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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Sep 14. 2022

갇혀살다-여섯

눈사람을 닮은 아버지

흰 눈이 소락소락 내리는 날

아버지 품에서 요술처럼 벙어리장갑이 나왔다


빨간 꽃무늬가 그려진 벙어리장갑을 끼고

흰 눈을 공글공글 굴리며

눈사람을 만들던 아버지와 어린 딸


솔잎으로 만든 눈썹에는 청춘의 꿈이 박히고

흰 손가락으로 그려 넣은 입술이 아버지를 닮아

좋아라 손뼉치는 어린 딸을 맥없이 바라보던 아버지


"그렇게 좋으냐?"

고개를 끄덕이는 막내딸의 얼굴을

차가운 두 손으로 감싸는 아버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어린 딸은 아버지의 차가운 두 손을 잡고

호, 하고 입김을 불었다

눈사람을 닮은 아버지는 어린 딸을 향해

동그랗게 웃고 있었다


눈사람도 아버지도

봄날의 짧은 햇살처럼

청춘을 버리고 떠날 줄을 알았더라면

나는 어른이 되지 않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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