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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의정원 Jan 27. 2024

첫 투자에 날아간 800만원...

 밀레니얼 세대도 뛰어든 재테크, 나의 주식투자 분투기

오마이뉴스 기고글입니다. 

주식을 시작한 지 올해로 2년째가 되었다. 한창 유행하는 동학 개미 운동이 벌어지기 전부터 주식투자를 한 셈이다. 처음 주식에 입문한 계기는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윳돈이 좀 있는데, 은행 이자는 너무 낮고... 어디 투자할 만한 괜찮은 곳은 없을까, 하던 차에 누군가에게 주식투자를 권유받았다.


그의 친구가 아는 어떤 고수가 그랬는데, 지금 1900원인 어떤 종목이 5000원까지 오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양봉과 음봉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그 말 한마디를 듣고 가진 돈 1500만 원을 '쿨하게' 몰빵 했다(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지인의 친구의 아는 주식 고수의 말만 믿고 1500만 원을 때려 넣은 것이다. 아아 어리석은 인간이여... 아니, 어리석은 나여!).


5000원까지 오른다는 그 주식은 무슨 기사가 뜨면서 두 번 연속 상한가를 쳤다. 순식간에 3200원까지 올랐다. 나는 며칠 만에 1000만 원가량을 벌게 된 셈이었다. 주식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투자처였구나. 눈만 뜨면 얼른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던 나날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아직 매도할 수는 없지. 왜? 이건 5000원이 될 거니까! 그 종목이 무사히 5000원이 되면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인생도 주식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하락, 하락, 하락

주가는 3600원을 찍고 그때부터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그사이 몇 번이고 매도할 기회가 있었다. 적당히 익절(이익을 보고 매도하는 것)하고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를 거라는 부질없는 기대와 오르지 않는 주가 창을 보며 한숨짓는 날의 연속이었지만 끝끝내 주가가 1900원 아래로 갈 때까지 붙잡고 있었다.


결국 나는 1650원 즈음에 팔고 나왔다. 1000만 원을 벌었다가 몇백을 잃은 것이다. 그 이후로도 무슨 유료 리딩방(돈을 받고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는 곳)을 기웃거리며 상한가 따라잡기 같은 걸 하다가 손실, 매수했던 바이오주가 임상에 실패하면서 손실을 거듭하며 단 3개월 만에 가진 재산 1500만 원 중 총 800만 원을 잃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차트를 볼 줄 모른다는 것. 캔들(주가 차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것. 재무제표를 볼 줄 모른다는 것. 거래량이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 쉽게 말해 돈을 1500만 원이나 태워놓고서 주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던 거다.


 그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주식 공부. 그때 정말 많은 주식 책을 읽었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스스로 수익 내는 주식투자의 모든 것>이란 책이다. 이 책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운용법이나 매매기법 분할매수, 분할매도 등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 나와 있는 손실의 유형에 100% 해당했기 때문이다.


'누가 얼마까지 간다고 해서 믿고 샀다가 손실' 

- 나다.


'정체 모를 리딩방에 들어갔다가 손실'

- 역시 나다.


책에는 이런 말도 있다.

'주식으로 수익 내기 위해선, 스스로 종목을 찾을 줄 알아야 합니다.'

- 몰랐다.


'쫄보가 되어야 합니다. 주식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무서운 건지 알아야 합니다.

제발 조심조심 주식 하십시오.'

- 조심... 그게 뭐지?


'주식으로 일확천금 노리지 마십시오.'

- 노렸다.



주식도 공부다 

그렇게 본전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면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필기를 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주식도 아는 만큼 보인다. 그렇게 나는 주식 시장의 수상한 질서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 수업료가 800만 원짜리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도 주식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관점과 마인드가 약간 바뀌긴 했다. 뉴스를 보고, 고수의 강의를 듣긴 하지만, 종목은 스스로 찾는다. 거래량과 재무제표를 본다. 말마따나 차트는 세력이 장난칠 수 있지만 거래량과 재무제표는 그렇게 못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고점에서 사지 않고 아래에 걸어둔다. 안 사지면 말고의 마인드로 가능한 그 날의 가장 낮은 가격으로 매수하려고 한다.


