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단광칠 [인생 꽃 같네]
힙합, 알앤비, 전자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케이트라나다(Kaytranada)의 첫 번째 정규 앨범 [99.9%]의 아트워크를 인상 깊게 봤을 것이다. 수많은 눈이 등장하지만 기괴하거나 무섭진 않은, 약간은 귀엽고 친근함마저 드는 아트워크를 만든 이는 바로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 리카르도 카볼로(Ricardo Cavolo)다. 자라, 알렉산더 맥퀸, 나이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일러스트레이터의 음악일기] 등의 책도 쓴 그가 이번에는 악단광칠의 새 앨범 [인생 꽃 같네]의 아트워크를 맡았다.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직접 물어봤다. 인터뷰에 쿨하게 응해준 그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Q. 우선 악단광칠로부터 앨범 커버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한국과 한국의 문화에 관해서는 평소 어느 정도 알고 계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것 만큼은 무조건 말해야 하는 게, 저는 한국을 이미 긴 시간 동안 사랑하고 있었어요. 처음 프로 아티스트로서 시작했을 때에도 한국에는 큰 일러스트 씬(scene)이 있다는 걸 알았고, 거기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그러다 제 책 중 하나가 한국어로 번역되어서 출간되었어요. 그 때 2주 정도 한국에 있으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사랑에 빠졌죠. 저는 한국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좋은 연결이 있다고 느껴요. 이제는 한국에서 오는 어떤 프로젝트든 다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죠.
Q. 악단광칠 음악을 처음 들으셨을 때 어떠셨는지도 궁금해요. 이미 [일러스트레이터의 음악일기]에서도 그렇고 음악을 듣는 폭이 넓으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악단광칠의 음악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항상 전세계 곳곳에 있는, 저마다 다른 전통 음악과 부족 음악을 찾아 다녀 왔어요. 그래서 악단광칠의 음악은 제게 그렇게까지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그들을 알고 있진 못했지만, 그들의 음악 프로젝트만큼은 정확하게 이해했죠.
Q. 아트워크를 보면, 오리엔탈리즘이나 스테레오타입이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느낌이 잘 담겨 있더라고요. 아트워크 작업을 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저는 한국 문화, 아시아 문화를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최근에 저는 각각의 문화에서 온 세세한 디테일들을 제 개인적인 작업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쉬웠습니다. 조사를 하는 등의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밴드 멤버들은 제게 앨범의 정신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요, 그건 바로 “감로탱화”였습니다.
(감로탱화: 죽은 사람의 넋을 하늘로 갈 수 있게 기원하는 불교의식에 사용된 조선시대 불화. 불교의 세계관에 전통의 조상 숭배와 민간 신앙이 녹아 있어 한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Q. 아트워크를 보면 도깨비나 산, 신의 모습, 사후세계와 이승이 한 곳에 모두 그려져 있는데요. 악단광칠의 음악이 지닌 뿌리와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로탱화의 구조를 가지는 것은 한국 문화에 붙어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을 맞추기 쉬웠고 또 이 음악 프로젝트([인생 꽃 같네])에 관한 이야기를 푸는데 유용했습니다. 완벽한 믹스였죠.
Q. 작업 과정은 어떠셨나요?
빨랐습니다. (웃음) 저는 빨리 일하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아이디어들이 항상 더 신선하고 즉흥적이죠.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인드에 메인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입니다. 일단 그걸 가지면, 그 다음은 그냥 본능과 기술을 쓰는 것이죠. 악단광칠로부터 오는 피드백은 항상 긍정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몇 가지 디테일을 수정하기 위해서 일했고 굉장히 빨리 끝났습니다.
Q. 케이트라나다의 앨범 커버로 화제가 된 적 있기도 하고, 당신은 실제로도 음악을 굉장히 사랑하시잖아요. 반면 아트워크로서의 작품 수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그리고 악단광칠의 앨범을 수락한 다른 이유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저는 단지 프로젝트(앨범)와 좋은 관계를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규모가) 크든 그렇지 않든 상관 없어요. 예술가가 되는 것은 오직 사랑과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프로젝트에 뭔가 좋은 느낌을 받는다면, 그냥 하죠. 앞에서 말했듯이 이 프로젝트에 관해 좋은 기분을 느꼈던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나라에서 왔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음악 프로젝트가 전통 음악을 향한 제 관심과 연결되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 딱 있죠. (웃음)
Q. 앨범 아트워크는 한국의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사이키델릭 스타일도 담겨 있어요. 이번 앨범의 특징이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무엇일까요?
맞아요, 최근에는 제가 사이키델릭 무드에 빠져 있어요. 그리고 저는 항상 제가 하는 어떤 프로젝트든 제 무드를 심으려고 하죠. 그 프로젝트가 테크로 음악이든, 클래식 음악이든, 랩 음악이든, 악단광칠의 음악이든 상관 없어요. (웃음) 그건 제가 가진 저의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는 것에 관한 거죠. 그리고 제 보이스는 대부분 사이키델릭과 재밌는 것이고요. 예술적인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쓰는 경우, 그건 주제가 뭐든 상관 없어요. 잘 섞일 거니까요.
Q. 이후에 작업해보고 싶은 음악 종류가 있으시다면?
저는 주로 랩과 플라멩코를 들어요. 그런 분위기의 것도 해보고 싶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앨범 아트워크를 보는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사람들이 앨범에서 예술과 음악 사이의 연결을 느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 앨범에는 거대한 콘셉트가 있고, 제 예술은 단지 그 아이디어를 서포트하고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