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스런 열병. 11

곰의 송곳니

존댓말을 쓸까? 혹은 반말을 쓸까? 고심해 봤나요? 나는 당신 없는 날엔 존댓말을 쓰기로 했네요. 부재란 말에 어울리는 말은 존댓말일테니까요.


어제 마신 술자꾸 삶을 훼방하네요. 어제는 만취였고 오늘은 들취죠. 만취인 날은 기약 없이 당신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날이죠. 경계도 없고 타인의 눈도 없고 오직 본능만 살아있어요.


혹 당신도 아시나요? 사랑은 죄다 반대말이라는 것. 쓴소리는 왜이리 달콤하게 쓰여지나요? 나는 빈약하고 충만한 감성을 지녔는데 술은 죄다 쓴소리만 거네요. 미안해, 하는 것 아시죠?


당신은 늠름하고 나는 빈약해요. 당신의 힘은 무엇이죠?


옆집 사내는 슬리퍼를 끌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어요. 내가 가진 비밀번호는 부재


중. ing 그 염병스런 말. 왜 자꾸 진행 중, 진행 중, 이라 말을 거나요.


북극곰의 한계는 얼음 위를 자유자재로 걷는다는 것이죠. 북극의 얼음은 이제 녹아나니


나는 곰이죠. 나만 아는 흰백의 정감어린 곰. 가까이 가면 잔인한 식성을 드러내는 포악스런


나는 당신이란 이름을 걸고 포악스럽게 울고 있는 곰.

곰곰, 남이 볼 때 애뜻하게 손내밀면,

잔인하게 송곳니 들이대는

곰.

매거진의 이전글염병스런 열병. 10