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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니면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씁니다

by 달콩쌉쌀



그의 어머니는 고아였답니다

자신을 지켜줄 이 하나 없는 세상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자랐겠냐고

그걸 늘 마음 아파 했었어요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서 보살펴주고 싶다고요

우습죠 살아있을 때 그는 이미 그분의 엄마로 살았는걸요


그는 초등학교 때 늘 지각을 했다고 해요

집에는 어린 그를 깨워줄 가족이 없었대요

엄마는 늘 술에 취해 새벽에 들어와 잠이 들었고

어린 그는 엄마를 기다리다 늦잠을 자곤 했답니다

남들은 엄마의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갈 때

그는 검은비닐 봉지에 빵과 우유를 사들고 갔다고 합니다

차림새야 뻔했겠지요

키가 컸는데도 그는 늘 왕따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지켜줄 이가 없다는 걸 아이들도 느꼈겠지요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다섯 살에 구구단을 다 뗐다는데

책을 좋아하던 그가 책을 보면 책장 넘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그의 어머니 손이 여지없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또 어떤 날은 집에서 종일 굶다가 밤이 되어서야 어머니가 들어왔대요

반갑게 뛰어나간 그 아이에게 뭐가 화가 났는지

어머니는 돌연 손에 들고 있던 치킨을 바닥에 던져버렸다고 합니다

배고팠던 그는 그걸 주워먹었대요


빚쟁이가 집으로 몰려든 날

그의 부모는 어린 남매를 집에 두고 도망을 쳤다 합니다

악다구니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벌벌 떠는 동생을 보면서 알았대요

자신이 이 아이를 지켜야한다는 걸

부모님은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걸.

그 어린 아이에게 그들은 대체 왜 그렇게 가혹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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