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 왓슨, 김상규 옮김, 정다영 건축 감수 (안그라픽스, 2023)
새로운 방식의 연결
플러 왓슨, 김상규 옮김, 정다영 건축 감수 『뉴 큐레이터』(안그라픽스, 2023)
틀을 깨는 큐레이션으로
관객과 작가를 잇는 큐레이터
플러 왓슨의 『뉴 큐레이터』가 안그라픽스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RMIT 대학교 건축 및 디자인 학부의 부교수이며 협력적 큐레토리얼을 실천하는 스튜디오 섬싱 투게더의 창립 이사다. 건축과 디자인 전시에서 완결된 작품을 그대로 선보이거나 건축가의 건축물을 모형 또는 사진으로 재현하여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건축과 디자인을 전시하는 데 필요한 여섯 가지 움직임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큐레이터가 실천하는 다양한 행위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보러 간다. 서울만 놓고 봐도 여러 구에서 각기 다른 전시가 열리고 어떤 전시는 얼리 버드를 해서라도 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흐름은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났다는 것이며, 동시에 작가와의 쌍방향 소통을 원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시는 작품을 보기 전에 엄청나게 긴 설명이 벽에 적혀져 작품의 의도와 배경을 모두 설명한다. 일반인들에게 더 폭넓고 깊은 이해를 주기 위해 설명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설명과 작가의 생각이 적힌 도움은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끔 한다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관객과 저자 사이에 유의미한 소통이 발생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걸까. 저자는 큐레이터의 역할에 관해 언급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전시는 작품을 재현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전통적인 전시 방식의 틀을 벗어나 저자는 건축과 디자인을 전시하는 데 필요한 여섯 가지 움직임을 제시한다.
여섯 가지 움직임이란 공간 제작자, 번역가, 개입자, 사변자, 행위자, 드라마쿠르그로서의 큐레이터가 실천하는 행위성을 가리킨다. 건축과 디자인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수행적 큐레이션’을 논의하는데, 여기서 큐레이터의 역할을 설명하는 방식이 새롭다. 보통 큐레이터는 예술 전문가로 담당하는 예술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전문가’가 아닌 관객과 전시를 잇는 ‘매개자’로서의 큐레이터가 되어야 함을 언급한다. 24개의 전시 사례와 9편의 큐레토리얼 대화를 통해 ‘뉴 큐레이터’를 탐구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큐레이터가 고민하는 지점을 파고든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큐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말하거나, 다양한 이들을 한데 모아 예술이라 칭하는 형태로 만들어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는 이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뉴 큐레이터』는 미래의 큐레이터를 말하는 듯했다. 앞으로 자신의 작품 혹은 다른 이의 작품을 말할 때 더 효과적인 것을 찾고 서로를 이어 각자가 고민하는 지점을 토로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해외를 중심으로 건축과 디자인을 말하지만(호주와 베니스비엔날레의 사례) 이와 같은 담론은 충분히 현재의 한국에서도 다룰 수 있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느껴졌다. 『뉴 큐레이터』는 일종의 커다란 가능성을 말한다. 정답이 없는 전시를 계속해서 말하고 더 깊고 더 자세하고 더 아름답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다. 그래서 『뉴 큐레이터』를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책이며 동시에 노력이 많이 들어 있는 책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건축과 디자인 그리고 전반적인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와 우리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고 풍부해지길 바란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