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플랫폼과 작가 타이틀에 관한 생각
브런치에서 유명한 작가 분이 브런치에 글을 쓰기를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을 비판하는 듯한 느낌의 글을 게재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제목만 보고 '뭐지?'하고 들어간 글에는 '꾸준히 쓰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원론적인 말과 함께 '리워드보다 글쓰기 자체에 집중하자'는 의미의 문장이 쓰여 있었다.
공감한다. 중국 송나라의 정치인이자 문인이었던 구양수의 '다독, 다작, 다상량'은 글쓰기를 언급할 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이 쓰인 예시다. 많이 쓰는 것, 그것은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쓰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러한 점을 더 뼈저리게 느꼈다. 3달 동안 모든 형태의 글을 안 쓰고 새로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이게 글인가 싶을 정도로 엉망이 됐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글 역시 콘텐츠이고 모든 콘텐츠가 정당한 값어치를 가진다면, 글도 제값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닐까. 실제 글을 썼던 플랫폼을 짚어보면서 작가라는 타이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기서는 SNS보다 글쓰기 플랫폼의 기능이 강한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SNS 글쓰기에 관한 챕터도 하나 있습니다)
(※'모두가 글 쓰는 시대, 인터넷 작가 타이틀은 유효한가'를 내용을 먼저 보고 싶으신 분은 글 하단 챕터를 보시면 됩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는 고전적인 글쓰기 플랫폼이다. 이보다 더 앞선 PC통신이나 싸이월드 등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들은 SNS 성격이 더 강하고 글이 남기보다 흘러가는 방식이었다. 블로그와 티스토리는 자신만의 글이나 콘텐츠를 계속해서 남기며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두 곳 모두 초반부터 파워블로거와 같은 인플루언서를 키워내면서 나름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블로거지'라는 단어처럼 일부 몰상식한 유저들로 인해 이미지는 떨어지고 상업적인 글, 검증되지 않은 글이 난무하면서 신뢰도가 떨어졌다. 티스토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두 곳 모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라는 거대 검색 엔진의 힘을 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티스토리의 경우, 브런치보다 다음카카오에서 활용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 보인다. 말 그래도 글을 쓰고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두 포맷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글에 관한 반응을 원한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블로그는 배너, 티스토리는 구글 광고를 달 수 있게 했지만, 검증되고 좋은 콘텐츠가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올라온다한들 묻히기 십상이다. 그리고 네이버와 다음은 이런 콘텐츠를 자신들의 포털 콘텐츠로 활용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들이 얻는 이득과 그에 따르는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다.
한때 네이버 블로거들 중 일부가 보상과 반응이 확실한 유튜브로 건너갔지만,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실패했다. 현재 네이버는 유튜브와의 플랫폼 파워 싸움에서 밀렸고 광고 시장 점유율까지 뒤지게 됐다. 이를 만회하고자 네이버 오디오나 인플루언서를 도입했지만 결국 돈을 안 들이거나 적게 들이면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이용자들을 잡으려는 허울에 불과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자체 생산되는 콘텐츠가 계속 줄고 있다. 분명 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포털 사이트에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은 콘텐츠를 사용하면서 이에 관한 사용로는 내지 않는 모습.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한 번 얘기할 것이다.
2015년 6월 다음카카오에서 '브런치'를 내놓았다. 지인에게 직접 들은 얘기로는 원래 브런치는 일부 영향력 있는 필진을 직접 모집해서 그들의 글을 유료로 판매하거나 정해진 유명 필진의 글만 게재하는 방식을 채택하려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초반 접촉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가 발생한듯 보인다.
여러가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브런치의 성장을 이끌었다. 초반 브런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주는 조건으로 유저를 선별해서 뽑았고, 나름의 콘텐츠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확한 날짜가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2018년쯤에 가입해서 2019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했다.
작가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초짜 글쟁이였기에 초반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영화 글도 올리고 일할 때 했던 기사도 올렸었다. 그러다가 2019년 후반쯤 모든 글을 정리하고 내가 쓴 글 가운데 에세이 글로서 가치가 있는 것만 선별했다. 다음과 카카오톡 메인에 글이 오르고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으며 조금씩 성장했다. 구독자를 모으면서 콘텐츠에 관한 감을 익히고 대중에게 소개되는 방식, 대중의 피드백을 경험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받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곳도 보상은 적었다. 다음과 카카오톡의 수많은 탭과 링크에 브런치 글을 사용하지만 조회수 외에 주어지는게 적다. 브런치 무비패스가 형식적으로 있었지만 이또한 없어졌고, 브런치북 공모전은 점점 출간 작가 위주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각종 공모전을 통해 사이트 사용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작가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올 3월부터 브런치북을 밀리의 서재의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긴 하나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큰 변화가 없다면 기존 공모전처럼 새로운 기회 창출이 아닌 나눠먹기,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있었던 넷플릭스 글 공모를 보고 많이 실망했다. 실제 넷플릭스 광고를 전문가나 유튜버, 전문 기고가에게 부탁하면 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지만, 브런치는 그들과 함께 한다는 조건으로 아주 싼값에 후려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제출한 글에 관한 저작권 일체는 자신들에게 귀속되도록 조치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인지 브런치에서 활동하던 유저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과거보다 작가라는 사람들의 수가 늘었지만, 예전만큼 좋은 콘텐츠와 글이 나오지 않는 것도 플랫폼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점점 예전 블로그처럼 일기장 느낌이 강해지고 있다. 이미 수상을 한 작가들은 예전처럼 질 높은 글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고 있다. 내가 브런치 이후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북이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프리즘이었다.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계신 편성준 작가님이 '아내 없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주제로 연재하는 걸 보고 지원하게 됐고 브런치에서 연재했던 '초식남이지만 고기를 좋아합니다'를 연재했다. 현재는 연재가 완료되고 북이오 자체적으로 전자책 형태의 에디션으로 제작 중이다.
