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붙었다 큰일 났다

by 딴짓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써본 게 언제더라. 15년은 된 것 같았다.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 일을 이어온 나로서는. 벌써부터 느껴지는 위기감과 귀찮음. 자신 없음.



하지 말까?



면접 장소로 들어서며 나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단단한 표정의 두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이 수업이 어떤 건지 알고 오셨나요? 아시는 데까지 말씀해 보세요.”

공고문을 수차례 훑긴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전공과 전혀 다른데 이 수업에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어요?”

“수업을 들으신 후에 지금까지 하시던 일과 어떻게 융합을 하실 생각이세요?"

머릿속이 멈춤과 동시에 난리 북새통이었다. 나는 표정을 관리하며 천천히 말을 꺼내놓았다.

“음… 저는 콘텐츠 기획을 오래 해왔는데요. 종이책부터 시작해서… 모바일까지요. 이제는 AI가 교육 시장을 바꾸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융합할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 국비 교육과정을 들으면서 뭔가 아이디어가 생길 것 같아요. 그러길 기대합니다.”
진심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비지원 교육과정은 대부분 면접을 거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중도 포기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면접에서는 실력보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공고문을 꼼꼼히 읽고, 자신이 제출한 이력서에 언급해 둔 지원 동기와 의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다.



"비전공자라 교육을 들은 후에도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때 센터에서 많이 도와드리고, 추후 교육 참여도 요청할 거예요. 잘 따라오실 수 있나요?"

아 그럼요 그럼요.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나는 수 차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그 바닥의 신입이었다. 나이도 적지 않은 신입. 흔한 말로 경력단절여성.



교육 하나 듣는 것도 쉽지 않구나. 회사 밖의 현실은 이렇구나. 면접이 끝난 후 나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합격 전화를 받았다. 기쁜 마음도 잠시, 스멀스멀 당혹스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앞으로의 수업을 어쩌지? 합격한 자의 뒤늦은 후회. 퇴직 후 몇 달은 그냥 좀 쉴걸. 아니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전화를 끊은 후 스마트폰의 캘린더를 열고, 개강일을 표기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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