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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bi미경 Oct 14. 2023

자궁아 아프지않게 떠나야한다

자궁아 그동안 고마웠다



자궁아, 넌 지금 임신도 안 한 몸으로 임신5개월이란 판정을 받으며 내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있지.

어찌나 든든한 지 임신때처럼 배도 주름한점 불룩하게 튀어나와선 이제 곧 옆구리까지 튀어나올 지경이더라.

둘째 아닌 둘째 같은 자궁근종놈이 어찌나 무럭무럭 컸던지 어느새 7센치짜리 쌍둥이근종이 되어서 14센치의 몸집을 자랑하고 있더구나. 그 두놈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겠건만 어느새 요놈들이 가족까지 만들어선 5센치 미만의 작은 근종들까지도 무럭무럭 키우는 모진 생명력까지 보여주고 있지.


우리 자궁이 이젠 근종만 2센치 무게로 방광까지 눌리는 사이즈로 커져버려선 이 엄마를 요실금 걸린 여자로 만들어서 화장실 앞을 떠나갈 수 없게 만들고 맥주 한 캔만 마셔도 배가 어찌나 부르던지 요즘 맥주4캔만 마셔도 숨을 쉬기가 힘들잖니. (안마시면 되지 않냐는 말은 하지 말아줘. 엄마는 하루 정량은 꼭 지켜주는 여자야)


얼마전인가 임산부처럼 나도 모르게 허리를 손으로 집고 맥주를 들이켜자 남편이 무슨 익숙한 자세냐며 얼마나 소름 돋아 하던지. 진짜 둘째였으면 집 나갈 기세였어.

이 엄마 앞으로 마셔야 할 맥주를 위해서도 우리 자궁이를 더이상 품고 있지 않기로 결심을 했어.

우리 서로 미련 가득한 사이지만 이제 서로를 놓아줘야 할 때가 된것같아.


자궁아, 다음달 11월3일이야.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이며 로봇 수술이며 뭔가를 막 얘기하던데 이 엄마 화끈하게 그냥 개복술로 째 달라고 했어. 너도 복강경으로 조금씩 잘려 나오는 것보단 왠지 통째로 나오는 걸 더 선호 할 것 같았거든.

우리 자궁이 혼자 나가는 거 서운할까 봐 엄마가 인심 써서 나팔관도 같이 보내줄꺼니까 긴장하지 말고 근종이들 데리고 잘 나가주길 바래.

자궁아 폐경기까지 꼬옥 데리고 있고 싶었는데 내 욕심은 그만 내려놓고 근종이와 함께 하고 픈 너를 이만 풀어줄께. 배쨀때 아프게 나가면 내가 정신차려서 욕을 할수도 있을 테니까 조심히 살살 나가도록 하고.

가는 길 꽃길은 만들어 줄 수 없을 테니까 네가 가고나면 내 앞날을 꽃 길로 만들어보도록 할께.

네가 나가주면 이 엄마 4-5키로는 그냥 빠진다더라.

그게 네가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이 엄마 꼬옥 그 몸무게 지켜보마.

고생했다 자궁아. 다음달 3일날 보자.

굿 바이!


쿨한척해도 개무서워요. 달님 저좀 지켜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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