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취미화 프로젝트 (2) - Clapping Music
현대음악 영업 두 번째 시간! 이번에도 듣기 힘들지 않은 음악을 가져왔다. 오늘의 음악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려운 음악은 절대 아니니 안심하길 바란다. 지난 글에서 정보를 알아갈수록 음악이 다르게 느껴지는 체험을 해보았으니 오늘은 실전이다. 매개변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서 일단 들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lzkOFJMI5i8&source_ve_path=MjM4NTE&feature=emb_title
이 곡의 편성(악기의 구성)을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박수? 사람? 악기를 꼭 지정해야 한다면 '사람 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곡을 변화시키는 단 하나의 매개변수를 뽑자면 무엇일까? 바로 '리듬'이다. 여러분들은 이 곡의 분석을 완료했다. 악기라고는 손바닥밖에 없고, 음정의 높낮이도 없으니 더 생각할 것도 없다. 리듬이라는 단 하나의 매개변수로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박수로만 만들어진 이 곡의 이름은 '클래핑 뮤직(박수음악)'이다. 클래핑 뮤직을 듣다 보면 규칙적으로 반복되지만 어느샌가 변화해 있다. 이렇게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억제해서 패턴화 된 음형을 반복시키는 음악을 '미니멀 음악'이라고 칭한다.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다는 이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곡을 작곡한 사람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1936년~)라는 사람인데, 라이히는 '미니멀 음악'하면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니 기억해 놓으면 종종 음악회에서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작곡가들은 자신의 곡을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수정하고 싶은 욕구와 마주친다. 이것은 '대부분'이라는 말이 아닌 '모두'라는 단어를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창작자들이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라이히는 이 곡의 어느 부분을 수정하고 싶을까? 인터뷰어가 어느 부분을 수정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쓰는 모든 곡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곡은 완벽하다.
라이히는 이 완벽한 음악을 두 명의 연주자와 한 마디의 악보, 그리고 박수만으로 구성했다. 그냥 대충 박수만 친다고 해서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니, 4~5분 동안 너무너무 간단한 이 곡을 변화시키기 위해 아주 작은 설정을 추가했다. 바로 연주자 한 명이 이 곡을 8번째 혹은 12번째 반복할 때 마지막 8분 쉼표 하나를 생략하는 것이다.
연주자 한 명은 그대로 연주하고 다른 연주자는 이 설정을 따른다면 서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반복하면서 이 어긋남이 더 더 쌓이게 되고, 동일한 것의 무한한 반복이 아니라 음악이 변화하는 것처럼 만들어지게 된다. 점점 차이가 많이 벌어지다가 1번 연주자와 2번 연주자가 다시 일치하게 되면서 이 곡이 끝나게 된다. 기본 음형이 12개의 8분 음표로 쪼개져있으니 총 12개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사실 이 곡은 라이히가 작곡한 곡 중에 특이한 편에 속한다. 라이히가 이전까지 작곡하던 방식은 '페이징 음악'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곡은 페이징 음악이 아니라 '캐논 Canon'이기 때문이다.
페이징 음악(Phase music)이란 똑같이 생긴 두 개의 테이프가 다른 속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테이프라는 비유가 어렵다면 유튜브 영상을 두 개 재생하는데, 하나는 기본속도로 하나는 1.2배의 속도로 동시에 재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속도의 차이가 쌓이면 리드미컬한 분리가 발생하고 이를 음악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대표곡으로는 피아노 페이즈(Piano Phase), 바이올린 페이즈(Violin Phase)등이 있다. 사실 오늘은 페이징 음악의 정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작곡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클래핑 뮤직에 적용시켰다는 것에 집중해 보자.
페이징 방식으로 작곡하던 라이히는 클래핑 뮤직을 작곡하려고 하니 단순한 박수로는 페이징 하는 메커니즘이 적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음정이 없으니 속도를 다르게 해서는 음악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연주하기 너무 헷갈렸을지도. 그래서 8번째 혹은 12번째 반복마다 쉼표를 생략한다는 요소 딱 한 가지로 같은 연주를 다르게 겹쳐지도록 만들었고, 이 방식이 바로 캐논이다.
캐논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면 돌림노래를 생각해 보자. 클래핑 뮤직은 똑같은 음악이 다른 타이밍에 동일하게 반복되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는 돌림노래처럼 진행된다. 부정할 수 없는 캐논인 것이다. 라이히는 이 곡이 엄격한 캐논이라는 사실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미니멀한 음악을 접해보았으니 정의를 알아보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최소음악, 미니멀리즘이라고도 불리는 미니멀 음악은 최소한의 음악 재료를 사용해서 시간을 꾸미는 음악의 한 형태이다. 오늘은 박수만 나오는 간단한 음악을 들었지만 편성까지 미니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960년대 미국의 뉴욕에서 시작되었다는 미니멀음악의 특징은 반복적인 패턴, 일정한 리듬, 작은 단위의 반복 등을 꼽을 수 있다. 현대음악의 큰 갈래이기도 한 미니멀 음악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작은 편성부터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까지 다양한 편성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작곡되고 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은 박수만 나오는 오늘의 음악에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고 흥미 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던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대음악에 대해 한 갈래의 취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이런 음악이 좋은지 싫은지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음악회에 갔을 때 '스티브 라이히'라는 이름이 보이면 '미니멀 음악'이라고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며, 음악회 포스터에서 '미니멀 음악'이라고 쓰여있으면 '어떤 패턴으로 반복할까?'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배경지식이 생겼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지는 현대음악의 세계. 여러분들이 더 알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
글 예도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