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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육아. 내뜻대로 내 마음대로

by POE 포

단순함을 뜻하는 미니멀을 육아에 접합시킨다고할때

처음 떠올렸던 이미지는

깔끔하게 정돈된 거실,

따스한 느낌의 아기방 인테리어였다.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물적인 미니멀보다 더 깊은 사유를 하게 되는건 역시나 질적인 미니멀이다.

묘하게 육아책에 거부감이 들었던 시기가 있다.

나의 개인시간을 육아 정보를 습득하는데 사용한다는게 나를 잃어버리고 엄마라는 자아만 남게 되는 것 같았다. 그 시간에 놓치게 되는 소위 돈이 되는 정보들에 대한 기회비용을 곱씹어보곤 했다.

문득 '봉사'라는 개념이 내 머리를 스쳤다.

입양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안전한 보호망과 교육을 제공하는 것과 직접 배안에서 키운 아이에게 행하는 게 출산 이후에는 어떤 차이일까.

사람은 이 세상에 무언가를 기여 하고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느낄 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낀다. 신생아를 돌보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인간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봉사 기회이자 순간이다.

육아와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하는게 시간 아깝지 않다고 느껴진 시기도 그때즘부터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책에 밑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이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상상하고 미래를 설계해가는 일련의 과정은 역설적으로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한 고가치의 순간들이다.

그래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은 맞지 않다. 어떻게든 너를 키우면서 쌓은 경험들은 나를 알아가는 성찰의 시간이자 성장의 순간이다.

물건을 줄일 때 근본적인 이유가 곁가지를 걷어내고 나만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듯이 육아에서 미니멀을 추구하는 방향 역시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이다.내 방식과 내 마음은 무방비한 방치와 자유가 아닌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이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궁극적인 자주적 독립을 바탕으로 하되 대들보가 되는 방식들에 대해선 내가 추구하는 본질대로 이끌어가보려고 한다.

무언가를 하지 않을 걸 골라내고

반드시 해야할 것을 선택하는 안목을 위해

정반대 시각을 가진 책들에도 편견없이 관심을 둔다.

아이가 공부를 하든 말든 개의치 않는 시각과

아이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꾸준히 보조자역할을 해주는 시각 둘다 흥미롭게 읽는다.

중요한 건 두가지 모두 정해진 정답이 아니다.

하나로 귀결되는 답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개인적인 타인의 경험을 부담가지지 않고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ps. 아이를 가진 후 오랜만에 브런치 글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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