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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27. 2021

싱어게인_명명식(이름의 의미)

패자부활전과 Top6 결정전

Top 10 결정전의 마지막인 패자부활전이 시작이 된다. 6명 중 단 1명만 뽑는 패자부활전, 그들의 간절함 때문인지 본 무대보다 모두 좋은 무대를 꾸며준다. 다들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런데,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난 정말 단순하다!'는 거다. 이름이 나오지 않고 번호로만 나오니까 굳이 누구인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냥 그 자체로 봤다.  33호 가수, 29호 가수, 30호 가수, 63호 가수... 그냥 그렇게 말이다.


그러다 어제 패자부활전을 보면서 난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 59호 가수님이 부른 [유미의 '별']. 내가 이 노래를 정말 좋아하고 노래방에서도 자주 불렀었는데, 그 노래의 가수가 33호라는 사실을 난 몰랐었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경쟁하는 가수들이 우승후보로 손을 꼽기도 하고, 심사위원들도 다 아는 듯해서 유명한 가수인가 보다 라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다만, 편집할 때도 제일 마지막으로 넘기기도 하고 해서 도대체 33호 가수가 누구길래 저렇게 하는 걸까? 잠시 궁금했지만, 굳이 찾아볼 생각도 없었고 그저 지켜보면 알겠지 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나.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느새 다른 매력적인 가수들한테 관심이 옮겨졌기 때문에 내 관심인 가수들만 보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궁금증이 서서히 옅어졌다. 그런데, 세상에 33호 가수님이 '유미'라니....!!!!

완전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다.


'별'이라는 노래가 힘들 때 많이 위로가 되었고, 유독 자신을 안아주는 것만 같아서 많이 기대었던 노래라고 그래서 이 힘든 순간 이 노래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더구나 이 노래를 부르신 동경하던 선배님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그 노래를 부르는 59호 가수. 그리고 그런 59호 가수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33호 가수.

그 장면을 바라보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내 가슴도 가득 차고 뭉클해진다.

결국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은 단 한명의 가수는 33호가수님이 된다.

"어쩌면 인생이 갈리는 제일 중요한 이 시간에 나의 '별'이 불려졌다는 사실에 난 참 행복한 가수였구나, 그래서 난 노래를 멈출수가 없구나" 그렇게 말을 하는 33호가수님을 보면서 나는 마음껏 박수를 쳤다. 그리고 한편... 그렇게 유명한대도 불구하고 여기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니..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에... 무대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가수들에게 더 애틋함이 생긴다.




이름이라는게... 참 묘한 힘을 가진다.

내것이지만 남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그리고 남에게 불리워 질 때 가치를 지니는 '이름'. 이름 하나로 그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정해지며 삶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개명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난 그런 걸 믿지는 않지만 실제로 개명하고 병이 나은 사람도 있다고 하니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름이 갖는 힘이 존재한다는 걸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특히, 이름의 힘을 느낀 게 이 패자부활전이다. 막상 33호 가수님이 '유미'라는 걸 알게 되자 왠지 사람이 다르게 보이고 불렀던 노래들을 다시 찾아서 듣게 된다. 아마도 이게 이름이 가지는 후광효과이겠지. 그래서 싱어 게인의 00호 가수라고 부르는 작전이 아주 훌륭하게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 곳이 딱 한 곳이 있다. 바로 교도소.

거기서는 누구나 번호로 불리게 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름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 편견, 이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름이 없는 순간 칼라가 아닌 무채색으로 변해버리는 효과를 잘 알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번호로 불러왔던 것이 아닐까? 왜 번호로 부르는지 정확한 근거는 모르지만 왠지 마음으로는 수긍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의 '명명식'은 참 색다르다.

[싱어게인_무명가수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제까지 이름이 없던 가수들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명명식'!

물론, 각자의 원래 이름은 있었지만 가수로서의 이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그들에게 이 싱어 게인이라는 무대를 통해서, 그리고 라운드를 거듭하며 올라온 그들에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중들이 그들의 이름을 알기를 원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무명가수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현장!

자신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자신의 노래를 짤막하게 부르며 등장하는 그 모습들이 모두 너무 멋있고 감동적이었다. 아.. 저 사람의 이름이구나. 저 사람은 저런 노래를 불러왔던 사람이구나. 하면서 뭔가 더 사랑스럽기도 하고, 같이 이름을 만들어나간 것 같은 묘한 동지 감을 가지게 한 현장!!

정말 신선하면서도 영리한 컨셉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각자의 이름을 건 무대는 어떤 모습일까? 좀더 기대하며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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