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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크라노스 May 26. 2020

[B-Side] 두번째: 무명천사 SKY 외

[B-Side] 무명천사 SKY, Beautiful Disco, 이영훈


B-Side: The less important side of a single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EP. 2

무명천사 SKY / Beautiful Disco (뷰티풀 디스코) / 이영훈



1.     무명천사 SKY / 너나 잘해

-       From the EP [없는사람] (2020.04.28)


https://www.youtube.com/watch?v=dGxiIE49YcE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음악 장르 중 ‘이모랩’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록 음악의 서브 장르인 ‘이모코어’(Emocore), 소위 ‘이모’의 영향을 받은 힙합의 서브 장르다. 비슷한 시기에 부상한 ‘멈블랩’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남부 힙합이 뿌리가 된 멈블과 달리 록에 더 영향을 받은 장르답게, 보다 록적인 사운드가 부각되는 프로덕션과 더불어 보컬 퍼포먼스도 대체로 보다 감정적이다.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 약물, 자살 등이 가사의 주요한 소재가 되는 장르여서일까. 이 장르의 대표 아티스트들을 손에 꼽아보면 유독 일찍 세상을 떠난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Lip Peep’(릴핍)과 ‘Juice WRLD’(주스 월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XXXTENTACION’(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운명을 달리한 이들은 모두 90년대 후반 출생으로 사망 당시에 겨우 스무 살을 갓 넘긴, 어린 나이였다.


최근 데뷔한 아티스트 ‘무명천사 SKY’의 첫 EP [없는 사람]의 단 두 줄뿐인 소개글의 마지막 한 줄은 ‘This album is dedicated to Lil Peep’이다. 그가 지향하는 음악이 무엇일지, 음악을 들어보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총 다섯 곡을 수록한 이 EP는 음악적으로는 이모랩을 지향하고 있으며 내용적으로는 이별 후의 여러 가지 정서들을 1인칭 시점에서 독백적으로 읊조리거나 혹은 절규하듯 내지른다. 이 중 ‘너나 잘해’는 수록곡 중 가장 밝은 분위기의 곡이다. 경쾌한 기타리프와 리듬을 축으로 하는 록적인 사운드, 이별을 극복해가는 감정 상태를 내지르듯 노래하며 우울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드러내는 보컬이 모두 경쾌하게 질주하는 이 곡의 정서는 마치 이모랩을 넘어 얼터너티브-록 그 자체로 느껴질 정도다.


예사롭지 않은 만듦새와 장르 문법에 대한 충실한 이해.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이모랩 작품이다. 최근 한국에도 이모랩을 지향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 흐름에 주목하는 이들이라면 ‘무명천사 SKY’의 이 인상적인 데뷔작을 꼭 체크해보길 권한다.



2.     Beautiful Disco / On My Mind (feat. Moonside)

-       From the album [ANXIETY FREE] (2020.04.20)


https://www.youtube.com/watch?v=VdrmK7uN2D4 


다소 개인적인 얘기지만 대략 2009년 즈음부터 한동안 비트뮤직을 집요하게 탐닉하던 시기가 몇 년 가까이 있었다. 워낙 귀에 걸리는 대로 이것저것 듣던 시기였기에 그 계기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은 위대한 ‘J Dilla’(제이딜라)의 유작 [Donuts]의 영향일 수도, 혹은 그 즈음에 딜라의 영향을 받은 일련의 뮤지션들이 바다 건너 LA에서 어떤 ‘씬’을 만들기 시작한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당시 내가 들고 다니던 클래식 아이팟 속엔 ‘Afta-1’, ‘Flying Lotus’, ‘Knxwledge’, ‘Byron & Onra’ 등의 음악이 늘 자리잡고 있었고, 이 즈음 한국에선 ‘시모 & 무드슐라’가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기억도 자연스레 함께 떠오른다.


대중들에겐 다소 낯설지 몰라도 적어도 한국의 힙합,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Beautiful Disco’(뷰티풀 디스코)는 제법 익숙한 이름이지 않을까? 비트메이커이자 프로듀서, 디제이인 뷰티풀 디스코는 앞서 언급한 예의 ‘씬’(LA 비트 씬)의 음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음악들을 만들어왔으며 국내외를 넘나들며 비트뮤직 음악가들과 왕성히 교류하고 있다. 샘플링을 기반으로 소울, 훵크(Funk) 등의 흑인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커팅한 소스들을 재가공, 재구성해 만들어내는 그의 음악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몽환적이다. 정제된 소울풀함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말 아시아 각국의 비트뮤직 음악가들이 모인 컴필레이션 [First Class Tape]을 주도하기도 했던 뷰티풀 디스코가 최근에 발표한 앨범 [ANXIETY FREE]는 2분 남짓의 짤막한 비트 열 곡을 담은, 일종의 소품집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티스트 특유의 따뜻한 소리들, 절제된 듯 풍성한 댐핑과 레이드백이 느껴지는 드럼은 푸근하고 편안해 마치 휴식처럼 느껴진다. 동시에 현실 너머 어딘가를 부유하는 듯한 추상적인 감각도 함께 제공한다. 여기에서 소개하는 ‘On My Mind’는 작품의 이런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 아닐까 싶다.



3.     이영훈 / 안녕 삐 #2

-       From the album [내가 부른 그림 2] (2015.02.05)


https://www.youtube.com/watch?v=CZXfjI5IfzE&list=RDCZXfjI5IfzE&index=1


이번엔 조금 과거로 돌아가보기로 한다. 이번 글에서 마지막으로 다룰 곡은 싱어송라이터 ‘이영훈’이 2015년에 발표한 앨범 [내가 부른 그림 2]에 수록된 곡 ‘안녕 삐 #2’다.


최근엔 활동이 뜸한 이영훈은 마치 본인의 음악적 행보처럼 늘 느릿느릿하고, 또 고요하다. 또박또박 차분하게 부르는 노래도, 핑거스타일 주법으로 한 음 한 음 짚어가는 기타 연주도, 심지어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향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조차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이영훈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드문드문 드러나는 ‘일종의 진심’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느릿느릿 조용하게, 마치 마음을 꾹꾹 눌러 부르고 연주하는 듯 느껴지는 이영훈의 음악에선 언제나 그의 진심이 은은하게 배어난다.


‘일종의 고백’, ‘가만히 당신을’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2집 [내가 부른 그림 2]는 이런 이영훈 고유의 감성에 같은 레이블 소속의 음악가 ‘선우정아’의 조력이 더해져 완성된 수작이다. 이 앨범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프로듀서’ 선우정아의 세심한 편곡이 동반되며 - 보컬과 기타 위주의 단출한 구성을 취했던 - 전작 [내가 부른 그림]과 달리 한층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인데, ‘안녕 삐 2’는 이런 특징이 특히 도드라지는 지점이다. 본래 1집에 수록했던 동명의 원곡을 새롭게 편곡해 수록한 것으로 원곡과 비교 감상이 가능한 곡이기 때문이다.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피아노 연주가 드문드문 더해지며 정적으로 전개되는 원곡 ‘안녕 삐’에 비해 어쿠스틱 기타, 오르간,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밴드 셋으로 레코딩된 ‘안녕 삐 #2’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편곡으로 한층 드라마틱한 전개를 들려준다. 특히 간주 부분에서 전면으로 등장하는 ‘조성태’의 오르간 연주는 서서히 고조되던 감정선을 단숨에 절정으로 이끌어가는 이 곡의 백미다.



Editor / 김설탕SUGA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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