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이혼 위기 부부... 30년 넘게 심리극 상담

[인터뷰1]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 저자 심리극 전문가 김영한 소장

by 꿈의정원

김영한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TV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를 통해서였다. 백발의 전문가 앞에서 사람들은 때로 분노하고, 때로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자신의 상처를 쏟아내고 있었다. '심리극(Psychodrama)'이라는 무대 위에서, 그는 때론 엄한 아버지로, 때론 상처 입은 내면 아이로 변신해 사람들을 진실의 거울 앞에 세웠다. 그렇게 김영한은 따뜻하면서도 전문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직면하게 했고, 결국 스스로 치유하게 했다.

어느덧 32년째, 1만 번이 넘는 심리극 상담을 이어온 김영한 소장은 최근 그 치열한 현장의 경험을 눌러 담은 책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를 잘 키우는 법' 같은 이론이나 정보를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부모가 왜 아이 앞에서 무너지는지, 왜 머리로는 알면서도 행동이 바뀌지 않는지 그 근본적인 '상처'에 주목한다. 32년간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를 심리극의 주인공으로 대입하고, 묻어둔 내면을 직면하도록 돕는다.

추천사를 쓴 윤홍균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처음엔 치료자로 살아가는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나의 온 인생을 되짚는 계기가 되었다'고 표현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나 역시 책 속의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부모'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나'라는 한 사람의 역사와 마주하게 되었다. 아이의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펼쳤다가, 정작 내 자신의 맺힌 매듭을 풀고 눈물짓게 되는 이 마법 같은 책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20일, 광교의 한 카페에서 김영한 소장을 만났다.

심리적 진실을 무대 위에 세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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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소장



- 32년간 심리극 상담을 이어왔다. 심리극 상담이 무엇인지, 처음 접하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준다면?

"심리극은 '연기'라는 행동으로 문제를 펼쳐 보이며 자신의 마음과 관계, 갈등의 본질을 알아차리도록 돕는 심리치료 방식이다. 예를 들어 '부모 앞에서 위축된다'라고 설명하는 대신, 실제 부모와의 대화 장면을 무대에 올린다. 이처럼 행동으로 표현할 때, 스스로 미처 몰랐던 감정과 기억, 관계의 패턴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심리극은 꾸며낸 연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 실제로 존재했던 심리적 진실을 무대 위에 드러내어 통찰과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장인 셈이다."


- <이혼숙려캠프>,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출연자들이 너무 갑자기 변화하는 것 같아 의아할 때가 있다.

"방송에 노출되는 상담 시간은 '이혼숙려캠프'가 15분, '금쪽같은 내새끼'는 5분 남짓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 회당 2~3시간 동안 상담을 이어간다. 이 시간 동안 출연자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에 새겨진 상처를 낱낱이 짚어내는 과정이 선행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전사가 생략된 채 결론만 보게 되니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간혹 제작진 측에서 '굳이 과거를 깊게 파고들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이 지점만큼은 내가 완강하게 고집한다. 아이가 이른바 '금쪽이'가 된 이유는 대부분 부모의 상처, 그리고 그 상처에서 비롯된 잘못된 양육 태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상처를 건너뛰고 아이의 문제만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 방송에 출연하는 사례자들이 보통의 케이스는 아니다 보니, 상담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소진되는 에너지도 엄청날 것 같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나온 이들을 보며 '이건 너무 심하다', '상식 밖이다'라고 비난 섞인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히 눈앞의 '사람'만 보지 않고 그 이면의 '상처'를 깊게 들여다보면,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했던 남편들의 변화가 기억에 남는다. 평생을 '강한 남자'라는 가면 뒤에 숨어 감정을 억눌러온 이들이, 극이 끝난 후 붉어진 눈시울로 다가와 내 손을 맞잡을 때가 있다. '제 평생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로소 숨이 쉬어집니다'라는 그 짧은 고백에 힘을 얻는다.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반응도 그렇다.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진심으로 참회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한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부모를 안아준다. 상담이 끝나고 나에게 달려와 감사하다면서 함께 사진 찍자고 말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 길을 걸어온 지난 세월을 긍정할 수 있다."



스스로의 내면과 대면하는 경험 주고파

IE003573856_STD.jpg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표지 이미지


- 최근 부모들을 위한 육아서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를 출간했다. 저자가 직접 책을 소개한다면?

"사실 그동안 출간 제안은 꾸준히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었다. 부모에게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양육·심리 서적을 보면서, 과연 그 지식들이 부모의 실제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 자신의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리 좋은 육아 이론을 머리로 배운들 현실의 위기 상황에서 결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에만 머무는 이해를 넘어, 부모가 자신의 깊은 '마음'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게 돕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독자가 책장을 넘기며 스스로의 내면을 대면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과연 의도대로 잘 만들어졌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웃음)"



- 그렇다면 기존의 육아서와 결정적으로 어떤 차별점이 있나?

"지난 32년간 1만 번이 넘는 심리극 상담과 강연을 하며 깨달은 진실이 하나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상처를 주는 건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결정적인 순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정의 그림자'가 마음을 덮치기 때문이다. 결국 머리로만 아는 지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양육 태도를 점검하는 동시에, 그 기저에 깔린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매 장마다 필요한 심리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32년간 현장에서 마주한 실제 심리극 사례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담았다.


사례 속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고, 해결되지 않은 마음이나 깊이 묻어둔 상처와 직면하게 함으로써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동력을 제공한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 '마음 만나기' 코너를 두어 스스로 성찰한 바를 직접 기록하게 했다.


부모로 살아가다 문득 삶이 버겁고 길을 잃었다고 느껴지는 순간, 이 기록들이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맑은 거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해결되지 못한 상처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관계에 문제를 겪는 건 아니다. 상처를 안고도 겉보기에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물론이다. 상처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에는 '방어기제'라는 무의식적 심리 전략이 작동한다. 이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극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그 기억에서 감정만을 분리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들은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을 말하면서도 마치 남의 일이나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듯 덤덤하다. '고립'이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해 감정을 저 멀리 보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괜찮다'고 믿으며 일상을 지켜낼 수 있는데, 이 또한 한동안은 유효한 생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고 삶에 무리가 없다면, 굳이 과거의 상처를 억지로 헤집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그 문제가 정말 '해결'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묻어둔' 채 살아가는 것인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혼자일 때는 괜찮다가도 결혼, 출산, 양육 같은 삶의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며 깊이 묻어둔 감정이 예기치 않게 터져 나오는 순간이 온다. 그때가 바로 담담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그런 분들에게 이 책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가 작은 이정표가 되면 좋겠다."



- 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poemoon/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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