북이오도 직접적으로 원고료를 지불하는 형태는 아니다. 다만 정식 연재 후, 북이오 플랫폼을 통해 전자책으로 볼 수 있게 제작하며, 그 수익은 출판사와 작가가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종의 후불제인 셈이다. 30주 동안 연재하면서 브런치에서 재밌게 읽었던 몇몇 글을 북이오에서 다시 보게 됐다. 지금 당장 기억나는 건 안가람 작가님의 일본 이야기였다. 브런치에서 주어진 작가 타이틀 대신 뭔가 보이는 형태로 나오는 작가에 지원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
그다음에 만난 곳은 부크크다. 부크크는 쉽게 말해 자가 출판 시스템이다. 글을 쓰고 그 글을 책으로 직접 만드는 곳.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에 가장 적합한 출판 플랫폼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소셜 모임에서 만난 6명의 멤버들과 글을 썼고, 손에 잡히는 현물로 만들자는 제안에 시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첫 책은 나 혼자 만든 책, 그리고 종이책으로 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있었다. 그래도 종이책으로 나온 모습을 보고는 꽤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여기도 책은 해당 플랫폼에서만 소비되는 형태다.
최근엔 오디오 북이 대세다. 글책방과 백수라이터 코붱 채널을 운영한 코붱 작가님처럼 글이나 책의 내용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게 소개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브런치도 얼마 전 수상을 한 작가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성 콘텐츠를 진행했고, 네이버는 또 다른 출구전략으로 네이버 오디오를 시작했다. 이건 과거의 팟캐스트나 라디오와는 조금 다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클럽 하우스와도 차이를 보인다.
일방향으로 진행되면서 글을 전달하는 방식은 책을 읽는 시대에서 보고 듣는 시대로 옮겨지고 있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윌라 오디오 북부터 조그마한 중소 플랫폼까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주목할만한 플랫폼 두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고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노크했다. 내가 작업한 곳은 '나디오'다. 에세이만을 받아서 오디오 콘텐츠로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언젠가는 독립출판물로 내려고 했던 영화 촬영지 기행문을 오디오에 맞게 변환해 작가 지원을 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이다. 오로지 에세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소설, 시 등 다른 장르를 원하는 이들은 이용도가 떨어지지만 에세이를 쓰고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하려는 사람들에겐 매력적인 곳이다. 개인적으로도 전문적인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와 녹음을 하게 되어 새롭게 배울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요즘 핫한 곳 중 하나가 있다면 블라블라 라디오다. 이들은 크루라는 이름으로 이용자들을 지원하고 라디오 채널처럼 운영하는 방식을 띤다. 여러 가지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고 최근 인기 있는 클럽 하우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디오북이라기보다 소셜모임과 같은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그 외에 여러 오디오북 플랫폼이 있지만 발전 가능성, 성장 가능성이 느껴지지 않는 곳들이다. 거대 자본과 연예인의 유명세에 기댄 느낌이 강해 그 거품이 빠지면 주저앉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건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거품이 빠지면 시장 자체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오디오 북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직접 작업하면서 느낀건 들리는 콘텐츠는 글과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점이다. 원고 중심으로 진행되는 오디오북 시장은 분명 한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오디오 콘텐츠에서 중요한 건 내용보다 뉘앙스이며, 작가의 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데 있다. 하지만 최근에 오디오북 시장은 유명 작가, 연예인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성우들이나 개성 있는 목소리로 청자에게 다가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여기에 도전하고 있고 한동안 유행을 탈거라는 건 분명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 외 글쓰기 어플로 글을 쓰는 사람도 꽤 많다. 이들 가운데는 팔로워나 구독자가 많다는 이유로 스스로 작가로 칭하고 있다. 물론 글배우, 작가 정주영과 같은 분들은 글 자체도 좋고 사람들의 감성을 제대로 짚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책으로 나오기에 충분한 역량을 지녔다. 하지만 이들이 유명세를 탄 후, 너나 할 것 없이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보기 좋은 사진, 이미지와 함께 글을 올리며 팔로워를 모으로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작가 중에서 좋은 글도 많다. '이 사람은 책으로 나와도 사볼만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작가라고 스스로 칭하기엔 부족한 게 보이는 글도 많다. 중요한 건 개인의 영역에서 쓸 때와 콘텐츠로 소비되는 글로 쓰일 때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글을 긁어다가 출판사나 콘텐츠 플랫폼에 투고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글을 구매한다는 입장이나 팔려는 입장에서 가볍게 쓴 글만큼이나 이들의 글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글에는 왕도도, 특별한 기준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에게 소비되는 글은 더 높은 수준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 문단의 소제목이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다. 