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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24. 2021

쇼생크 탈출_음악으로 말하는 희망

유채훈의 '일몬도(Il mondo)'

인생영화를 꼽으라고 할 때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영화가 바로 '쇼생크 탈출'이다. 처음에 영화를 먼저 봤고 원작인 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작가를 확인하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스티븐 킹' 공포소설의 거장. 이 사람이 쓴 책이었다니! 공포가 아닌 따뜻하고 희망과 감동을 주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설마 공포소설의 거장이 썼다고는 생각 못 했던 것 같다.


이 장면을 기억하는가?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이 모차르트의 음악을 크게 교도소에 틀어주는...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재소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선다. 그리고 음악에 귀 기울이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자유를 누리는 것 같았다고 레드(모건 프리먼)가 회상하던 그 순간...

결국 앤디는 교도소에서 음악을 틀었다는 이유로 독방에 2주간 갇힌다. 독방에서 풀려난 후 앤디와 함께 식사를 하던 동료들은 앤디에게 걱정 어린 질문을 한다. 괜찮았냐고? 그때 앤디가 동료들과 레드에게 이렇게 말한다.


앤디 : 모차르트 씨가 친구가 되어줬지. 이(머리) 안에 음악이 있었어.

         이(마음) 안에도... 그래서 음악이 아름다운 거야.

         그건 빼앗아갈 수 없거든. 그렇게 안 느껴봤어?


앤디 : 그걸 내 마음에 담아두면 누구도 뺏아갈 수 없고 아무도 손댈 수 없어요.

         내 것이니까요.

레드 : 네 것이 뭔데?

앤디 : 희망이요.

레드 : 희망은 위험한 거야.


난 이 앤디 듀프레인의 '희망'이 좋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계획적이고 실천적이어서! 

희망이 위험하다는 레드의 말도 맞다. 사람을 미치게 하고 절망에 이르게 하는 희망도 있다. 그것은 바로 막연한 희망, 막연한 낙관주의이다. 이런 희망은 위험하다. 그냥 잘 되겠지 하는 마음이 언뜻 보면 긍정적인 마음 같지만 잘 되지 않았을 때 더 절망을 주게 되어 때로는 극단적인 상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드가 말한 '희망'은 위험하다.


하지만 앤디의 '희망'은 다르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앤디. 나름 적응하면서 교도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해주는 일을 한다. 그러나 그 일 때문에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증인(재소자)이 교도소장에 의해 죽게 되는 걸 보게 된다. 보통사람이라면 그 시점에서 절망할 텐데, 하지만 앤디는 절망하지 않고 도리어 탈옥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바깥세상(희망)을 잊지 않기 위해 음악을 들어야 하고, 자신 안의 희망은 누구도 뺏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앤디, 그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며 신념을 잃지 않고 희망을 품는다. 이처럼 의지를 동반하며 객관적 현실을 인정하는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스톡데일 패러독스'라고 한다. 그렇게 결국 자신의 희망대로 이루고 마는, 시도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그런 앤디의 '희망'이 난 좋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흔한 말이 막상 자신의 삶이 되면 결코 식상한 말이 아니다. 앤디가 번개 치고 비 오는 날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생각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고 준비를 하는 삶.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난 또 다른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좋다. 지금 무명가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싱어게인'도 좋고, 남들은 잘 모르는 장르인 크로스오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팬텀싱어'도 좋다.


팬텀싱어 시즌 3의 우승팀 '라포엠'의 리더인 유채훈 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간 잘 될 거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힘이 되기보단...... 송곳처럼 나를 찌르는 순간이 왔다고.. 그 정도로 너무 힘들고 절망했었기에 함께 활동했던 후배에게 "음악을 포기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말도 했으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서든 계속 노래를 불러왔던 그. 그리고 그에게 온 마지막 기회 '팬텀싱어 3'. 이것마저도 안되면 노래를 그만두리라 결심하면서 아니, 사실은 노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온 마음을 다하여 노래를 부른다. 


출처: 팬텀싱어 방영 중 캡처 (유채훈의 '일몬도')

그가 부른 노래는 '일몬도(Il mondo)'

학부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노래라고 한다. 처음엔 멜로디와 화려한 후렴구가 좋았고, 나중엔 가사가 너무 좋았다고. 그럼 한번 '일몬도'의 가사를 살펴보자.


Gira, il mondo gira nello spazio senza fine

돌아요, 세상은 끝없는 우주에서 돌고 돌아요

Il mondo

세상은

Non si e femato mai un momento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요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낮이 가면 밤이 항상 따라오죠

Ed il giorno verra

그리고 또 하루가 밝아와요


즉, 나의 세상은 어렵고 힘들어도 세상은 돌아가고 그래서 또 다른 희망이 있는 하루가 시작된다는 그런 우리네의 인생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가사이다. 그는 그날 그 자리가 세상이 그에게 허락해준 또 하나의 밝은 하루라는 희망을 가지고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서 불렀으리라. 그렇기 때문에 그 노래로 인하여 그 청년은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가지게 된다. 팬텀싱어3의 우승팀 라포엠의 리더 유채훈으로서.




작년 한 해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일상 또한 무너졌다. 이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니 어쩌면 올 해는 일상을 조금씩 찾아갈 수 도 있겠지. 그렇지만 아마 코로나 유행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작년 여름만 해도 코로나가 끝난다면 모든 것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코로나를 겪으면서 알게 된 건 설사 코로나가 물러가더라도 상황이 저절로 좋아질 리 없다는 사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결국  내 상황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미리 준비해야만 한다. 지금이야말로 막연한 낙관주의는 버려야 한다. 의지를 가지고 지혜를 모아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결국 큰 성공으로 이끌듯이 실패도 자꾸 하면 습관이 된다. 


우리가 쇼생크 탈출을 보고 벅찬 기쁨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결국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자를 응원하는 마음도 아마 같으리라. 사랑을 할 때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내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누르고 도전할 수 없다. 그렇게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할 수 있다. 그래서 앤디에 의해 레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었고, 유채훈을 비롯한 가수들의 노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과 위로를 얻는다.


그러니 절망에 이르게 하는 막연한 희망은 버리자, 그리고 앤디의 '희망'을 배우자,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실패에 익숙해지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조금 힘들더라고 앤디처럼 매일 조금씩 벽을 뚫어 나가자고, 

유채훈처럼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자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나아졌을 때 나도 행복해져서 함께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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