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그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by 달콩쌉쌀

지난 토요일에 그를 찾아갔습니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 그 가파른 언덕을 차가 오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언덕에서 차는 멈췄고 더는 갈 수 없게 통제해놓아 걸어가야 했습니다

처음 이 곳에 올라왔던 그 날이 생각났습니다

그가 이 묘지에 있다고 알려준 친구의 사진 몇 장을 보고 또 보면서

미친듯이 울면서 찾아 헤맸던 게 올해 3월입니다


그의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 앞에

다른 조문객이 있습니다

아마도 친구가 이곳에 있나 봅니다

그분은 비석 앞에 술 한 잔과 과자, 담배를 놓아두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어 묘에 왔어 니들하고 영상통화나 하려고

응 **는 내일 온다고도 하고 ...


부러웠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를텐데요

이곳에서도 외로운 건 아닐지

그를 찾는 사람이 없어 홀가분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준비해간 음식을 올리려는데 또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가 좋아한 치킨과 커피를 꺼냅니다

슬퍼할 새 없이

다른 조문객들이 그가 있는 비석 앞에 옵니다

이번엔 중년의 가족입니다

아버지가 그곳에 계신답니다


사람을 참 좋아하던 그였는데

혼자인 것보다 그분들과 함께인 게 더 나은 걸까요

그 앞에서 슬퍼할 시간도 공간도 주어지지 않는 게

저는 또 슬펐습니다


조문객이 다른 곳으로 가 식사를 하는 동안

저는 그 앞에 가만 서 있었습니다

계단 옆에 고양이가 한 마리 보입니다

지난 번 왔을 때 조문객들이 놓아둔 음식을 먹는 고양이들을 보고

고양이 간식을 하나 사와야겠다 생각했어요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 종이컵에 담아 놓아둡니다

고양이는 경계하며 다가오다가 제가 멀찍이 있으니 와서 간식을 뭅니다

간식을 물고 뱅글뱅글 도는 이상한 모습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가까이 가보니 한쪽 눈이 없습니다

여기서 다친 걸까요 거친 산 묘지에서 살다 보니 아팠던 걸까요

고양이는 종이컵을 들고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새끼한테 주러 물고 가는 거라 말합니다


남은 간식을 곳곳에 놓아두며

그하고 잘 놀으라고 시덥지 않은 인사도 놓아둡니다


봄에 다시 올게

내가 살아있으면


가파른 언덕 위인데 춥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비가 내렸습니다

비는 밤까지 한참 쏟아졌습니다

KakaoTalk_20251209_063814413.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선생님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