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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19. 2021

싱어게인_경계에 선 자(者)

30호 가수

'싱어게인' 이 프로그램은 참으로 요상하다. 원래는 감상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검색을 하게 하더니 이제는 사색까지 하게 한다. 그래도 즐거우니 어쩌겠는가, 열심히 보고 듣고 써야지. 


라이벌전에서 탈락 후보가 된 30호 가수가 기회를 얻어서 Top 10 결정전 무대에 오르게 된다. 평가를 들으면서 아마도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생각 또는 결론을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에게 함께 나눈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도 그랬던가? '싱어게인'은 유난히 Top 10 결정전에서 싱어들에게 선곡의 이유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그 질문이 자연스럽게 선곡하게 된 경위와 이유 등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거의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선곡의 이유를 묻지 않았던지, 아니면 질문했어도 편집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30호 가수는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선곡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자신을 '애매한 자' 혹은 '경계에 선 자'로 표현한다. 대중성이 뛰어나지도 예술성이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장르 또한, 록도 포크도 아닌 그런 애매한 사람. 그래서 자신의 존재의 의의를 구체화해야겠다는 고민을 했고, 그 결과로 스스로를 '경계에 선 자'라고 얘기한다.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고, 이런 자신과 같은 수많은 72호 가수들을 위해 주단을 깔고 기다리겠다고... 그런 의미에서의 선곡이라고 대답한다.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경계'의 의미 그리고 '장르'의 구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음악이 매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고민하게 된다. 자신이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을 알려면 양쪽을 가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어느 한쪽에 속해있다면 다른 쪽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 가지 외에 다른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경계에 서 있는 자는 철학적으로 접근한다면 '합'(헤겔의 변증법에서의 정반합 중 합)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진짜 합에 이르게 되면 이선희 심사위원님의 말씀처럼 음악 자체의 특색에 의해서 새롭게 장르를 개척하는 가수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30호 가수는 지금은 경계에 서 있지만 예술성이 뛰어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예술성을 대중적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경계로 온 예술가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대중성이란 과연 무얼까? 아마도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쉬울 뿐 아니라 쉽게 접할 수 도 있는 음악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가장 와 닿았던 무대는 20호 가수의 무대였다. 박정현의 '미아'를 선곡한 20호 가수. 목소리의 음색은 좋으나 해석이나 감성 표현에 대해서 계속 지적을 받아왔던, 그래서 고민하면서 자신의 현재 마음을 그대로 가사에 녹여낸 곡을 선택한다. 그리고 가사로 자신의 마음을 말한다. 그런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마음도 시청자의 마음도 움직였으리라. 


지금 내게 두 무대 중 무엇이 좋았나? 아니 어떤 노래를 다시 또 듣고 싶은가?라고 질문을 한다면 손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는 20호 가수의 노래를 찾을 것 같고, 생각을 하거나 자극을 얻고 싶을 때는 30호 가수의 노래를 찾게 될 것 같다. 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하나는 30호 가수는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가수이고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 무대 혹은 다음 앨범에 뭔가 다르게 해답을 얻어서 색깔을 담고 그것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된다면 아마도 30호 가수의 음악을 계속 찾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30호 가수의 다음 무대가 더욱 기대가 된다. 어떤 것인지 상상도 안되기 때문에 더욱 즐겁다. 재미있게 궁금해가면서 Top 10의 무대를 기다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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