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뮤지션의 모든 이야기가 궁금하곤 합니다. 직접 물어볼 수도, 흘러와 들을 수도 없는 질문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와 듣는 이 서로가 궁금했던 이야기를 이틀에 걸쳐 모집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모였고, 몇몇 질문과 답변을 모아 지면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질문을 나눠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본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팬들의 질문과 뮤지션의 응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 이번 앨범 <연가>의 각 수록곡을 스케치한 멤버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요.
A. 공중그늘은 항상 크레딧에서 작사, 작곡, 편곡을 공중그늘로 명시해요. 처음 누군가 스케치를 가지고 왔을 때와는 다르게 ‘공중그늘’스럽게 편곡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곧 공개될 인터뷰 영상을 기대해주세요!
Q. 공중그늘의 상세한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A. 먼저 한 멤버가 스케치를 만들어 와요. 공중그늘의 곡으로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멤버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또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편곡을 해요. 길고 긴 시간 동안 대화와 논쟁을 통해 모두 만족하는 편곡이 완성되면 녹음에 들어갑니다. 녹음이 끝나면 해인이가 맡아서 믹싱을 하고요. 조만간 모든 곡의 작업기가 담긴 인터뷰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Q. 이번 앨범에서 작업기간이 가장 오래 걸렸던 곡과 가장 짧게 걸렸던 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제일 오래 걸린 곡은 “모래”가 아닐까 싶네요. 처음 스케치를 해온 곡에서 가사를 포함해 모든 부분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세 명의 멤버가 각자의 버전으로 편곡을 해왔어요. 각자는 자신이 써온 버전이 아직도 가장 좋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그사이”는 스케치 과정과 가장 비슷하고 금방 작업했어요.
Q. 서로 만든 곡을 평가할 때 가장 냉정한 멤버는 누구인가요?
A. 장오와 성수가 가장 직설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많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천재 공중그늘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과 작업이 힘들었던 곡을 고르자면요?
해인 | 최애곡은 수시로 바뀌지만 지금은 “여행”입니다. 제가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방향성과 잘 맞아요. 가장 어려웠던 곡은 “모래”, 편곡의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어요.
철민 | “모래”를 편곡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동수 | 가장 좋아하는 곡은 “새 출발”입니다. 신나는 리듬의 곡이라서요.
성수 | 역시 “모래”가 가장 힘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곡은 “여행”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요즘이라 그런지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장오 | “비옷”이 감정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것 같고, “연가”가 랩이라 부르기 힘들었어요. 최애곡은 “그사이”입니다. 부르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어서 좋아요.
-천재 공중그늘
Q. 가사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해인 | 다른 작가의 가사나 시 등의 작품을 보다 보면, “아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용기 있게 가사를 쓰게 돼요.
철민 | 저는 가사 쓰기가 늘 어려워요.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고민을 해도 한 줄도 적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성수 | 주로 멜로디를 먼저 흥얼거린 후 가사를 생각해요. 멜로디가 짜인 곡과 이미지가 맞는 가사를 만들어요.
장오 | 미리 조각조각 가사를 모아둡니다. 걸으면서 생각을 하다 보면 가사가 잘 떠올라요.
Q. 이번 앨범 노랫말 중,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구절은 뭔가요?
해인 | “계절” 헌 웃음을 끝내자.
철민 | “연가 2 (Feat. 장필순)” 죽음 뒤에도 당당할 언어와
동수 | “계절” 어쩔 수 없는 건 원래 없어
성수 | “여행” 멀리 보이면 숨을 고르고, 끝내 닿으면 물을 마시자
장오 | “보보” 밟아야 할 길만 밟으며 가야겠지
Q. “비옷”이라는 노래가 다른 곡들과 달리 좀 더 서글프고 감정적인 느낌인데 어떤 멤버가 썼는지, 어떤 배경으로 쓰였는지 궁금해요.
A. “비옷”은 장오가 가사를 썼어요. 사랑하는 존재에게 어떠한 위로도 되지 못하는 무력감에 대한 노래예요. 직접적인 경험을 배경으로 썼지만,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아마 살면서 누구나 느낄 만한 감정을 관찰해서 썼어요.
Q. “보보”와 “그사이”에 왜 하필 비둘기가 등장하나요? 그 둘은 같은 비둘기인가요, 다른 비둘기인가요?
A. “보보”의 ‘지친 비둘기’는 보통 인간에 의해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노란 고양이’와 대조적인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그사이”의 ‘작은 비둘기’는 평화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비둘기의 이미지를 차용했고요. 사실 인간에 의해서 재단될 뿐 두 비둘기의 존재 자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Q. “아미고스”랑 “기분”의 행방은요?
A. 이번 정규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이 꽤 있어요. 앞으로 새로운 앨범들을 좀 더 자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Q. “연가 2” 장오님의 보컬로 들을 기회가 있을까요?
A. 장필순 선생님께 가이드 음원을 보내드리기 위해 녹음한 버전이 있습니다. 이후에 기회가 되면 발매할 생각이에요.
-천재 공중그늘
Q. 아직 공연을 안 한 곡들이 있는데, 어떤 곡의 라이브가 가장 기대되나요?
해인 | “여행”
철민 | “숲” 라이브로 어떻게 연주될지 가늠이 안 되네요.
동수 | “새 출발”입니다!
성수 | “새 출발”에서 제가 타악기를 칩니다. 기타솔로를 기대해주세요!
장오 | “연가 2 (feat. 장필순)” 유일하게 음원과 다를 수밖에 없는 곡이기 때문이에요.
-천재 공중그늘
Q. 평소에 어떤 글을 자주 읽고 쓰시나요?
해인 | 공중그늘 멤버들과의 채팅..
