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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Dec 29. 2020

지금이 'Present(선물)'인 이유

어릴 때는 친구라고 하면 같은 동네에서 살거나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년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 장소에서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나 온라인이 발달한 요즘 시대는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가 생기게 되면 관련 내용을 조회하게 되고 그러다 온라인으로 맺은 인연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렇게 나에게도 온라인으로 시작되어 오프라인까지 인연이 이어지는 모임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기는 하다. 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취미를 공유하는 자와의 만남은 즐겁고 설레기만 하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다가 함께 가고 싶은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라도 같이 가려고는 했으나 그 자리에서 시간 약속을 하기는 어려워서 다음으로 미루며 자리를 정리하려고 했다.


그때 , "다음으로 미루지 마. 그다음이 영원히 없을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선배.

사실 그 순간은 그저 어른들이 당연히 하는 얘기를 한다는 생각에 다들 웃어넘기며 화제를 넘기려 했다. 그런데 선배가 우리의 주의를 끌며 진지하게 말을 꺼낸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중 오페라단 단장이 있어.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이 할 얘기도 있으니 시간이 되면 식사나 차 한잔을 하자고 하는 거야. 뭐, 솔직히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닌 데다가 얼마 후에 캐나다로 가족 여행을 가야 했기 때문에 엄청 바쁜 때였거든. 그래서 여행에 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다녀오면 연락을 하겠다고 말하고 헤어졌지. 캐나다에서 몇 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편이 신문에 나온 그분의 사진을 가리키면서 "이 사람, 당신이 아는 사람아냐?"라고 말하는 거야. "아~~ 곧 오페라를 한다고 했는데, 그 인터뷰인가 보네."하고 그냥 무심히 대답하고 집으로 왔거든.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며칠 후 그 사람이 생각이 나서 그때 신문을 다시 봤지. 공연이 시작되었나?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그런데, 그 사진이 뭐였는 줄 알아? 부고장이었던 거야. 알아보니 이미 장례식도 다 끝난 상태더라고. 나중에 자녀와 통화가 되었는데, 이미 지병을 앓고 계셨고 그때 얘기를 나누자고 했을 때도 이미 자신의 병을 알고 있는 상태였더라구.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단장님이 나한테 좀 실수한 게 있었는데 지병도 있고 하니 더 늦기 전에 정리를 하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닌가 싶더라. 그때 만나줄 걸 하는 후회가 생기더라고.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짐이 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난 다음이라는 게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살다 보니 절대로 오지 않는 '다음'도 있더라고... 그러니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지금 했으면 해."


순간 정적이 흐르고 다들 생각에 잠겨 묵묵히 눈앞의 찻잔을 만지고만 있었다.  

그래, 맞다. 앞일은 절대 알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인생이 희극이되기도 하고 비극이 되기도 한다.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저 명언이나 좋은 말로만 알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나면 이미 늦다.


지금, 즉 현재를 영어로는 'Present'라고 한다. 다른 의미로는 선물이다.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 

바로 지금, 이 순간.


솔직히 요즘은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서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더구나 지금은 더 핑계대기 좋은 때가 아닌가. 그래서 자꾸 환경 탓을 하며 마음도 무너지고 의지도 무너지고 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선배의 말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그래서 내게 지금 이런 인연이 생긴 걸까? 돌아가더라도 한 발짝이라도 걸어보자. 그렇게 주어진 현재를 살다 보면 정말 내게 멋진 선물이 올 때가 있으리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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