가자!!!!”

“어..언니 씨레마는 젊은 애들만 가는데라던데 저희가 어찌 그곳을”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젊어도 못생긴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내가 거기 아는 사람도 있으니까 포비는 나만 따라오면되! 유후~! 놀아보는거야~!”     


나는 어느새 언니를 따라 건물부터 멋들어진 씨레마 클럽 문을 넘고 있었고 처음가본 그곳은 환상 그 자체였다. 

“죽도록부킹 오빠아아아! 리치누님 왔엉~!!!”

“아이고! 누님!! 왜이리 오랜만에 오셨을까!!! 내가 누님 보고 싶어서 인천강 헤엄쳐 갈뻔 했잖유! 오늘 물좋은건 또 어찌 알고 이렇게 딱 방문을 해줬대! 어서어서 컴온컴온!!!”

“부킹오빵! 나 오늘 오랜만에 왔으니까 잘 해줘야해! 내가 항상 먹던 식으로 쫘악 깔아주고 상태 좋은애들로 들여보내주고~ 알쥐? 우리 포비 눈 높으니까 알아서 잘 모셔줘야행~!!”

“므하하하! 이 오빠 이름뭔지 알지? 내가 오늘 내 근육들을 걸고 오늘 리치누님께 상태 빵빵한 애들로 쫘악 깔아 줄테니까 걱정말고 오늘 날밤샐 작정이나 해~!”


혼란 그 자체였다. 불빛은 사방으로 반짝였고 섹쉬한 남녀들은 사방에서 부비부비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리치언니와 죽도록부킹오빠에게 이끌려 룸들이 쫘악 깔려있는 룸골목을 지나 어느 화려한 룸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부킹오빠는 오색빛깔이 화려한 안주와 온갖 술들로 우리의 상을 가득 채워주었다. 


“어..언니 저희 여기서 이렇게 놀아도 되요? 저 남편한테 아직 말도 못하고 왔는데”

“어머 포비포비야! 남편한테 왜 이런걸 말행~ 사이좋은 부부는 서로 알아도 되는 것들만 알려주는 사이인거야~ 내가 우리 남편이랑 사이좋은 비결이 바로 이거잖아! 그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겨~호호호호호!” 

    

즐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우리 룸에는 근육빵빵한 총각들이 마구 들어왔고 그들은 어디서 그런 실크 옷들만 입고 온것인지 한번 움직일때마다 흔들리는 근육에 따라 실크난방이 마구 출렁거렸다. 흘러나오는 침을 애써 참으며 나는 술을 홀짝거렸고 리치언니의 눈짓에 따라 남자들은 수시로 바뀌며 우리 룸을 들락날락했다. 곧 언니의 마음에 쏘옥 들만한 2명의 윤기가 좔좔 흐르는 남자들이 들어왔고 언니는 그들에게 몸의 반을 맡긴채 술을 받아마시며 한껏 흥에 취해갔다.


“꺄르르르르! 우리 베이비들은 어디서 이런 근육들을 만들었대? 만질 때마다 꿈틀거려서 내가 막 근육에 튕겨 튀어오를 것 같잖앙~! 꺄르르르르!”

“므하하하하 누님!! 원하시면 제가 웃통한번 까드릴까요! 전 모든 게 준비되어있습니다 누님!!”

“꺄르르르르! 그건 우리 둘이 있을 때 해줘엉~ 여기선 부끄럽잖앙~ 꺄르르르르”


나는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 근육들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근육맨중 한 놈이 내게 들러붙으며 “누님!! 제가 마음에 안드십니까 누님!!” 이러며 앞에서 차력쇼를 보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근육으로 손이가려는걸 억누르면서 나는 얼굴이 벌게진채 술을 들이켰고 최대한 몸을 붙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차라리 혼자 춤추고 노래하는 게 편할 듯 싶어서 이상한 각기춤을 추며 노래만 줄기차게 불러댔다. 어느정도 다들 술이 올르던 시점 어느새 한몸처럼 붙어선 속닥거리던 리치언니와 근육맨1은 갑자기 먼저 나가겠다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언니! 언니 어디가요? 나가시는 거면 저도 나갈께요!”

그러자 언니는 갑자기 내게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윙크를 보내며 속삭였다.

“포비포비야~ 내가 가긴 어딜가겠니~ 당연히 근육이 데리고 내 룸으로 가는거지~ 우후후훗~ 오늘밤 내가 다 계산해놨으니까 저 근육이2 데리고 우리 포비도 밤새 실컷 즐기도록 해! 리치언니의 선물! 우후후훗~”

헐...언니이이.....


언니는 그렇게 찡긋거리는 눈을 마지막으로 내게 보이며 유쾌하게 웃으며 근육맨과 한 몸이 되어선 룸을 나갔고 나는 벙찐 마음에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 잠시 넋이 나간 채 앉아있었다.

“포비누님!! 저희도 후후훗 나갈까요 누님?”

“이놈의식히야! 나가긴 어딜 나가! 넌 집에나 가! 나도 내 갈길 갈 테니까!”


나는 서둘러 근육맨2을 띠어낸채 언니를 쫓아 나갔지만 이미 언니는 사라진 후였고 객실로 돌아와 언니의 객실로 뛰어가봤지만 언니방에선 희미하게 들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방해하지 말라는 안내카드만 달랑거리며 꽂혀있었다.     

객실로 돌아온 나는 남편에게서 온 부재중전화들을 바라보며 죄책감에 포효했고 내일부터 리치언니를 어떻게 봐야할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그저 언니의 찡긋거리던 윙크만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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