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든 지역신문 한 장. 'AI 코딩 전문가 과정 수강생 모집.' AI? 재미있겠는데?
그런데 모집 요강을 자세히 읽다 보니 겁이 났다. 각종 코딩과 자격증, 실습까지. 하나같이 낯선 단어들.
"안 되겠는데?"
"왜 미리 겁을 먹어? 일단 해봐. 자기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떨어뜨리겠지."
옆에 있던 남편의 한 마디.
24년을 일했다. 영어, 한국어, 콘텐츠 기획. 꽤 긴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걸 '경력'이라고 당당히 부를 수 있을까.
이십 대엔 멋모르고 일했고, 삼십 대엔 정신없이 바빴다. 그 시절엔 일이 재미있었다.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내는 게 즐거웠다. 야근도 많았지만,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세상에 나가는 게 뿌듯했다.
그런데 아이가 둘이 되고, 맞벌이 생활이 전쟁터가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일은 생존이 되어버렸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아이 재우고 들어오는 날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보니 '이 일을 왜 하지?'를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그냥 익숙한 대로, 하던 대로. 커리어를 쌓는다는 건 사치였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안전한 자리로만 눈길이 갔다. 동시에 경쟁력은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다니던 회사가 그달 말 문을 닫는다고 했다. 어느덧 40대 후반. 솔직히 이 나이까지 일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일 직종으로 이직?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나는 뼛속까지 문과였다. 문과 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문과생들만 있는 대학을 나왔고, 역시 문과생들만 있는 직장에서 24년을 일했다. 친구도, 지인도, 독서 모임도, 심지어 다니는 교회 교인 중에도 출판업 종사자가 여럿이다. 내 일주일은 완전히 문과적 인맥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 내가 AI 코딩 강사?
새로운 걸 배우며 머리나 좀 식혀야겠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