모두가 글 쓰는 시대, 30일 만에 브런치 작가를 만들어주고 브런치 북을 내준다는 강의가 수십만 원에 팔리고 있고 두 달 만에 종이책을 내주고 작가 타이틀을 주겠다는 강좌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광고들을 보며 사기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강좌를 들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브런치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도 아니었고, 인터넷 글쓰기와 관련된 전문가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유튜브 강의를 하는 이들 중에 유튜브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얄팍한 방법을 가르치지만 오히려 본질과 벗어나 있는 느낌이다. 차라리 해당 플랫폼에서 이름 꽤나 날렸다는 사용자가 강사로 나서는 경우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거나 여러 강의를 통해 명성을 쌓은 강사를 보면 '뭔가 나름의 필살기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확실히 요즘 취미 가운데 고상하고 접근이 쉽다는 이유로 글쓰기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모두가 글을 쓸 수 있고 그 글이 책으로 만들어집니다'라는 문장은 누구나 한 번쯤 혹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글이 가치를 갖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에 프리랜서 에디터로 한 콘텐츠 플랫폼과 협업을 한 적이 있다. 수백 명의 지원자들이 샘플 글이나 링크를 보냈고 절반 이상 지원자가 자신을 '브런치 작가'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문예대회 입상자', '독립출판물 저자'로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 인터넷 작가 타이틀을 강조한 지원자들은 오히려 글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타이틀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글을 봤다. 재기발랄함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느낌의 글만 기술적으로 쓰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글은 글 자체의 유려함을 떠나 독특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고, 의미, 감동, 재미, 모두 없었다. 해당 글을 돈 주고 사기엔 많이 부족했고 산다고 해도 다시 소비자에게 팔 때 이 콘텐츠를 살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글을 보면서 '내 글 역시 이들의 글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쓰인 글인 만큼 가볍게 건너뛸 수 있는 글, 그리고 이런 글들을 쓰는 이들을 판매와 수익을 위해 작가라고 떠받드는 플랫폼들. 과연 인터넷 작가의 칭호는 의미가 있을까. '인터넷 작가'는 글을 쓰는 사용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게 내 생각이다. 동시에 내게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개별 콘텐츠로서의 가치와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링크로서의 가치는 다르다는 점이다. 누군가 쓴 글로 플랫폼에서 이득을 얻고 있다면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원작자에게 하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다.
가끔 "플랫폼을 유지하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그 비용도 안 내면서 저작권료를 운운하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언뜻 보면 논리적인 거 같은데 비약이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용료와 수익을 구분한 후, 청구하면 될 것이다. 플랫폼에서 마음대로 퉁칠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도 생각해봤다. 플랫폼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싸게 만들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 글도 이들 입장에서는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돈을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플랫폼 운영자들은 검증된 작가의 글이나 가치 있는 글을 원하게 되고 더 선별해서 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박리다매식으로 누구나 다 받고 글값을 지불하지 않으며 비용이 들지 않는 허울로 유혹하는 경향이 크다.
일주일 전에 새로 시작하는 영화 플랫폼에서 웹진으로 합류하겠냐는 요청 메일을 보냈다. 그들은 작가 타이틀과 조회수를 내세우며 내게 접근했다. 그래서 원고료와 같은 보상이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얼버무렸다. 자신들의 사이트를 통해 상위 노출을 시켜주며 조회수를 통해 유입량을 늘려주겠다는 말만 계속 했다. 마치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들을 조회수에 미친 자들로 보는 모습에 불쾌함을 느꼈다. 그래서 제안을 거절했다. 영화 웹진 필진 타이틀이라면 이미 활동하고 있는 곳만으로 충분했다.
취미로 글을 쓰든, 직업으로 글을 쓰든 글을 쓰는 건 하나의 창작행위다. 그에 따른 수고와 보상은 따라야 한다. 다만 대한민국처럼 글이나 콘텐츠에 아주 박한 곳에서 가격을 책정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고 그래서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동을 하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노동의 대가로서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전문가의 영역과 비전문가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고 엄연히 다르지만, 들인 노력과 시간까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