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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을 위한, 평화>

by 김틈



고르지 않다는 것은

언제고

지옥을 만든다.


파도를 보라

높으면 곧 낮고 고요하면 곧 소란하다.

산을 보라

높은 만큼 바람맞고 낮은 만큼 안온하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엔

지옥이 없다.

지옥은

인간의 창조물.


높고도 고요하고 안온하려만 하다 보니

그렇지 못한 곳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옥이

만들어진다.


사람사이에도

지옥이 있고.

한 사람의 마음에도

지옥이 있다.


오늘도 붉은 십자가와 확성기로

증오의 말을 뿜는 광화문의 한 노인과

십자가도 확성기도 없지만

마음을 소란케 하는

침략적 개척을 일삼는 무리지음에

지옥을 본다.


그 지옥을

매일 벗어나려

높은 마음을 부수고

낮은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당신은

저 높고도 또한 공평히 낮은 곳에도

계신 걸로 믿으며

금관의 예수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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