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초등교과과정은 교육과 향수를 부른다
언제나 소란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한 사람을 가꾸고 챙기기에도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상대방을 속이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이 연일 뉴스의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을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말이 없지만 올곧게 자라는, 나무에게 묻고 싶어졌다.
갑작스레 찾은 화명수목원에는 나무를 품은 숲전시관이 있다.
고요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하루에 충실한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다.
예기치 못한 만남이 오히려 좋은 순간이 시작되었다.
모든 존재에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화명수목원 숲전시실 입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그늘과 열매, 푸르름의 힘을 주던 잎이 마르면 불쏘시개와 땔감, 그리고 종이와 건축자재 등으로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인 나무에 관한 글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 존재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상처를 주지 않는 것 아닐까.
시작부터 마음이 먹먹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동심이 샘솟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보던 식물들의 소개가 반갑다. 곤충채집이 생각나는 모형들이 징그러우면 어른이고 귀엽게 보이면 아이일까.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 모른다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명하고 귀여운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육식파는 익충이지만, 초식파는 해충이다. 무당벌레는 먹고 먹는 것이 일이며, 사마귀와 거미류가 천적이지만 딱딱한 외피와 일단 맛이 없으므로 그 맛을 본 천적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호감형 외모로 인간들은 귀여워하지만, 그 외의 존재들에게는 동떨어진 존재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교훈이 벌써 시작된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세상에 대한 일침이다.
뼛속까지 문과이지만, 사실은 자연과학을 좋아한다.
수학이 나를 좌절시켰지만, 초등학교 때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였다.
식물의 줄기를 지금은 식이섬유라고 말하지만, 그들에게는 정확한 용어가 존재한다.
체관과 물관, 표피 등. 땅 속에서 물과 분을 빨아들이고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는 식물이다.
숲 속의 생태계는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가 생물적 요소로 존재하고, 비생물적 요소에는 빛과 온도, 수분, 공기, 토양이 있다. 스스로 살아남는 자와 포식자, 죽은 존재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생물, 그리고 존재하기에 꼭 필요한 모든 것이 바로 생태계다. 과학시간에 열심히 공부를 했던 건지, 그 시절 선생님들의 혹독한 반복교육의 산물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참 좋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하고 있었구나.
언제나 깨달음은 뒤늦게 오지만, 그래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한반도에 존재하지만 여태껏 만난 적 없는 한대림, 내 생애 죽기 전에 꼭 가볼 수는 있을까.
비교적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는 한반도의 대부분은 온대림이 차지하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이렇게 작은 대륙에도 뚜렷이 구분되는 나무, 그리고 자연의 섬세함이 새삼 놀랍게 느껴진다. 따뜻한 남쪽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그리고 화명수목원에서 만났던 먼나무가 대표적인 난대림 수종이다.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속이려 들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면서.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상기하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에 적격인 장소다.
교훈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흥미와 재미다. 보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목공예품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
나무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에 애교스럽게 자리 잡은 사슴,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만들던 수수깡이 생각나는 앙상한 다리다. 꿈틀거리던 동심이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래서 사람은 많은 경험을 해보아야 하는가 보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 속 서랍장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
용 모양의 목공예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꽤나 무서운 외형이지만 짧은 다리가 귀엽다. 비늘을 솔방울의 잎사귀로 만든 센스는 최고.
앙증맞은 사이즈로 제작된 장승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오늘도 좋은 하루, 꿈은 이루어진다. 나쁜 일은 막고 좋은 소식만을 안겨주었으면 하는 장승이 탐난다.
항상 자연에게 받기만 하면서도, 그 소중함을 익숙함에 기대어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조차도 그러하듯이.
건조한 계절이면 특히나 조심해야 하는 산불, 올 한 해는 한반도에 산불이 크게 일어 많은 지역에서 피해를 입고 지금도 그 상흔이 채 사그라들지 않았다. 모두 인재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다. 성묘하러 갔다가 쓰레기 들고 가기 귀찮아 불을 피웠던 사람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는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산불을 만들었다.
별거 아닌 일을 큰 일로 만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자. 그리고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 자연은 말이 없지만, 반드시 기억하고 있다. 용서에 기대지 말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되자.
산사태를 예방해 주고 신선한 공기를 주는 산림, 속을 알 수 없는 나무의 속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모를 때는 다 같은 나무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나무를 자르면 죽는다. 죽으면 썩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에 방부처리를 해놓았음에도 본연의 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강렬한 존재감에 다시 압도당한다.
숲전시관의 출구에는 그저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모습만 기억하라는 듯이 간결하지만 푸른 수묵화와 나무의 단면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숲에 사는 존재들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보고 자연을 느끼는 것이 화명수목원 전시관의 목표가 아닐까.
인생의 묘미는 예기치 않은 순간을 대처하는 대응능력과 파생되는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있다.
소란하기만 한 세상에서 벗어나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한 자연에 한 발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화명수목원 안에 위치한 숲전시관이 바로 그런 공간이다.
어린이에게는 배움의 장, 어른들에게는 학창 시절의 교과과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곳.
벌레가 그저 하찮고 피하고 싶은 존재가 아닌, 반드시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
이곳에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자연에게 우리가 품어야 하는 마음을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있다.
추위에 꽁꽁 얼어버린 뺨을 녹여주고, 잊고 있었던 동심과 지금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숲전시관에 안 갈 이유가 또 있을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모든 존재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또 많은 이들이 찾길 바라는 마음을 숲전시관에 보낸다.
지금 가진 따스한 마음이 당신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