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상태의 아이들...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

[인터뷰2]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 저자 심리극 전문가 김영한 소장

by 꿈의정원

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poemoon/34


김영한 소장 인터뷰 1편에서 심리극의 본질과 부모의 치유를 다뤘다면, 2편에서는 조금 더 깊숙하고 아픈 곳을 들여다본다.


김영한 소장은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를 통해 스스로를 '집 문을 여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리는 부모'였다고 고백하며 '전문가'라는 권위를 내려놓는다. 이러한 고백은 이 책이 단순한 지침서를 넘어 저자 자신의 처절한 성찰의 기록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모니까 그럴 수 있지만, 부모니까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32년 차 심리극 상담사의 단단한 소명 의식이 서려 있다. 인터뷰 2부에서는 이런 개인의 고백과 함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부모 교육의 방향을 짚었다.


집에선 표정 굳는 아빠... "부모니까 죽을 때까지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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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소장


- 방송의 영향 때문인지, 심리극 상담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만 받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가족 관계가 좋은 평범한 부모들 중에서도 심리극 상담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나 역시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웃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탐구하는 편이다. 중요한 점은 그러면서 평소에 가족들이 놓치고 있던 서로를 향한 미세한 신호를 발견하곤 한다는 사실이다.


상처를 떠나서 자신의 행동이나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나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에도 자극적이고 센 케이스도 있지만 평범하고 가벼운 사례들도 많다. 그렇게 배치한 이유는 독자들이 이런 사례들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 보며 평소 몰랐던 변화의 씨앗을 발견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 개인적으로 신간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에서 소장님 개인의 문제를 고백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스스로 집 문을 여는 순간 표정이 굳고, 아이와 대화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라 한 사람의 부모로서 아이들과 겪었던 시행착오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그 과정은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웃음) 사람들은 내가 심리극 상담 전문가라서 아이와 엄청 소통도 잘하고 그럴 거라고 믿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다만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죽을 때까지 할 생각이다. 설령 100%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삶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는 끊임없이 노력할 작정이다. 이 인터뷰를 보는 분들도 같이 노력해 나가면 좋겠다. 부모니까 그럴 수 있고, 부모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


- 이 책에는 그간 진행했던 다양한 심리극 사례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준다면?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다. 교육청 의뢰로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심리극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원래 전교생 대상이었으나 진행 하루 전, 학교에서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한 학생이 성적 비관으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남겨진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하니 해당 반 학생들을 위해 긴급 상담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현장에서 떠난 친구와 가장 가까웠던 아이가 너무 미안해서 차마 장례식장조차 가지 못했다고 그게 지금 너무 후회가 된다고 말하는데 반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다. 이게 몇몇 학교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금 청소년들의 자살과 자해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소위 명문고 학생들은 성적 압박 때문에 스스로 죽고, 특성화고 학생들은 따돌림이나 부모의 폭력으로 인해 스스로 죽는다. 우리 사회는 이 터무니없고도 서글픈 대비를 결코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이걸 아이들의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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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징후 회피 말고 '부모 교육' 의무화 필요


- 말씀하신 대로 이 문제는 개인과 사회라는 두 축의 해법이 모두 필요해 보인다.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 아이들을 가장 오랫동안 관찰하는 곳이 학교다 보니 아이의 위기 징후가 명확히 드러날 때가 많다. 문제는 학교 측에서 도움을 주려 부모에게 연락해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한 교우 관계 문제를 넘어 아이가 자해나 자살 시도를 한 위급 상황임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학교 측에 굉장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핑계 삼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냥 내버려 둬라"는 식의 회피 반응이 가장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학교나 기관에서 상담 요청이 오면 제발 최대한 적극적으로 응해주길 바란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 기관이 많다. 부모가 그 문을 여는 용기만 내준다면, 더 큰 비극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 사회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육제도 전반을 논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으로 '부모 교육의 의무화'를 꼽고 싶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자녀의 발달 단계에 맞춰 교육 내용을 세분화하고,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이수하게 한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분명 나아질 것이다.


부모 교육이 의무화되면 부모 스스로 양육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해나 자살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구체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을 도입한 나라들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시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육들은 참여 여부가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작 필요한 분들의 참여율이 낮다. 미이수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식의 제재나, 기업이 부모 교육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최소한 "먹고살기 힘들어서 교육에 못 간다"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국가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 정도 수준의 복지와 책임은 져야 할 때가 됐다."


Q. 당장 아이와의 관계에서 한계를 느끼는 부모들이 오늘 밤 실천해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대화법이나 행동 하나를 추천한다면?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막막함을 느끼는 부모들은 이미 이것저것 다 해보셨을 거다. 소리도 질러보고, 달래도 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벽에 부딪힌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 딱 하나만 권하고 싶다. 바로 '아이의 감정을 들어주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온전히 수용하고 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면, 아이는 생각보다 큰 감동을 받는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부모가 이런 태도를 보여주면 관계가 드라마틱하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의 말을 듣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훈계나 자기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어지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밑에 깔린 서러움이나 불안 같은 감정에 주파수를 맞춰보길 바란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준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아이의 굳게 닫힌 마음 문은 열리기 시작한다."


Q. 감정을 들어준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해 준다면?

"분노, 즐거움, 슬픔, 공포, 불안 같은 것들이 다 감정이다. 대화를 통해 아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물어보고, 그 대답을 가감 없이 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아이가 뭔가 잘못해서 잔소리를 했다면, 훈계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오늘 엄마(아빠)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네 마음은 어땠니?’라고 물어보는 거다.

만약 아이가 ‘짜증 났어. 듣고 싶지 않았어’라고 대답한다면, 거기서 ‘그랬구나’ 하고 멈춰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거울삼아 자신의 양육 태도를 점검해 보는 거다. ‘아, 내 말이 너무 길었구나’라고 깨달았다면 다음번엔 10분 할 얘기를 5분으로 줄이는 식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물어봐 주고, 체크하고, 수긍해 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절대 쉽지 않다. 대부분은 아이가 짜증 났다고 하면 ‘아니, 대체 뭐가 짜증이 나? 내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린데!’라며 다시 자기 관점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랬다.(웃음)


혹시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를 읽는 분이 계시다면, 각 장 끝에 있는 ‘마음 만나기’ 부분을 꼭 직접 써보길 권한다. 내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아이의 감정만을 오롯이 읽어내는 일종의 ‘수양’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의 짜증 뒤에 숨은 마음을 수긍해 줄 때, 비로소 부모와 아이 사이의 막힌 담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인간의 삶은 복잡하고 섬세하다. 한 권의 책이나 한 번의 강연으로 삶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나 역시 부모들에게 완벽한 정답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단 한 번이라도 자기 마음을 들여다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분명히 다르다. 비록 당장 행동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 마음의 지도를 한 번 그려본 사람은 길을 잃었을 때 돌아올 곳을 안다.


그런 점에서 <부모가 처음인 당신에게>가 부모라는 낯선 길 위에 서 있는 당신에게,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동기가 된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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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소장 강연 ⓒ 김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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