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습작생
시 수업이 끝나면 우린 모란으로 갔다
교수님은 가난한 우리를 푸짐한 감자탕 앞에 앉혔다
찌그러진 냄비 안에 감자처럼 자박하게 모여 앉은 우리는
유명한 시인이 따라주는 소주 한 잔에 시인이 되기도 하고
맛있게 씹혀버린 내 습작시에 얼굴 붉히기도 하며
성급히 취해갔다
뭉근하게 익은 감자탕을 떠먹다 보면
가난한 너도
또 가난한 나도
(이제야 알아버린) 가난했던 교수님도
잠시 뜨거울 수 있었다
또 뜨거울 내일이 있어
폭설에 발이 다 젖어 떨어도
기꺼이 막차를 기다릴 수 있었다
오늘을 괜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