철민 | 요즘에는 쓰기보다는 많이 읽는 편입니다.
동수 | 저는 소설을 주로 읽고 일기를 매일 쓰고 있어요.
성수 | 주로 에세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좋아하는 학자의 서적은 나오는 대로 사 읽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SNS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밴드 홍보글만 쓰고 있네요.
장오 | 읽는 건 뭐든 좋아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앨범 발매로 바쁘다 보니 핸드폰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을 주로 읽어요. 쓰는 건 공중그늘에 관련된 글들을 제가 많이 쓰다 보니.. 지금도 제가 이 답변들을 쓰고 있습니다.
Q. 인상 깊게 봤던 영화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해인 | “언더그라운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사운드트랙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철민 | “이터널 선샤인” 겨울이 오면 항상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예요.
동수 | “퐁네프의 연인들” 참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성수 | 얼마 전에 다시 본 “컨택트 (어라이벌)”이 기억에 남아요. 낯선 존재와 소통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 영화이고, 음악과 사운드가 좋았어요.
장오 | 좋아하는 영화는 많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루카 구아다니노의 “아이 엠 러브”네요.
-만니엘
Q. 살아보고 싶은 국내 지역과 나라가 궁금합니다.
해인 | 제주도, 독일.
철민 | 제주도, 독일 베를린.
동수 | 제주도, 프랑스에 살고 싶어요.
성수 | 국내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연희동에서 오래오래 계속 살고 싶습니다. 외국을 말하자면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장오 | 제주도, 이태리 시칠리아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Q. 우주에서 공연하기 VS 바닷속에서 공연하기
A. 두 곳 모두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곳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우주에서의 공연이 더 궁금하네요!
Q. 공중그늘에게 재미있는 질문이란?
A. 대중음악가로서 관심을 받고 질문을 받는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 모든 질문이 재미있지만 위의 질문(바다 VS 우주)이 특히 재밌네요.
Q. 역으로 팬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해인 | 공중그늘을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철민 | 공중그늘의 입덕포인트는?
동수 | 저희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좋겠다 싶은 뮤지션?
성수 | 늘 감사합니다. 단독공연 하면 와주실 거죠><?
장오 | 공중그늘에게 가장 바라는 이벤트는? (공연, 앨범 발매, 라이브 방송, 라디오 등)
Q. 동수님, 노래 부르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동수 | 저는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Q. 공중그늘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 특별한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해인 | 요즘은 멤버들에게 처음 밴드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가 자주 생각납니다. 성수가 하기 싫다고 했었는데..
성수 | 이번 정규 앨범을 제작하면서 피처링을 부탁드렸던 장필순 선생님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Q. 각자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해인 | 공중그늘을 오랫동안 이어가며 적당히 잘 먹고 건강히 잘 사는 미래를 꿈꿉니다. 작곡가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철민 | 별다른 걱정 없이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것.
동수 | 더 좋은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성수 | 한 달 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발명되어 마스크 안 쓰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
장오 | 그냥 계속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Q. 3년 전의 공중그늘은? 3년 뒤의 공중그늘은?
A. 3년 전에 처음 밴드를 시작하면서 친구들끼리 취미로 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공중그늘의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고 좀 더 책임감을 느낍니다. 3년 후에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Q. 각자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해인 | 여름
철민 | 저는 겨울을 좋아해요.
동수 | 가을입니다.
성수 | 따뜻함이 귀해지는 겨울이 좋습니다.
장오 | 이맘때가 가장 좋아요!
Q. 싫어하는 것을 한 가지 꼽는다면요?
해인 | 공포영화.
철민 | 현실.
동수 | 소음에 예민한 것 같습니다.
성수 | 유일하게 편식하는 음식인 은행. 순수하게 싫어해서 먹지 않습니다.
장오 | 잘못된 걸 알고도 변하지 않으려는 태도.
Q. 최근 들었던 앨범 중 어떤 앨범이 가장 좋았나요?
해인 | <NCT 127 / NCT #127 Neo Zone The Final Round – The 2nd Album Repackage>
철민 | <Kakashi / Yasuaki Shimizu>
동수 | <실리카겔♥ / Kyo181>
성수 | 최근에는 <태민 / 2 KIDS>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뮤직비디오 속 태민은 짜여진 안무 없이 즉흥으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멋있습니다.
장오 | <안다영 / 지문> 올해 나올 정규 앨범이 정말 기대돼요.
Q. 비건이신 분들 중에서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속하는 이유는 뭔가요? 좋아하는 비건 음식과 식당 소개해주세요.
철민 | 가원의 짬뽕과 간짜장이요.
성수 | 좋아하는 사람이 비건을 하여 저도 같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다 보니 실천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장오 |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반박할 수가 없어 그날부터 비건이 됐어요. 함께 사는 동물들의 영향도 있었고요. 좋아하는 비건 식당이 정말 많지만, 항상 맛있는 곳은 이태원의 플랜트! 비건 옵션인 곳을 꼽자면 예술의전당 앞 백년옥의 자연식 순두부를 좋아합니다.
Q. 공중그늘의 곡을 듣는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는지 궁금해요.
해인 | 저희의 곡을 듣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시면 좋겠습니다. 운동하면서 들으세요.
철민 |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들어주세요.
동수 |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구나 라는 위로.
성수 | 위로가 필요하거나, 용기를 얻고 싶거나 무언가 필요할 때 저희 음악이 그것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장오 | (다짜고짜) 비건이 됐으면 좋겠어요. ㅎㅎ
Q. 올해가 끝나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A. 연가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안전하게, 무사히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공중그늘에게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은 뭔가요?
A. 여러분의 마음이요.
Q. 공중그늘 음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응원해요.
A. 항상 감사합니다. 힘이 됩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