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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Mar 07. 2024

부산 헬도로로 출퇴근하기

나의 출퇴근 길에는

헬 도로로 악명높은 동서고가로가 있다.

도시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위한 도로가 하나뿐인데,

사방에서 차들이 몰려들어 초보에게는 매우 어려운 길이다.

운전으로 출퇴근 하기 2달전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시작 전에는 지레 겁이 나서,

면허를 따놓고도 운전을 못할 수도 있겠다싶었다.

남편은 운전대를 잡은 내 옆에서

차근차근 방법을 알려줬다.

올라가는 길이 하나이니

양쪽에서 한 차씩 핑퐁식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그게 운전자들끼리의 암묵적인 룰이란다.

처음에는 머리로 이해가 돼도,

차 머리를 들이밀지 못해서 옆차선의 차를 여러대 보내주고서야 고가도로에 진입했다.

고가대로에 진입하고 나면 두번째 퀘스트가 등장한다.

바로 도시고속도로로 합류하기.

합류지점도 마찬가지였다.

빽빽이 줄지어있는 차들 사이에

새로운 차들은 한 차씩 깜빡이를 넣고 합류한다.

절대 두 차가 한번에 합류할 수 없다.

그것은 암묵적인 룰!

두 차씩 들어가면 양보하는 차 입장에서 너무 밀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양보를 해주지 않으면 합류차들은 영원히 기회가 없으니 생긴 규칙같다.

그 규칙들이 왠지 모르게 귀엽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나씩, 하나씩 끼워주고 들어가는 그 룰이 재미있다.

정해져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하나하나 길을 찾아야하는 신규사업을 맡은 요즘이기에,

규칙이 정해져 있는 이 도로에서

아주 작은 상호작용이 모여 평화롭게 흘러가는

이 헬도로에서의 시간이 힐링이다.

고가도로에 합류하고 나면

펼쳐지는 노을이 지는 풍경은 덤이다.

멀리서 보면 악몽같은 이 도로가

익숙해지니 ‘힐링’이 될줄이야.

(물론 내가 가는 방향은 합류구간만 지나면 정체가 해소되니 그런 것도 있다.)

이 도로를 지날 때마다 생각한다.

절대로 할 수 없거나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것들이

도리어 편안해지고 즐거워진 것을 보면

판단이라는 것은 언제나 충분히 뒤바뀔수도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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