이미 상승한 종목은 노리지 않는다. 실적이 좋지만 아래에서 천천히 기어가고 있는 녀석들을 신중하게 찾아서 조금씩 모아간다. 몰빵하지 않는다. 주식을 하되 온종일 주가 창만 살펴보지 않는다. 나의 일상을 살아간다. 무엇보다 이제 주식으로 한몫 잡아보겠다는 생각이 없다. 그러니 주가가 조금 빠져도 예전처럼 안절부절하지 않을 수 있다.


 아직 손실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잃지는 않을 수 있겠다는 자신이 조금 생겼다. 하루하루를 보면 마이너스인 날도 있지만 달로 보면 50만 원 벌 때도 있고, 30만 원 벌 때도 있다. 적어도 괜찮으니까 꾸준히 수익만 난다면 그것으로 오케이. 30만 원씩 매달 벌면 일 년이면 360만 원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의 전체 주식 인생이 빨간불이 되는 날도 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에 특히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 등으로 '돈을 버는 법'을 공부하는 게 유행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은행 이자는 제로에 가깝고, 경기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주식을 비롯한 재테크에 눈을 돌라는 것은 소위 개미들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인지도 모른다. 내가 뭘 잘 알아서 이런 말 하는 건 아니고, 먼저 실패해본 사람으로서 얘기하자면 공부 많이 하시고, 철저히 준비하셨으면 좋겠다.


처음엔 분명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수익 내보자고 시작한 주식이었다. 그런데 은행 이자만큼의 수익은커녕 힘들게 모은 피, 땀, 눈물 같은 월급이 반 토막 나 있는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결혼을 약속한 여인과 헤어져도 나오지 않던 피눈물을 주식 통장 보면서 흘렸다.


앞에서 언급한 책이 아니더라도 시중에 좋은 책은 많다. 요즘엔 괜찮은 유튜브 채널도 많아서 굳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본적인 것은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만 나는 종목을 추천해주는 곳은 믿지 않는다.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 맞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판단도 못 할 테니 괜찮은 주식 동영상이나 카페, 책을 찾아보면서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하고, 소액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면 적어도 나처럼 피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살아남읍시다, 부디

지금도 나는 하루에 얼마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경제 공부를 하고, 종목을 찾기 위해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내가 가진 종목의 추이를 살피고, 나름의 매매 계획서와 매매 일지를 작성한다. 그러는 이유는 한 가지. 숫자와 차트와 수익률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조금 더 오래 살아남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잃었던 돈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매수했던 종목이 올랐을 때의 짜릿함은 말로 못한다.


주식 시장은 비정하고, 아쌀하다. 수익으로 말하는 곳이다. 예전에 주식하는 사람들 모임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선 스스로 고수라는 걸 입증하려면 무조건 계좌를 '까야' 한다. 수익률이 낮거나 마이너스면 자기가 아무리 주식을 오래 했어도 그 자리에선 하수다. 처음엔 뭐 이런 명징한 세계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고수라는 것이 입증되면 그때부터 하수인 사람들은 종목에 관해 묻기 시작한다. 물음의 99%는 무'슨 종목을 얼마에 샀다가 얼마를 물렸는데 어떡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슬프고도, 아련한 풍경이다.


주식은 안 하면 본전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맞다. 안 하면 본전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이다. 영화 <어벤져스>를 보면 "3000만큼 사랑한다"고 고백하던데 빗대어 생각해보면 나는 불행하게도 800만큼 헤맸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겨우 어느 정도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꽃길은 아니다. 자칫하면 빠지기 십상인 얼음판이다. 오늘도 나는 이 살얼음판을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이  글을 어떤 사람이 읽을지는 모르겠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정하고 아쌀한 이 세계에, 안 하면 본전인 주식 시장에 들어와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살아남읍시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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