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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요정 Jan 06. 2021

드라마에 나타난 감정의 모습들 2

'악의 꽃'과 '방법'을 보면서

'악의 꽃'을 다 보고 난 후의 내 느낌은 '절절한 두 남녀의 멜로를 스릴러의 형식으로 표현한 드라마'이다. 간절하게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면서 본 드라마. 아마 내가 감정이입을 잘하는 타입이라서 주인공인 차지원(문채원)에게 몰입되었기 때문이리라. 


처음에는 아무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남편은 14년간 신분을 숨겨온 연쇄살인범의 아들이자 살인 용의자이고, 부인은 현직 경찰이라니 좀 과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만약 그런 남편이 있다면 과연 부인이 경찰이 되도록 허락을 할까? 어떻게든 반대를 해서 평범한 직업을 갖게끔 유도를 하겠지.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박희성(도현수)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겠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드라마의 말미에 박희성(도현수)의 병증에 대한 힌트가 나온다.  '감정표현 불능증(Alexithymia)'으로 언뜻 보기에는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것 같지만 그와는 좀 다른 증상이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뇌의 편도체 크기가 작은 것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후천적인 훈련이나 어떤 계기로 편도체가 성장하게 되면 정상적인 감정표현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드라마가 진행되어가면 백희성(도현수)도 어떤 계기로 감정의 폭발을 겪으면서 정상적으로 감정표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건 나중의 일이다. 그러기 전까지 백희성(도현수)은 자신에게 거의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존재,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의 자살 이후 자기 눈 앞에 계속 보이던 아버지의 환영을 오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사람인 차지원과 결혼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인 차지원이 원하는 것은 다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게 평범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조를 하면서 열심히 차지원을 돕는다. 그것이 경찰이 되는 일이라도. 그 감정의 형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 차지원이다. 능력 있는 경찰인 그녀가 남편이 살인 용의자로 현재 도주 중인 도현수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내가 그녀라면? 증거를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남편이 도현 수임을 확신하게 되는 차지원. 그러나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약한 것을 잘 돌보는 이가 사이코패스 살인마 일리 없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공감을 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자 중에서 악인은 없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약한 동물과 아이를 사랑하고 돌보는 이가 사이코패스 일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인도 감정을 통제 못해서 죄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그런데 용서할 수 있는 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차지원은 어떤 상황이라도 살인은 안된다고 한다. 드라마 말미에 아버지의 공범이었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도현수(박희성)에게 차지원을 죽였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서 도현수가 거의 미친놈처럼 변해서 그 살인마를 죽이려고 추적한다. 나중에 범인을 잡으려고 온 경찰과 차지원에게 구출당한 인질이 그 상황을 전달하면서 도현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그렇지만 차지원은 단호하게 살인은 안된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에 기본적으로 동의를 한다. 그래서 항상 아들에게도 노인과 아이와 여자는 돌봐야  하고, 절대 어떤 이유로도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항상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방법'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나한테 놀라며 생각을 멈추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방법'은 '부산행'의 감독인 연상호 님께서 극본을 쓰신 드라마이다.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것을 방법이라고 말하는데, 인간이 품고 있는 저주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거대 악과 그들과 맞서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거대 악에 맞서는 사람들로는 여기자와 여고생인 방법사,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애쓰는 경찰 등이 있다. 그런데 드라마 중간에 여기자의 정체가 드러날 뻔한 위기가 닥치게 된다. 그때 난 나도 모르게 그 여기자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 사람을 방법 해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나한테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다니, 나 스스로에게 너무 놀라고 실망하고 그러면서 그 여기자는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인간이란 정말 나약하구나. 나도 정말 나약한 존재일 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교육받고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남이 시켜서, 어쩔 수없어서 라는 변명을 일삼는 그런 사람들이 되는 게 인간이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뭐... 드라마로 그렇게 까지..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방송매체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크다. 그러므로 이를 통하여 배우고 반성하고 딴지 걸고, 이런 움직임이 작더라도 꾸준하게 있어야 좋은 방송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ㅎ ㅎ  그냥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나의 작은 변명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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