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에게 전화가 왔다.
주인이 안 팔아도 괜찮으니...
내가 원하는 가격과 거리가 먼 가격이었다.
식구와 다른 집을 알아보자고 얘기하던 중 식구는 사고 싶으면 좀 비싸게 줘도 되지 않냐고 했다.
매사 시큰둥한 식구가 그 정도로 말하는 것을 보면 그도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는 인터넷으로 주변 시세를 알아봤다.
워낙 불경기이고 아파트도 아닌지라 최근 주변 시세도 없었다.
이년 전 거래 시세에서 나는 천만 원을 올려 다시 전화했다.
내가 다시 제시한 가격은 주인의 원하는 거리와 역시 차이가 있었다.
돌아온 답은 no였다.
기분이 나빠졌고 다른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무날이 지나갔다.
그만한 집이 없었다.
식구가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평소에는 의미를 두지 않을 말에 힘을 얻어 다시 전화했다.
아직 팔리지 않았냐니 그대로 있단다.
오백만 원만 깎아달라고 했다.
내가 이리 돈에 치열했나 생각하면서.
돌아온 답은,
주인은 해외여행 중인데 오백만 원만 깎아달라는 말에 크게 웃었다며 서울에 돌아오면 전화하겠다고 했단다.
나는 고구마를 씹어먹으며 집을 파는 입장이었던 지난 나를 기억해 봤다.
늘 필요한 사람이 더 간절한 것인지.
파는 사람도 간절한 경우도 있을 텐데.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에너지가 비슷해야 관계가 지어지는 것이 아닐까.
서울에 온다는 하루 전 날에도 시간 약속이 안 되었다.
나는 이러다 못 사겠군... 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이런 불경기에 얼른 파는 게 좋을 텐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계약 시간이 정해졌다.
그날은 8월 30일.
여름의 마지막이었다.
집에서 달리면 60km, 50분이 걸린다.
최근 새로운 길이 생긴 덕분이다.
그전에는 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다.
부동산에 도착하니 목소리만 알던 명랑한 공인중개사가 반갑게 반겨줬다.
주인 부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