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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갓구름 Aug 05. 2019

엑시트를 보면서 든 생각

우리사회는 안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는가?

< 이 글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지난 일요일 아침, 어머니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다. 평소 저녁만되면 기상송마냥 울려대는 '오나의귀신님'을 정주행 하신덕에 조정석과 사랑에 빠지셨기 때문에, 개봉일만 앞두고 '나오면 보러가자'고 여러번 보채셨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고 티저에서 봤던 장면이 나와서 재난의 시작에 대한 설명은 앞 10분내로 끝났다.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영화 속 곳곳에 녹아 있던 장면에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준비되어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정확히는 윤아(이하 의주) 와 조정석(이하 용남)이 옥상에서 두번째 탈출의 기회를 얻게되었을 때였다. 두 사람은 첫 탈출의 기회에서는 무게초과로 탈출을 '못'하고-어느정도, 의주가 구름정원 직원으로서 의연하게(?)-포기한 측면이 20%정도 된다. 그러나 둘 만 남겨진 뒤, 쓰레기 봉투로 온몸을 도배하고, 지하철에서 구해온 필터를가는등, 운좋게 다가온 두 번째 기회에 더 큰 시련이 다가온다.

여기요 여기ㅣ!!


바로 건너편 보습학원에 갇혀있는 어린 중고등학생들 무리를 보게된것이다. 헬기는 다가오고, 아이들은 닫힌 옥상 비상출구를 피해 벽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다가 실패한 뒤 전전긍긍하고 있다.

의주와 봉남은 저렇게 많은 간판을 세워 먼저 구조받기 위해 절박했지만, 아이들을 위해 화살표로 순서를 양보한다. 나는 여기서부터 영화가 현실이라면, 한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 안전시스템에 대해 궁금해졌다.

왜냐고? 우리엄마, 나, 아빠가 아니란 보장이 없으니까.


첫번째 질문, 위급상황에서 반드시 준비되어있어야할 시설들은 그렇게 잘 유지되고 있는가?


봉남은 이장면에서 아이 한명이 탈출하려는 시도를 조마조마보면서 울분을 토한다. 

"아니 도대체 옥상문을 왜 다 잠가놓냐고!!! " 


아마 신문과 뉴스를 보는 구독자분들은 종종 안전진단에 있어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현장취재기사를 종종 봐왔을것이다. 나는 저장면을 보면서 14년 많은 사람이 희생된 재난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우리 사회 곳곳은 각종 재난에 맞추어 잘 준비되어있는가? 화재를 대비해 닫혀야할 공간은 잘 닫혀있으며, 개방이 잘 되어야 할 곳은 편의를 위해 잠가져 있지않은가? 잠가놓았다면 비상시 오픈할 수 있게 준비되어있는가 말이다.



두번째 질문, 위급상황에 대한 기본지식을 국민에게 충분히 교육/실습하는 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는가?

의주와 봉남은 필터를 이용해 더 높은 건물쪽으로 달려간다.

봉남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누나가 가스에 노출된뒤 피부에 화상을 입고 호흡곤란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고, 이 가스가 보통 가스가아니란것을. 의주역시 '위험성'은 알았겠지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기본 지식에 있어서는 봉남과 차이가 있었을것이다. 바로 봉남이 군대에 다녀와서 알았을 기본적 지식때문이다. 


이 둘은 필터와 비닐로 가스를 뚫고 도착한 공간에서 옷을 벗은뒤  큰 선풍기 앞에서 팔벌려뛰기를 한다. 

아마 의주가 피부를 만지려했는데 봉남이 제지한 뒤 알려준것 같았다. 이 장면에서 난 엄마에게 귓속말로 짧은 지식을 말했는데, 역시나 엄마는 잘 모르고 있었다. 저런 치명적 가스에 대해 어떻게 하면 절대 안되는지


" 엄마, 저런 화생방 가스같은거는 우리가 피부에 묻은게 없다고 문지르거나 긁으면 안돼. 그래서 재네가 저렇게 바람으로 흘려보내는거야. 흐르는 물에 대서 닦아내거나 바람으로 흘려보낸 뒤에 만져야돼 "


나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진짜사나이에 나오는 훈련장면으로만 알고있는 내용이, 저런 재난상황에선 매우 기본적이고 중요한 지식임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일반 시민, 그리고 어린이에게도 잘 교육되어있는가? 에대한 의문을 가지게되었다.

나 또한 군대 화생방훈련을 받지않았기에, 봉남처럼 재난상황에서 방독면을 제대로 쓸수있을지, 필터는 잘 갈수있을지 또한 교육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우리엄마가 이 영화에서 처럼 가스에 노출되었다면, 그리고 생각없이 문지르거나 긁었다면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죽었을지도 모를일이다. 미국/일본처럼 어린이들에게는 노래로 지진/화재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외우게하는 등, 기본 교육과정과 교육과정 외의 모든 시민이 잘 인지하도록 시스템이 돌아가야한다. 그런면에서 최근 수영교육이 운영과정에서 미흡하다는 기사가 떠올라 씁쓸했다.

※전문가의 시점으로 쓴 정보가 아닙니다.



마지막, 우리는 재난상황에서 개인의 목숨보다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할 도덕성을 교육받고 있는가?


재난상황에서 침착하고 빠른 대응으로 눈길이 갔던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윤아가 연기한 의주다.

의주는 가스가 터져 도망가는 봉남가족을 보고 '무슨일이야?' 라고 들은 뒤 그쪽으로 가지말라는 봉남의 말에도

소화전을 눌러 경보를 울리고- 이벤트가 끝나지않은 홀으로 달려가 '얼른 대피하세요!'라고 외친다.


그 뒤 봉남의 누나를 위한 들것을 만들기위해 치마에 구두를 신은채 대걸레를 가져와 들것을 만들고, 닫힌 옥상을 위해 벽을 오를 봉남에게 필요한 분필과 클립을 준비하는등, 자신의 핸드폰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동분서주한다. 나는 보습학원의 아이들을 보기전부터, 재난상황에서 뛰어다닌 의주를 보며 세월호에서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뛰었을 의인들과, 그러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선장으로서 적절한 경고와 탈출이 임박한 선원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피난을 도울 의무를 다하지 않은(적극적으로 방임한) 세월호 선장역시 떠올랐다. 한 편으로는 의주를 좋아한 남자 점장처럼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과연 위기시 메뉴얼을 먼저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의 역할에 맞게 1층으로 방독면을 쓰고 내려갈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평균 남자보다 약하고 소심한 오빠가 떠올랐다.

     그런 메뉴얼의 마련만큼, 재난시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한다는 당위성 역시 잘 교육되어있는 사회인가? 

질문에 우리는 '물론이지'라고 대답할 수 있는지, 만약 아니라면 무엇부터 실행해야 할 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재난과 위험상황을 컨트롤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상황이 일어날 때 피해를 줄이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 전에 구축해 놓을 안전시스템에 달려있다.



나는 의주가 부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만큼 우리 시민 역시 드론을 날려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위한 줄을 이어줄 한명 한명의 구조대원으로서 선한 의지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지를 행동으로 이어줄 시스템의 구축이 우리가 평소 준비해야할 최선의 준비이자 최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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